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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돈잔치’, 서민은 ‘빚잔치’…불균형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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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돈잔치’, 서민은 ‘빚잔치’…불균형 깨야 한다”
  • 김현식 기자
  • 승인 2023.12.06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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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이자는 적게, 대출이자는 크게 올려 국민 화나게 만들어
금융소비자연맹, 시정 촉구…횡령·배임 사건 대책마련도 주문

2023년 금융소비자운동은 금융권 불균형을 바로 잡는데 힘을 쏟은 한해로 기록된다. 금융사(특히 은행)들이 돈 잔치’, 서민은 빚잔치를 하고 있음에 대한 따가운 지적과 대안마련주문에 초점을 맞췄다. 방법은 다양했다. ▲보도자료를 통한 대국민 여론형성 ▲토론회 ▲세미나 등 여러 채널로 이뤄졌다. 금융소비자연맹(약칭 금소연, 회장 조연행)을 비롯한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서민들 보호에 앞장섰다. 올 한해 금융소비자운동을 뒤돌아본다. <편집자>

‘2023년 금융소비자운동 결산과 평가

올해 금융소비자운동의 가장 큰 대상은 은행권이다. 그 중에서도 금융소비자가 가장 많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다.

이들 은행은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서 큰 재미를 봤다. 대출금리를 대폭 올려 순이자이익을 엄청나게 챙겼다. 그에 따른 혜택을 임·직원들이 나눠 가져 국민들 공분을 샀다. 서민들은 고금리로 대출부담이 커지고 원리금 갚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빚에 허덕이는 고통을 겪고 있음을 외면하자 크게 화를 낸 것이다.

게다가 이익이 엄청나게 불어난 금융사들은 내부통제와 관리부재의 허점까지 드러내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대형 횡령·배임사건이 툭하면 터졌다. 그럼에도 대책은 미진했다.

금소연은 도덕적 해이를 넘는 수준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금융사 대표자의 처벌법제화가 강력히 요구된다며목소리를 높였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개정

그런 가운데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인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2023914)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 표결을 기다리고 있다. 개정안엔 책무구조도가 들어있다. 금융지주사 대표(CEO)가 내부통제 전반의 최종책임자로서 관리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책임처벌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횡령·배임사고가 났을 때 금융지주사 CEO가 책임을 덜어주거나 없는 것으로 해주는 면책조항이 솜방망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무나 감독의무기준을 시행령에 위임토록 돼있어 해임이나 사법적 처벌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금융소비자운동 관계자들 시각이다.

여론의 채찍을 맞고 있는 은행들 꼼수에 대한 금융소비자운동가들 지적도 따가웠다. 은행들은 사회공헌활동지원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했지만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보고서에 따르면 꼼수가 잘 드러난다. 서민금융분야에 쓴 돈의 90% 이상이 휴면예금에서 나온 것이란 분석에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소연은 휴면예금이 은행권 사회공헌활동금액의 25%가 넘는 등 실적 부풀리기 오해소지가 있어 새 기준정립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엄밀히 따지면 휴면예금은 은행돈이 아닌데다 사회공헌취지와도 맞지 않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1] 은행권(5대 시중은행) 돈 잔치와 비교되는 서민금융 비교
[표1] 은행권(5대 시중은행) 돈 잔치와 비교되는 서민금융 비교

 

은행 초과이익 횡재세추진

여기에 정치권도 가만있지 않고 있다. 야당은 은행권의 초과이익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횡재세를 물리는 쪽으로 힘을 모으고 있다. 횡재세를 물리고 있는 유럽연합(EU) 5개국 사례를 든다. 윤석열 대통령도 서민들이 은행 종노릇 하는 것 같다며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했다. 여야가 한 회초리를 드는 분위기다.

 

국회 입법안은 금융회사가 직전 5개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 이상 초과이익을 낼 땐 이익의 40% 범위에서 상생금융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다. 거둔 기여금은 장애인, 청년,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의 금융부담을 줄여주는데 쓰자는 제안이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은행이 기여금을 내지 않을 땐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강제성 규정이 없긴 하나 은행권이 자구책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임엔 틀림없다.

 

은행들의 생색내기용 서민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문제도 금융소비자단체들은 그냥 넘기지 않았다. 민초들을 대상으로 한 새희망홀씨 대출, 햇살론15, 햇살론 유스, 햇살론 뱅크 등의 금리가 여전히 높아 시정을 촉구했다.

 

2023년 상반기 새희망홀씨 대출(신규취급 기준)의 연간 평균금리는 7.8%. 국내 은행의 평균 신용대출금리 6.8%(6월 평균)보다 1.0%포인트 높다. 햇살론금리는 8~15.9%. 금융소비자연맹은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대출상품이라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금리적용을 요구했다.

 

강형구 금소연 부회장은 은행은 서민금융상품에서 부실이 생기면 정부가 메워주는 대위변제제도를 적용, 대출부실이 생겨도 손해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 부회장은 금융취약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려면 부채탕감, 대출원리금 완화를 해줘야 대출부실화를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실금융상품 책임은 나몰라에 경고

금융권이 부실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팔면서도 책임은 나몰라하는 식의 금융권에도 금소연은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규모 손실을 주는 사모펀드 문제가 대표적이다. 특혜와 횡령이 자주 일어나고 일반투자자의 피해가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펀드 등의 환매중단사태로 피해 입은 투자자들은 횡령, 부정거래, 돌려막기 등 불법과 특혜가 얼마나 되는지 밝힐 것과 투자자보호대책을 요구하지만 뚜렷한 결과는 없다. 풀어야할 숙제다.

 

금소연은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판매수수료가 높고 정부에서 최소투자금까지 낮춰주면서 규제를 완화, 은행들이 공모펀드보다 훨씬 더 많이 팔아 수익이 급증했다며 투자자보호를 촉구했다. 이와 관련, 지난 11월 자본시장법시행령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일반투자자 보호장치가 강화돼 일반사모펀드와 기관전용사모펀드로 개편된 것이다. 금융소비자들 요구가 반영된 성과다.

 

금소연은 특혜보금자리론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역전세를 막고 민초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서다. 1월 선보인 이 상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웃도는 대출규제 완화로 고소득자들까지 집을 사는 등 가계 빚이 크게 느는 원인으로 지적돼 시정을 촉구한 것이다.

 
5대은행 가계대출 증가폭 추이(그래프 : 연합뉴스)
5대은행 가계대출 증가폭 추이(그래프 : 연합뉴스)

 

 

가계부채위험 없애는 정책입안 촉구

그러자 신용대출액은 주는 대신 가계대출이 늘자 은행들은 또 다른 금융상품을 내놓고 돈벌이 나섰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상품(약칭 주담대)을 내놓아 투기성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부작용을 키웠다. 관치금융의 또 다른 사례를 낳은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올 들어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거래가 회복되는 게 가계 빚이 늘어난 원인이다. 가계 빚 증가를 주도하는 건 50년 만기 주담대라고 분석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건전성 규제를 피하는 수단이 됐고 만기가 늘수록 연간원리금이 줄어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는 점을 노린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금소연은 가계부채위험을 없애는 정책입안을 촉구하고 채무자의 부당한 빚 부담을 덜어주는 대안도 내놨다.

 

IT 접목 신종금융상품 견제·감시 요구돼

금융소비자운동가들의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풀어야할 과제도 적잖다. 시대흐름을 타고 정보통신기술(IT)이 접목된 신종금융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 보호, 피해방지를 위한 견제·감시도 요구되고 있다.

 

금융사들은 플랫폼비즈니스 흐름을 반영, 종합금융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금융플랫폼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움직임이다.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디지털과 마이데이터로 시스템에 들어가게 된다. 모바일뱅킹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기존의 5대 금융지주사들은 빅테크기업(네이버, 카카오, 토스)과 경쟁하면서 금융앱 안에 간편결제송금(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에 대응하는 은행권 페이(KB페이, 신한페이, 원큐페이, 우리페이)를 서비스하고 있다. 삼성페이가 주도하는 가운데 애플페이도 가세했다.

 

간편결제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또 다른 내 정보 보호와 지출과다를 고민하고 있다. 할인과 혜택이벤트가 계기가 돼 간편결제 가입이 많아질수록 여러 장의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로 했던 관행처럼 여러 페이를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금융소비자운동의 새로운 영역으로 부각돼 또 다른 방법과 시각으로 접근해야할 대목이다.

 

가계부채 조장정책 비판 성명 발표

금융소비자들 요구는 분명하다. 가계 빚을 줄어주는 현실적 대책마련을 원하고 있다. 한계채무자에겐 빚을 덜어주면서 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일자리를 잡는 도움이 급선무다. ‘코로나19’로 장사를 못해 돈을 빌려 버텨오다 다중채무자가 되면서 빚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중소상인들과 금융소비자단체들은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정부의 가계부채 조장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1인 릴레이시위도 벌였다.

 

금융소비자들이 계속 피해를 보고 있는 금융투자사기, 보이스피싱에도 적극적인 예방과 대응책이 시급하다. 해외외국인전용 주식투자사기피해가 잇달아 금소연은 소비자주의보를 내렸다.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화폐로 거래한 투자사기가 있었을 때 계좌지급정지가 어렵고 범죄자금으로 확인돼도 돈을 되찾을 수 없어 문제다.

 

대학교수조차 10억원을 빼앗긴 보이스피싱 사례도 있어 눈길을 모았다. 그는 가짜 검사와 가짜 금융감독원직원의 조직적 속임수에 당했다. 112전화로 신고했으나 악성앱이 깔려버려 어쩔 수 없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영상합성기술(딥페이크)까지 활용됐다. 가짜 검사실에서 영상통화까지 하며 속이는 수법이 생겨 피해를 키우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의 보이스피싱 및 금융사기 예방교육
금융소비자연맹의 보이스피싱 및 금융사기 예방교육

 

 보험사 보험금부지급 횡포가 여전히 심하다

금융소비자운동의 주요대상 중의 하나가 보험사 보험금 부지급 피해구제다. 한국소비자원(이하 한소원)에 부당한 보험금 미지급으로 인정된 신고사례가 최근 5년간 804건에 달했다. (김종민의원실 제출자료,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간) 한소원에 보험금 미지급으로 신고된 건수는 총 3,622건의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손해보험사 16곳에 2,274, 생명보험사 19곳에 1,348건이다. 신고를 조사한 결과, 계약이행٠환급٠배상٠부당행위시정 등 소비자 신고가 인정되어 처리된 건수는 손해보험사가 512, 생명보험사는 292건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손해보험사의 경우 ▲현대해상이 신고 인정 건수가 8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화재가 73, ▲메리0츠화재 70, DB손해보험 61건 순으로 부당 미지급 인정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이 82건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생명 40, ▲교보생명 33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금소연이 매년 실시하는 좋은 생명보험사 조사에서도 23개 생명보험사의 보험금미지급률은 평균 1.13%로 늘고 있다. 보험금 부지급률은 전체 보험금 청구건중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비율이다. 특히 실손보험이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를 보면 약관의 보상하지 않는 사항 적용 등 약관 적용 다툼34.4%(71)로 가장 많았고,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치료를 과잉진료로 판단해 보험금을 미지급한 경우도 30.6%(63)였다. 이어 본인부담금상한제에 따른 환급금을 보험금에서 공제한 경우 20.9%(43), 고지의무 위반을 적용한 경우 14.1%(29)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가 비급여 치료를 과잉진료로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63건을 분석한 결과, 도수치료 22.2%(14), 백내장 수술 22.2%(14)로 나타났고, 이어 암 보조치료 20.6%(13), 영양제 수액 7.9%(5) 등의 순이었다.

보험사가 비급여 치료를 과잉진료로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

 

이에 금융소비자연맹과 금융정의연대 등 8개 소비자단체가 연합한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지난 9월 국회에서 발표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지난 13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논의되었지만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법사위 통과가 무산돼 계류 상태에 놓여 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9월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연합과 윤창현국회의원이 9월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금융사들 실용적 준칙 마련 필요

금융소비자운동은 금융소비자보호법(2021325일 시행) 취지와 성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간 정보비대칭으로 생기는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금융사가 금융상품 가입 전에 정보를 충분히 주어 고객이 불이익을 보지 않게 하는 것이다. ▲파생결합펀드(DLF)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 ▲머니마켓펀드(MMF) 등 원금의 20%가 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 및 펀드판매 때 더욱 필요하다는 게 금융소비자단체들 견해다.

 

강형구 금소연 부회장은 정당한 금융소비자권리 찾기와 공정금융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선 금융소비자보호법의 6대 판매원칙처럼 금융사들이 지켜야할 실용적 준칙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와 금융사 간 상생의 길은 계속 탐색될 것이다. 금융소비자들 권리 찾기는 금융사들의 시혜성 정책이나 업무, 후원사업 등으론 한계가 있다. 금융사들 양보가 아닌 피해배상을 정당하게 받아내는 공동소송 등으로 소비자주권을 찾는 금융소비자운동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다. 금소연이 하고 있는 신뢰받는 금융사업권별 평가(은행, 증권사,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카드회사, 저축은행 등)도 소비자가 금융사를 선택할 권리를 갖는 주요 사업이다.

 

금융 정보비대칭은 풀어야할 과제

이같은 금융권 문제에 대한 일반 금융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 협조도 절실한 실정이다. 집단소송 등을 통해 금융주권을 찾고 합리적 금융소비활동을 이끄는 금융소비자운동에도 적극 눈을 떠야할 때다. 그 대상은 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대부업체와 한때 위기설이 나돌았던 새마을마을금고 등에까지 넓혀야할 것이다.

 

조연행 금소연 회장은 금융상품은 만드는 곳과 소비자의 정보비대칭은 풀어야할 과제라며 비대칭을 보완, 개선하고 소비자권리를 지키는 역할을 2024년 해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식 기자

penholder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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