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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침수전손차량 불법 거래 의혹, 대안은 '보험동산 이력 실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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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고발]침수전손차량 불법 거래 의혹, 대안은 '보험동산 이력 실명제'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2.09.2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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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부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차량 만 여대 이상이 침수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침수된 차량은 어떻게될까. 대부분은 손해에 따른 보상 후 수리 또는 폐차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손해사정을 거치지 않고 차량이 전손차량으로 불법 거래된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엔 불법을 알고도 묵인하는 대형보험사가 있다는 지적이 나와 시민단체와 보험업계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달 23일 보험사의 손해사정업무를 위임받은 차량대물손해사정업체가 보험처리된 전손(폐차) 침수차를 불법으로 거래하는 매커니즘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침수차 불법유통 근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상적인 침수차의 손해사정은 손해사정업체 직원이 현장에 출동해 정비 또는 폐차 여부를 결정하고 수리비산정내역서 또는 차량가액산정내역서 등 보험금 사정보고서를 작성 후 보험사와 차량소유주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예상 수리비가 자동차의 가액을 초과하는 경우 전손(폐차)가 결정된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대공원에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공원 주차장에 견인된 침수차 부근에는 보험사 보상지원센터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침수차를 견인해 모으고 있는 이들은 보험사 자회사 소속 차량대물손해사정업체와 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침수차량 소유주에게 폐차를 권유하며 차를 넘겨 받고, 침수차를 상, , 하로 분류한다. 상급은 침수 정도가 상대적으로 미미하고 시동이 걸려 조금만 손을 보면 운행이 가능한 차로 고가의 외제 차와 국산 신차종이 여기에 해당된다. 중급은 맑은 물에 침수돼 외관이 깨끗하고 엔진, 미션, 전기장치를 비롯한 중요 부위를 수리하면 운행이 가능한 차가 해당된다. 하급은 흙탕물과 각종 오물로 외형이 파손된 상태의 침수차가 해당된다.

 금융소비자연맹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이들이 정상적인 손해사정 없이 차량을 등급별로 나누고 침수차의 사진을 자신들이 운영 중인 비밀경매방에 매물로 올려 폐차업자에게 판매한다. 기존에 계약된 업체들이 침수차의 실물을 확인 후 비밀경매방에 접속해 가격을 제시하고, 가격을 가장 높게 부른 업체가 낙찰받는다. 상급은 하루, 중급은 2~3일, 하급도 3일 정도면 대부분 판매가 완료된다. 팔린 침수차는 당일 중으로 신속 출고되고 거래대금은 24시간 이내 입금을 원칙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손해사정위임업체는 침수차를 넘겨받기 위해 차주에게 일부러 폐차를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자체가 사유재산 침해의 위법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손해사정 없이 침수차를 모아서 파는 것에만 열을 올리다보니 수리하면 사용 가능한 자동차도 전부 손해(폐차)로 처리된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차주 몰래 관인계약서 없이 폐차업체에게 판매하는 이 행위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차량을 폐차처리하려면 보험업체가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한다. 보험사는 자동차와 같은 보상처리 물건의 가액을 모두를 지급하면 해당 물건의 소유권을 갖고 잔존물을 처분해 현금으로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차주와 보험업체는 관인 자동차양도계약서를 우선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관인 자동차양도계약서란 정확한 보상한도액과 언제까지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계약서다. 하지만 손해사정을 위임받았다는 이들은 자동차양도계약서 작성없이 차량을 먼저 인수해 경매에 붙여 폐차한다. 차주에게 보상처리를 해주겠다는 구두 약속만 하고 침수차를 모아 제멋대로 폐차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도 불법임을 알지만 차량을 구입한다.

 자동차관리법 제26조2를 보면 침수로 인한 전손 처리 자동차의 소유자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기간 내에 해당 자동차를 자동차해체재활용업자에게 폐차 요청하여야 한다. 폐차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자동차의 소유자뿐이다. 하지만 자동차양도계약서를 맺지 않았다면 소유자는 여전히 차주다. 손해사정업체가 임의적으로 폐차를 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인 것이다.

 

 또 보험사가 손상된 자동차와 폐차 대상 자동차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 보험회사 명의로 소유권 등록을 마친 후 제3자에게 매매해야 하는데 그 과정없이 폐차한 것이므로 역시 불법이다. 손해사정위임업체의 행위를 눈감아 주고 전손차를 넘긴 대가로 얻은 수익을 나누는 등 불법을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불법이므로 무자료 거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차량이 얼마의 가격으로 낙찰됐는지 알 수 없어 이후 차량손실보상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제기에 손해보험협회는 즉각 반박했다. 손보협회는 국토부 허가를 받은 폐차업자에게 전손침수차량을 일괄 폐차 처분하고 폐차이행확인제를 시행해 기한 내 폐차처리를 했는지 확인, 추적한다고 설명했다. 폐차인수증명서를 관리, 공유해 불법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침수전손차량 처리 과정을 볼 때 보험사가 침수전손차량을 불법 유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금융소비자연맹은 법률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질적으로는 불법 거래가 자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무등록, 무자료, 무보증으로 거래되는 중고차거래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보험동산 이력실명제도입을 제안했다. ‘보험동산 이력실명제는 보험 보상 처리가 완료된 뒤 손해보험업계가 인수한 보험동산(보험 가입된 자동차, 가구 등 부동산 외의 물건)을 판매자와 구매자의 실명과 거래 이력 등을 IT정보시스템을 통해 통합 관리함으로서 깨끗하고 투명한 거래를 보장하는 클린거래제도. 사고 자동차를 거래할 경우 자동차를 채권으로 확보해 보험회사가 유통에 직간접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소비라이프 편집팀 sobilife1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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