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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2평짜리 도장집, 노후준비까지 마친 제일사 김순탁씨...헬멧쓰고 어디든지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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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2평짜리 도장집, 노후준비까지 마친 제일사 김순탁씨...헬멧쓰고 어디든지 달려간다!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7.08.24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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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한복판 2평짜리 가게에서 평생 일해...자식에게 물려줄 것 희망 부풀어,

[ 소비라이프 / 김소연 기자 ] 핼멧을 쓰고 오토바이로 광화문 길바닥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이 있다.  2평짜리 가게에서 오로지 '도장, 열쇠'로 평생을 보낸 '제일사' 도장가게 주인 김순탁(사진, 58세) 씨다. 

전화로 도장을 주문하면 아내가 도장을 파고 남편인 김순탁씨가 바로 원하는 곳으로 갖다 준다. 도장 뿐만 아니라 스템프, 명함, 열쇠, 간판, 유리까지 못하는 것이 없다. 광화문은 사무실 밀집지역이라 소규모 사업체에서 수십년씩 이어지는  단골 손님들이 많다.

 

▲ 광화문에서 평생 짜투리 2평짜리 도장가게에서 열심히 일해 노후준비까지 마치고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김순탁(58세)씨

지금은 유명한 퍼시즌 호텔 정문앞(구 금강구두 광화문 매장, 새문안로 5길 7. )이 바로 그의 가게 '제일사(720-5927)'이다. 3면이 도로이고 짜투리 땅에 가게가 들어서 있다. 앞길에 잘리고 뒷길에 잘려 삼각형 모양으로 달랑 두 평만 남았다. 원래 2층 다락방까지 있었는데, 간판만 달고 막아서 지금은 1층만 사용하고 있다. 크기가 작은 가게에 비해 간판은 사방에 달려 있어 어느 쪽에서 봐도 가게가 눈에 확 띈다. 

▲ 전국에서 4번째로 작은 2평짜리 도장가게

김순탁씨는 "평생 여기서 일했다. 도장도 파고 명함도 찍는다.  정부청사가 있을 때는 손님이 꽤 많았는데 지금은 손님이 크게 줄어 인건비 정도 번다.  어느새 많던 머리가 빠져 이제는 반 대머리가 다됐다.  이제 노후준비도 다 됐고, 큰 아들이 장가들면 그애 한테 물려주고 고향인 충북 청송으로 내려가 호두 농사 지을 것이다. 호두나무 밑에는 닭도 풀어 놓고 키울거다"라며 희망찬 제2인생 설계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 2평짜리 가게에서  도장 파는 일로 평생을 보낸 김순탁씨가 도장을 파고 있다.

청송에는 그동안 번돈으로 이미 집지을 땅도 천평 넘게 사놓고 호두나무도 심어 놓았다며,  오래전에 찍은 산 밑에 있는 집터와 호두나무를 심어놓은 과수원 사진을 꺼내 보여 주었다.  책상 유리 밑에 고이 간직하고 틈 날때 마다 "꿈에 부풀어" 들여다 본 흔적이 묻어 있었다. 

이제 서른살 되는 아들 장가보내는 일만 남았다며 '임자'좀 찾아 달란다. 

가게 앞에 최고급 호텔이 들어서서 손님이 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호텔안에서 모든 일을 다 처리하기 때문에, 전보다 오히려 장사가 더 안 된단다.  작은 회사들이 입주하는 오피스텔이 들어왔으면 장사가 더 잘 될텐데 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래서 기자가 호텔에 오는 외국 손님에게 우리나라만의 '도장'을 선물하게 기념품 도장을 만들어 팔면 어떠냐고 하니까, 좋은 아이디어라고 아들에게 권해 보겠다며 인심 좋게 웃는다.  

작은 일이지만 주어진 자신의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김순탁씨가 멋져 보였다.  화이팅! 하며 기자와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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