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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끼, 문어가 아닌 오징어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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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코야끼, 문어가 아닌 오징어 사용?
  • 이득영
  • 승인 2023.04.24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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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를 사용하면 '오징어 볼' 로 명칭을 바꿔 사용해야 한다
자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비라이프/이득영 소비자기자] 붕어빵, 호떡, 떡볶이 등 한국에는 길거리 음식을 대표하는 간식들이 많다. 타코야끼 또한 그 중 하나이며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간식이다. 타코야끼(たこ焼き)란 문어를 뜻하는 ‘타코’와 구이를 뜻하는 ‘야끼’를 합친 말로 밀가루 반죽 안에 잘게 자른 문어와 파 등 각종 재료를 넣고 전용 틀에서 한 입 크기의 공모양으로 구운 후 전용 소스와 마요네즈, 가쓰오부시를 뿌려 먹는 일본 전통음식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길에서 팔리는 타코야끼에 문어 대신 통칭 가문어, 즉 대왕오징어가 쓰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왕오징어에 대해 한 번 자세히 살펴보자. 대왕오징어는 남미 훔볼트 해류에 서식하는 ‘훔볼트오징어’를 뜻하는데, 보통 가문어 혹은 대왕오징어라고 불린다. 이 대왕오징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오징어가 아닌 그 키가 성인 남성에 육박하는 거대한 오징어이다. 대왕오징어는 냉동으로 저렴하게 수입되는 탓에 중국음식점, 진미채, 분식집 등 다양한 식품업체에서 자주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 대왕오징어의 최대수입국 중 하나이며 사용량이 많은 국가에 속한다. 

이름에 문어가 들어가고 문어를 캐릭터로 쓰지만 실제로는 오징어가 쓰이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식에 맞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매체를 통해 수 차례 밝혀졌지만 아직도 이러한 관행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식약처의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름에 원재료명이 들어갈 경우 그 원재료는 제조 과정에서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그렇기에 이름에 문어가 들어가지만 실제로는 오징어가 들어가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결코 관행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법적 문제의 소지에도 불구하고 이 잘못된 관행은 계속되는 것일까? 그것에는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타코야끼의 타코 대신 오징어를 뜻하는 ‘이카’를 넣으면 이카야끼가 되는데, 이는 기존의 타코야끼와 전혀 다른 음식이기에 소비자가 정보를 혼동할 수 있다. 타코야끼는 조그맣고 동글동글한 문어볼의 모습을 했지만 이카야끼는 우리가 흔히 아는 오징어를 통으로 구운 음식이다. 이카야끼라고 하는 것은 모양과 형태가 맞지 않다. 

두 번째 이유는 문어 대신 대왕오징어가 쓰이는 곳은 주로 푸드트럭 및 노점상이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공산품 타코야끼에는 대부분 식품표시법에 맞게 실제 문어가 쓰인다. 하지만 푸드트럭과 노점상은 그렇지 않다. 법의 사각지대에 존재하며 고정된 곳에서 지속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 푸드트럭과 노점상은 관련 기관이 단속하고 관리하기가 어렵다.         
  
마지막으로 소비자가 타코야끼 안에 문어가 들어갔는지 오징어가 들어갔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타코야끼는 조그마한 크기로 보통 한 입에 먹는다. 그래서 안을 확인할 기회가 잘 없다. 더불어 문어와 오징어는 식감의 차이가 크지 않아 알아차리기 어렵다. 애초에 소비자가 대왕오징어라는 것을 인식하고 먹지 않는 이상 타코야끼 속 내용물이 오징어라는 것을 알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제조 과정에서 다른 재료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제품 명에 특정 원재료를 기입하고 특정 원재료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소비자 기만행위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오징어볼’ 등 대체할 수 있는 단어를 쓰거나 판매 전 문어가 아닌 오징어를 쓴다고 소비자에게 고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우리의 식품 문화도 정직하고 정당한 제조와 유통, 판매가 이뤄지도록 지혜로운 소비자가 변화를 만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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