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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원조' 음식점, 소비자들이 가치소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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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원조' 음식점, 소비자들이 가치소비할 때다
  • 이득영
  • 승인 2023.05.11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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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돈까스와 원조남산돈까스는 둘 다 상호 인정
음식점업계 '원조' 남발, 소비자들이 옥석 구분할 때
자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비라이프/이득영 소비자기자] 원조(元祖),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어떤 일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하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원조’를 검색하면 이름에 ‘원조’가 들어가는 수많은 음식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꼭 이름에 ‘원조’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음식점 한 켠에 자신들이 ‘원조’라고 기재해둔 경우도 흔하다. 감자탕, 불고기, 부대찌개, 돈까스, 빈대떡, 닭갈비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종류의 국내 음식점들은 자신들이 ‘원조’임을 표방한다.

여기저기에서 각자 ‘원조’임을 주장하니 소비자들은 당최 어디가 진짜 ‘원조’ 음식점인지 알기 어렵고 혼란만 가중된다. ‘원조’ 남발로 인한 소비자들의 혼란은 소위 ‘먹자거리’로 불리는 특정 음식점 밀집 지역(남산 돈까스 거리,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 등)에서 더욱 심각하다. 

서울 남산 계단 근처에는 ‘남산 돈까스 거리’가 자리잡고 있다. 그곳에는 돈까스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자신이 ‘남산 돈까스’의 원조임을 표방한다. 비슷한 음식점이라 해도 ‘원조’가 뜻하는 긍정적인 의미와 그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소비자들은 ‘원조’ 음식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소비자들은 ‘원조’ 음식점을 찾게 된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원조 ‘남산 돈까스’ 음식점이 있어서 소비자들은 음식점을 선택할때 당황스럽고 불편하다.

원조 남산돈까스는 '101번지 남산돈까스' 논쟁으로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가는 분쟁을 겪었는데, 유명 유튜버가 이 이슈를 다루면서 2021년 원조논쟁이 다시 일어난 상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2010110004719

그렇다면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를 살펴보면 이를 제재할 법과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점의 상호를 정하는 건 개인의 자유다.

상호에 ‘원조’를 넣을 때 제한이 없으며 ‘원조’를 넣는다고 해도 자신이 원조임을 입증할 필요도 없다. 누구나 자신의 음식점에 ‘원조’ 표시를 해도 되고 이를 마케팅으로 이용해도 된다는 뜻이다. '원조할매국밥' 과 '진짜원조할매국밥'은 서로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다.

상법에는 동일지역, 동일엉업, 동일상호등 3가지가 금지요건이다 (상법 제22조 상호등기의 효력) 물론 음식점의 이름이 흔히 알려진 지명과 일반적인 보통명사로 구성되었다면 이를 상표로 등록하기 어렵다. 그래서 진짜 ‘원조’ 음식점이 있더라도 상표 등록이 안되니 다른 음식점도 비슷하게 상호를 지을 수 있다. 물론 관련 법인 ‘부정경쟁방지법’이 존재하기는 하나 진짜 ‘원조’ 음식점 측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손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 

이렇듯 음식점 이름에 ‘원조’ 남발을 제제할 방법이 부족하다 보니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원조’를 표방하여 이를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소비자 기만 음식점들도 늘면서 논란이다.

결국 피해자는 소비자다. 어느 곳이 진짜 ‘원조’ 음식점인지 찾는 과정에서 혼란이 커지고 불편도 많다. 소비자들은 진실된 정보만을 얻을 권리가 있고 알 권리가 있다. 음식 맛은 주관적이기때문에 레시피가 저작권 보호 대상은 아니다. 다만 영업비밀에 부쳐진 레시피라면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로 보호받을 가능성이 있다. 맛집에 소개된 음식점 주인이나 개발자들이 식자재와 재료를 감추고 음식 제조과정을 한사코 보여주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주관적인 맛의 차이를 인정하지만 오랜시간 음식 맛을 창작한 원조 음식의 노력과 가치를 인정하고 싶어한다. 음식 마케팅보다는 음식과 맛으로 먹는 즐거움과 이야기를 제공해주면서 맛있는 먹거리에 진심인 '원조'들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소비자들이 '돈쭐내는 가치소비'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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