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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시대를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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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시대를 열어가자!
  • 조연행 기자
  • 승인 2013.08.30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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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금융소비자 권익보호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많은 국가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많은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G20는 ‘금융소비자보호원칙’을 세웠고, 세계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공표하여 세계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생색내는 ‘기구조직’에만 몰두하고 있다. 소비자입장에서 금융소비자의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금융소비자의 문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정보의 비대칭성, 불공정한 약관, 금융사의 불공정한 거래, 소비자피해 보상의 어려움, 금융감독당국의 업계 편향적 정책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금융상품이 소비자에게 어렵다고 하는 것은 공급자들은 전문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것 보다는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판매자 뿐 만 아니라 금융사들도 불리한 내용은 숨기거나 감추고, 장점은 크게 부풀리거나 앞으로 내세우기 일쑤다. 대표적인 것이 백수보험, 변액보험, KIKO 상품, 저축은행 후순위채 등이다.

둘째, 불공정한 약관 때문이다. 금융상품약관은 어렵고 복잡하다. 대개 금융상품의 약관은 금융사가 만들어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받아 사용한다. 특히 표준약관은 금융업계가 안을 만들어 주고 금융감독원이 받아들여 제정한다. 이때 소비자는 만들어 지는 지도 모르고, 소비자 측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금융감독원도 산업측면을 우선 고려하지 소비자권익을 우선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금융상품의 약관은 금융사와 소비자간 갑을관계의 약관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셋째, 금융사의 불공정한 거래 때문이다. 우리나라 금융 사업에 대한 진입은 엄격히 규제되어 있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움켜쥐고 막강한 자본력과 로비력이 있어야 진입이 허용된다. 그래서 거의 전부가 그룹사나 대기업이 진입해서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독과점체제는 담합의 유혹이 크다. 가격 경쟁보다는 담합으로 얻는 이득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은행의 CD금리담합, 증권사의 단기채권이율담합, 보험사의 예정이율담합, 변액보험 수수료, 보증이율담합 등 이것도 부지기수로 많다.

담합으로 적발되면 과징금으로 회사별로 수백억 원씩 내면 그만이지만, 전체 소비자피해규모는 몇 조 단위로 피해금액이 엄청나다. 소비자피해가 엄청난 만큼 반대로 금융사 이익은 해당금액 만큼 이득을 볼 수는 것이다. 근저당권 설정비 소비자전가피해는 7조원정도 되고 생보사 이율담합의 피해금액은 17조 원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회장

넷째, 소비자피해 보상의 어려움 때문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소비자피해는 피해자는 다수이고 피해금액은 소액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사 근저당설정비 소비자전가 피해도 그렇고 보험사 예정이율 담합 피해도 그렇다. 피해금액이 소액이다 보니 금융소비자들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기가 쉽지 않다.

피해자 개인적으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금융사 자체 민원으로 보상하거나, 금감원 외부 민원을 제기하여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게 손쉽게 보상해 주지 않는다. 따라서 개별 소송을 제기해서 법원의 결정으로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아야 하지만 소송의 실익이 없다. 청구금액보다 소송비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일한 피해자들끼리 모여 공동소송을 제기하지만, 자본력과 로비력으로 무장한 금융사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렵다.

다섯째, 금융감독당국의 업계 편향적인 정책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정부정책은 소비자보다는 산업 발전에 비중이 훨씬 더 크다. 거의 모든 정책은 금융산업의 발전에 집중되어 있고, 소비자는 그 다음이다. 소비자보호나 권익문제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금융감독 당국의 소비자민원 처리도 업계 편에 서서 처리 한다’고 금융소비자들이 하소연 할 정도다. 감독당국에 대한 소비자불만도 여기서 크게 늘어났다.

금융관련 모든 법과 제도 정책이 산업 위주로 짜졌기 때문에 소비자권익을 지키기는 매우 어렵다. 법과 제도와 정책에서 이미 ‘틀’이 짜여 있기 때문에 이 틀 안에서 ‘소비자권익’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금융소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단순하지 않지만, 이의 해결방안은 ‘소비자 중심의 사고, 소비자 중심의 법과 제도, 소비자 중심의 기구조직’에 답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에서도 금융소비자에 대한 정책은 별로 드러날 것이 없는 실정이다. 기업이 고객만족 또는 소비자중심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의 생존 자체가 어려운 것처럼, 금융 산업도 건실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의 수혜자인 소비자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금융소비자의 입장이 너무 소외되어 왔다. 정부가 하는 대로 말없는 다수는 정부의 정책에 말없이 그대로 따라왔다. 정부의 정책은 늘 금융산업의 보호가 금융소비자 보호보다 앞서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피해는 금융소비자가 감당해 온 것이다. 이제는 금융산업의 보호보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정책의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로 집단소송제도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금융소비자 피해는 앞서 살펴보았듯이 전체 소비자 피해금액은 엄청나지만, 피해자 개인당 피해금액은 소액인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개인 소비자가 권리구제를 받기 위해 소송을 수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소송비용이 받을 금액보다 더 들어가 ‘소송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함으로써 개개인이 소송해서 보상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비자단체가 대표로 소송하는 단체소송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둘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이다.

금융소비자 개개인은 손해배상을 위해 소요되는 시간, 노력, 금전을 모두 보상받기 어렵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여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품질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손해액의 3배를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한도로 정하려는 추세이지만 이 정도로는 미약하다. 10배까지 손해배상금을 늘려 소비자에게 악의적으로 피해를 입히다가는 망할 수도 있다는 ‘강력한 수준의 처벌’이 있어야지만 금융사 스스로가 사전에 소비자 피해예방에 주력하게 된다.

셋째, 입증책임을 전환시켜야 한다. 피해를 당한 쪽에서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가한 쪽에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을 ‘입증책임의 전환’이라 한다.

원래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경우에는, 가해자의 고의, 과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공해소송, 의료소송 등의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 과실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입증책임을 전환하여,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 과실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잘못 없음’을 입증하게 하는 추세이다.

금융소비자 피해의 경우도 의료소송 등과 마찬가지로 금융사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현재 공동소송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다. 모든 정보를 금융사가 갖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소비자는 이를 획득해 법원에 제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 금융사가 '피해를 입히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금융 옴부즈맨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피해자들이 보상받으려면 결국 법원으로 가는 길 뿐이 없다. 금융감독원도, 한국소비자원도 적극적인 중재를 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조정만 할 뿐이고 이마져도 금융사들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넘쳐나는 법원의 금융분쟁 소송을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줄여 간편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후적 분쟁해결 뿐만 아니라 동일한 사안에 대한 다른 피해자 동일적용, 사전적 소비자 문제해결 등 폭넓은 해결이 가능하다. 당연히 상사중재원 또는 공정거래위의 결정과 같이 1심의 판결 효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명실상부하게 세계 10대 경제 선진국이다. 하지만 산업의 혈맥인 금융산업은 그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금융산업은 정부가 직접관여 하는 관치금융의 오명을 쓰며, 모피아(Mofia)가 주도하는 지극히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치금융이 과거에는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고 보호하기는 용이하였는지는 몰라도 ‘금융소비자 권익’은 항상 뒷전에 물러나 있었다.

대부분의 금융사와 소비자간의 금융거래에서 소비자는 ‘을’의 위치에 있어 왔다. 하지만, 시대는 이미 ‘소비자주권(Consumerism), 소비자중심시대’이다. 소비자 없이는 공급자가 살아 남을 수 없다. 특히 요즘과 같이 SNS, 인터넷이 발달되어 정보의 소통이 활발한 시대에는 소비자의 신뢰를 져버려, ‘소비자가 뭉치기’만 하면, 금융사를 순식간에 위기에 처하게 할 수 있는 ‘소비자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일반 소비자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소비자중심’이 인식되고 있지만, 금융 분야에서의 ‘소비자중심’은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 소비자 중심의 법과 제도, 소비자 중심의 기구조직’으로 금융소비자시대를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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