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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 샴푸 써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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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이 샴푸 써도 되나요?”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7.13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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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년층 소비자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샴푸가 있다. 별도의 염색 없이 머리를 감으면서 염색이 가능한 염색샴푸 ‘모다모다’다. 정확히는 모다모다사에서 지난해 8월 출시한 새치염색용 자연갈변샴푸 ‘프로체인지 블랙샴푸’가 그 주인공이다. 

국내와 동시에 미국과 일본에 출시됐고, 짧은 기간 내에 320만병 이상 생산되면서 해당 상품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불과 반년 만에 유해성분(1,2,4_THB)이 포함됐다는 지적과 함께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고, 식약처는 올해 1월 전문가위원회 회의를 통해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결론을 내렸다. 

네이버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네이버 쇼핑몰에서 판매 중인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3월 25일 국민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위원회가 추가적인 위해 검증을 통해 사용금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개선 권고를 내리면서 모다모다는 2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갖게 됐다. 현재 모다모다 샴푸는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식약처와 규제혁신위원회의 서로 다른 결정에 난감해진 것은 소비자들이다. 불과 한 달 사이에 뒤집어진 결정으로 안전성 논란이 있는 제품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 유전자 변이 일으키는 독성 물질? vs 한번에 100㎖이상 다량 사용 시 해당 

모다모다의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는 사과와 산소가 만나 갈변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사과 속에 있는 페놀성 화합물은 산소와 만나면 갈변하는데 이 성분을 샴푸에 넣어 머리카락 표면도 갈변하도록 만들었다. 샴푸에 폴리페놀 성분을 넣고 밀폐해 산소와 만나지 못하게 하고, 머리를 감을 때 산소와 만나면 산화하는 원리다. 개발자는 카이스트 화학과 이해신 교수다. 

기본적으로 염색약에는 산화제와 염모제가 들어간다. 산화제는 모피질 속 멜라닌을 파괴하고  그 자리에 염모제가 들어가 머리 색을 바꾼다. 모다모다 샴푸에는 산화제가 들어가지 않는 대신 촉매 역할을 하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 성분이 들어가는데 바로 이 성분이 논란의 대상이다. 

‘1,2,4-THB’ 성분은 유전독성이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가 ‘1,2,4-THB’을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물질로 평가했다. 때문에 EU 27개국(영국, 프랑스, 독일 등)과 싱가포르 등 아세안 10개국에서는 해당 성분을 사용 금지 성분으로 지정, 판매금지 조치가 이뤄졌다. 

식약처도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해당 성분에 대한 위해평가 연구사업을 시행했고, EU의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와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피부감작 및 약한피부 자극성 물질로 분류되고 잠재적인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이같은 결론에 따라 식약처는 올해 1월 THB를 첨가해 화장품을 제조하지 못하도록 고시했다. 하지만 3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식약처 고시에 개선 권고를 내리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식약처의 규제논리에 개발자 이해신 교수 측은 EU가 규제하는 것은 한 번에 100㎖이상의 다량 사용 시 해당하며, 30분 이상 오래 지속돼 THB성분이 두피 속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샴푸의 사용량은 1~2㎖로 사용시간이 짧고 씻어내는 상품이라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또 유럽에서는 금지됐지만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허용되는 성분이라는 점도 언급됐다. 더불어 이후 출시된 염색샴푸 제품은 THB 성분이 없다고 광고하지만 일시 염모제와 타르 색소를 고농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과, EU에서 고시하고 있는 유전독성 성분 중 상당수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1000여 개 샴푸와 염모제에 함유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식약처는 1년 내 평가를 완료해 사용금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관계자들은 해당 성분의 유전 독성을 검증하려면 세포, 동물, 인체 실험을 모두 거쳐야 하므로 1년 내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2년 6개월의 유예... “안전성 논란에도 소비자는 계속 사용”

식약처와 규제혁신위원회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자 소비자단체인 ‘미래소비자행동’은 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의 안전성 검토 결과에도 국내 생산제품이 없다는 이유로 사용금지목록에 등재하지 않은 식약처의 안일함으로 인해 소비자가 잠재적인 위험에 빠지게 되는 상황”이 초래됐고 특히 “규제개혁위원회가 단 한차례 회의로 식약처가 추진한 ‘1,2,4-THB 화장품 사용금지원료 지정’을 무산시킨 것”은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며 비판했다. 결국 안전성 논란이 여전한 제품을 소비자는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사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권익포럼, 미래소비자행동 등 소비자단체와 최연숙, 김성주, 최혜영 국회의원 등이 해당 성분의 위해성 논란에 대해 토론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모다모다 측이 토론 패널 다수가 해당 성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점과, 경쟁사 패널이 참가한다는 소식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토론회가 무산됐다. 

현재 해당 상품은 한시적이지만 온라인을 통해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인기도 여전하다. 지난 4월 진행된 두 번의 홈쇼핑 방송에서는 약 3만개가 팔렸다. 유해성 논란에도 여전히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홈쇼핑 관계자의 말. 

인기를 증명하듯 모다모다 이후 염색샴푸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려 더블이펙트 블랙샴푸’를 출시했다. 5월에는 LG생활건강이 새치케어 샴푸 ‘리엔 물들임’을, 같은 달 일동제약도 염모 기능을 갖춘 ‘프로바이오틱 컬러 피그먼트 샴푸’를 출시했다. 

후발주자들은 자사 제품에는 논란이 된 ‘1,2,4-THB’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염색 반응을 일으키는 성분이 피부에 좋을 리는 없다며 샴푸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도 두피를 자극하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완벽하게 안전한 성분은 없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모다모다를 포함해 용량과 빈도, 노출 기간에 따른 염색샴푸의 안전성 문제를 철저히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한 소비자는 “유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곧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두고 검증한다는 게 과연 적절한 조치인지 모르겠다”며 모다모다뿐 아니라 다른 염색샴푸도 유해성 여부를 정확하게 밝혀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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