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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디지털?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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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디지털?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
  • 김수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2.08.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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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민은행
사진=국민은행

금융권의 비대면, 무인화 바람이 거세다. 유통가든 금융가든 직원이 있던 자리에 이제는 인공지능(AI) 상담원과 키오스크가 들어섰다. 아직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인데도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내세워 무인 매장을 늘리는 업체가 많다. 그 속에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소외되기 십상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지난 4년 동안 없앤 지점수만 500여개에 달한다. 그 자리에는 ‘공동점포’와 ‘디지털 점포’가 꾸려진다. 하지만 디지털 점포에 평소 대면 창구를 주로 이용하는 노년층이 적응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서울 시내에 존재하는 4대 은행의 디지털 점포는 총 10곳. 국민은행 1곳, 신한은행 6곳(디지로그 브랜치 미포함), 하나은행 1곳, 우리은행 2곳 등이다. 시중은행은 디지털화의 일환으로 무인점포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디지털 점포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은행마다 기기 같아도 화면 제각각
직원 연결 원해도 찾기 어려워

오프라인 점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은행마다 기기가 다르고 또 기기가 같더라도 화면이 다른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ATM에는 점자 표시, 음성 안내를 위한 이어폰꽂이, 직원을 호출할 수 있는 수화기, 숫자 버튼 등이 장착돼 있다. 유통가 키오스크에 비하면 장애인 고객을 위한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지능형 자동화 기기(STM)는 은행마다 같지 않아서 학습하기 어렵다. 시각장애인 A씨는 화면 구성이 은행마다 제각각이어서, 음성 안내를 받더라도 금방 익숙해지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실제로 STM에서 직원 호출을 할 수 있었지만 별도의 버튼이 없어 시각장애인에겐 접근성이 낮다. 

심지어 화상 상담 기기에 화면, 마이크, 펜, 이어폰 단자 외엔 아무것도 없는 경우도 있다. ATM·STM과 달리 입출금, 통장정리처럼 현금 발생·서류 필요 업무는 처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 기기를 이용하려면 상담원과 연결해야 하는데, 상담 시작 버튼이 터치 화면 하단에 별도로 있어 시각장애가 있다면 이를 찾아 연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심정섭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 실장은 “최근 들어 은행에서 신형 키오스크로 번호표를 주는 곳이 많아 시각장애인은 접근이 더 어려워졌다. 번호표조차 혼자서 받을 수 없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금융 서비스는 활동 지원가도 도와주기 어렵다. 자칫 금전적인 문제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행원이 서류를 대필할 수 없어 심지어 청원 경찰에게 부탁한 사례도 있다. 사람이 있어도 원활한 금융서비스가 어려운데, 점포를 줄이고 무인점포를 늘리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전환, 디지털 취약계층에 더 확실한 해답 필요
은행권의 목표는 디지털 전환이다. 하지만 이를 핑계로 무작정 기존 지점을 없애고 디지털 창구를 늘리는 사이 일부 소비자가 소외당하고 있다. 늘어나는 화상상담 창구만큼, 노년층의 금융 진입장벽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금융 취약계층에게 ‘화상상담이 가능하니 디지털 점포에 방문하라’는 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중은행들이 저마다 나름의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좀 더 확실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진 소비자기자 kkssjj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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