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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미국이 쏘아올린 금리인상 포탄... BIS자기자본비율과 지급준비제도 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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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미국이 쏘아올린 금리인상 포탄... BIS자기자본비율과 지급준비제도 조절해야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7.12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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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하 물가)을 조절하기 위해 미국이 쏘아올린 금리인상의 포탄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에서 금리를 예상과 달리 자이언트스텝(0.75%p)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한 유럽의 움직임은 재빨랐다. 

언론은 방송보도와 신문기사를 통해 원유가격과 원자재가격, 곡물가격을 언급하며 물가인상을 이야기한다. 자칫 원유, 원자재, 곡물의 가격이 오르기에 때문에 물가가 오른다고 오판하기 쉽다.

물론 고정된 수요가 있다고 가정하고 원유의 채굴량이 감소하고 원자재의 생산이 감소하고 곡물의 작황이 좋지 않는 등 공급이 줄어서 물가가 상승할 수도 있다. 반대로 고정된 수요에 공급이 늘어서 물가가 하락할 수도 있다.

현실은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인식해야할 상황이 있다. 지금의 금융상황은 공급의 변화에 따라서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물가가 오르는 것은 원유가격이 오르거나 금을 포함한 원자재가격도 오르고 곡물가가 올라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공급과 수요가 동일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통화량이 증가해서 물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핑계일 뿐이다. 이미 밀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으로 인해 많은 곳에서 밀농사를 짓고 있다. 앞으로 밀은 생각보다 가격이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곡물가격과 연동되는 사료가격도 예상보다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통화다. 통화량을 줄인다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고 경기침체의 정도를 줄일 수 있다. 통화량를 줄이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는 것인데 꼭 금리를 인상하는 것만이 방법일까? 금리인상은 전 세계 가계(일반서민)에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기에 최대한 늦춰야하는 방법임에도 연준은 금리인상을 선택했다. 자본주의 맹주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금리인상이 아니라면 넘쳐나는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까? BIS자기자본비율(이하)을 올리고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방법이다. 금융위기가 언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은행을 거래하는 금융소비자를 위한다면 ‘뱅크런’ 같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은행의 지급준비율(이하)을 올려 준비금을 더 늘리고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런 정책은 자연스럽게 통화량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인상해야할 금리의 인상폭은 줄어들고 전 세계 가계의 부담은 감소하게 된다. 그럼에도 미국은 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금리인상을 선택했다. 

이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명료하다. 첫 번째는 은행의 돈벌이를 위해서다. 은행의 유일한 돈벌이는 대출이다. 금융소비자가 예금을 맡기면 일정 금리를 주고 은행이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가 은행의 수익이 되는 것이다. 예금자가 돈이 맡기면 바로바로 대출자를 찾아 돈을 빌려줘 수익을 발생시켜야 하는데 BIS자기자본비율과 지급준비율을 높여버리면 은행이 수익을 내는 도구가 줄어들고 수익도 감소하게 된다. 

은행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미국은 가계에 적용되는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은행이 거둔 수익은 결국 은행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자본가에게만 돌아간다. 연준이 권력을 이용해 금리를 올리고 서민의 이익을 소수에게 집중시켜주는 만행을 저지르는 것을 미국 정부는 방관하고 있고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금리인하 뒤에 오는 금리인상기에는 가계가 계속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위기가 올수록 서민만 가난해지는 이유다. 

또 하나, 위에서 언급한 비슷한 이유로 금리가 높아질수록 경제적으로 약한 고리를 가진 국가가 위기를 맞는다. 특히 세계통화시장에서 달러($, USD)와 경쟁관계를 가지고 있는 유로(€, EUR)존은 달러의 금리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하고 있다.

경제의 독립성이 강한 다(多)국가 연합체인 EU는 구성 국가 중에서 어느 하나라도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같은 권역에 있는 국가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연합 내에서 구성원의 경제 위기가 심해지면 통화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서 달러의 가치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달러패권이 유지될 수 있는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가장 안정된 경제구조를 갖춘 독일과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국가들과의 금리 격차(특히 이탈리아)에 집중하고 있다. 

연준의 회의가 열리기 전 ECB(유럽중앙은행)는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이탈리아를 비롯한 PIGS회원국 국채금리가 급등에 따른 대응을 위해 시장의 안정화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 금융시장에서 투자자 공포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상태다. 
 
유럽금융시장 입장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미 연준의 행태는 적의 공격으로 간주된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ECB도 어쩔 수 없이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는 했지만 부채가 많은 국가를 지원할 방침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리가 크게 오르면 채권거래시장은 참여자들에게 불안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인상되는 상황을 야기하고 스프레드가 더 벌어지게 만들 것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금리가 4%를 넘어설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만들 수 있기에 유로존 참여 국가와 세계금융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유로 존은 불안해지고 미국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금리인상은 많은 나라를 힘든 환경에 놓이도록 만들었다. IMF의 지원을 받아들이는 나라가 늘고 있는 게 그 증거다. 누군가의 불리(不利)는 누군가의 유리(有利)를 만든다. 만고의 진리다. 이 상황을 만든 미국에게 상대를 공격해 항복을 받아내기 좋은 여건이 조성됐다.  

7월에 열릴 FOMC에서도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자이언트 스텝이냐 빅스텝이냐의 선택만 남겨둔 상태다. 결과에 따라 세계의 금융시장이 좀 더 오랜 시간동안 큰 혼란을 겪을 거라고 예상된다. 많은 국가들이 힘들겠지만 우리는 이겨내야만 한다. 

정부당국은 정신 똑바로 차려서 금융시장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이번 금융시장의 혼란을 잘 넘겨야만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다. 한국은행을 필두로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이 협력해서 잘 버텨내야 하는 이유다. 우리 독자 분들도 잘 버티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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