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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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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2.03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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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 작가 신작 “이태원 러브레터”
91통 편지에 담긴 당신을 향한 응원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 않은 2022년 겨울. 당신의 봄날을 응원하는 러브레터가 곧 도착할 예정이다. 

《당신은 특별합니다(2017)》, 《북두칠성 브랜딩(2018),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2019), 《이젠 휘둘리지 마!(2020)에 이르기까지 매년 ‘퍼스널브랜딩’과 살면서 느끼는 깨달음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선보이고 있는 김정응 작가가 올해 다섯 번째 신작 《이태원 러브레터(새로운 사람들)로 독자를 만난다.

《이태원 러브레터는 2019년부터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3년간 소비라이프에 [김정응의 LOVE LETTER]라는 이름으로 실린 91통의 칼럼을 엮은 편지에세이로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와 응원의 의미를 담았다.

신작 발간을 앞두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정응 작가를 만나 그의 글쓰기와 퍼스널브랜딩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는 지난달 19일 작가의 서울 이태원 집필실에서 진행했다. 

이태원, 톨스토이, 퍼스널브랜딩까지

이슬람 사원의 새하얀 모스크 끝자락이 창 밖으로 보이는 그의 집필실은 이태원 중심가에 위치하고 있었다. 작가의 서재로는 다소 의외의 장소란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편 작가란 다종다양하고 이질적인 것들 속에서도 자기만의 관점을 끌어내는 사람들이란 점에서 제법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서재에는 책들이 빼곡했다. 카프카, 톨스토이, 제인오스틴 등 문학작품을 비롯해 철학, 경제서 등 종류가 다양했다. 작가는 최근 문학 속 등장인물을 퍼스널브랜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칼럼을 ‘문학뉴스’에 연재하고 있다. 몇 십년간 직장에 몸 담았고, 지금도 한 기업의 컨설팅 일을 하면서 책은 언제 읽고 또 글쓰기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지난달 19일 이태원 집필실에서 김정응 작가의 모습. ⓒ박지연

오랫동안 광고와 관련된 일을 하셨는데 원래 책읽기나 글쓰기를 좋아하셨나요?

“아니에요. 50이 넘어서야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문학을 파고들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아요. 엘지애드에서 임원이 되고,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뭔가 허전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책을 읽어보라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는데 읽다 보니 괜찮아지고, 또 자꾸 읽다 보니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잠시 겸임교수로 있던 곳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주려고 글을 썼다. 그걸 본 학생들이 책을 내보라고 응원했고 그렇게 첫 책 당신은 특별합니다》가 세상에 나왔다.

책을 내는 일은 분명 기쁘고 뿌듯한 일이지만, 엄청난 비판과 비난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기도 했다. 주위 사람으로부터 뭐 그런 걸 썼느냐는 핀잔과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이미 그는 글쓰기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그의 두 번째 커리어가 시작됐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후반기를 고민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해오던 브랜딩작업을 ‘퍼스널브랜딩’으로 발전시키고 퍼스널브랜딩이란 개념을 글쓰기와 강연으로 부지런히 알리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글쓰기가 곧 퍼스널브랜딩의 방법인 셈이다. 목표도 세웠다. 매년 책 한 권을 내겠다는 목표인데 다섯 번째 책이 나왔으니 목표를 향해 순항 중인 셈이다.

이름을 가진 이상 사람도 브랜드

그의 삶에서 ‘브랜딩’이라는 콘텐츠를 빼놓고 얘기하긴 어렵다. 글쓰기든 강연이든 퍼스널브랜딩이 중심에 놓인다. 브랜딩은 많이 들어봤는데 퍼스널브랜딩이란 뭘까. 그가 수십 수백 번도 더 받았을 질문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브랜딩의 개념을 개인(사람)에게 적용하는 겁니다. 우리가 아는 브랜딩은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지만 그 방법을 인간에게 적용해도 기본적인 구조는 거의 같습니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의 성공 요인이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을 가만히 살펴보니 퍼스널브랜딩을 알았든 몰랐든 브랜딩 감각을 갖고 꾸준히 스스로를 브랜딩화해서 성공한 사람들이더라는 겁니다.”

성공? 성공이란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우리 모두 성공을 원하지 않는가. 대체 퍼스널브랜딩은 어떻게 하는 걸까.

“자기 고유의 것을 가지고 승부를 보는 게 브랜딩입니다. 남들이 가진 걸 부러워만 하지 말고, 자기가 안에서 찾아야 합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빠른 해결책을 기대했던 마음에 아쉬움이 남았다. 김정응 작가는 강연에서도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지만 자신은 퍼스널브랜딩이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집중해서 전달한다고 말했다.

“자기만의 것, 고유함, 나만의 강점, 개성, 특별함... 결국은 자기가 압니다. 좋은 방법은 자기의 장점을 쭉 써보는 겁니다. 외모에서부터 보이진 않지만 머릿속에 있는 것, 살아온 길, 내가 가진 비전과 꿈... 모든 부분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깥 눈치를 보다 보면 자기가 원하는 걸 잘 못 찾는데 자신을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잡고 거기에서부터 의미창출을 해 나가면 됩니다.”

그는 스타벅스를 예로 들었다. “브랜드는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됩니다. 브랜드 리얼리티, 브랜드 아이덴티티,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스타벅스의 리얼리티는 커피를 파는 곳입니다. 이미지는 스타벅스를 떠올릴 때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무언가인데, 초록색 사이렌의 모습을 떠올릴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아이덴티티는? 스타벅스는 스스로를 무엇이라고 규정하나요. 스타벅스는 자신들을 커피가 아닌 문화를 파는 곳으로 규정합니다.”

국내에서만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은 스타벅스에 가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간과 서비스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다. 무엇보다 스타벅스는 내 취향을 존중한다. 커피가 마시고 싶지만 카페인을 피하고 싶다면 디카페인 커피를, 라떼를 원하지만 우유가 부담된다면 두유라떼와 오트밀라떼 중 선택하면 된다.  혹여 실수로 다른 음료를 주문했더라도 스타벅스라면 기꺼이 다른 음료로 바꿔 줄 것이다. 오랜 시간 업무를 봐야한다면, 당연히 스타벅스로 가야 한다. 스타벅스에서는 방해받지 않을 테니까. 이런 믿음이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커피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타벅스의 아이덴티티는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서비스와 공간 경험을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로 삼고 반복적으로 노출하면서 꾸준히 홍보하고 신뢰를 쌓아왔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체성을 소비자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명품브랜드가 된다. 팬덤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는 개인도 자신을 드러내는 상징을 만들고 그것을 꾸준히 퍼트리는 방식으로 퍼스널브랜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랜딩이란 간단히 말하면 상품이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하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하고 관리하면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더 펼칠 수 있고 명품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는 퍼스널브랜딩이란 유명하거나 특정한 누군가만 해야하는 게 아니라 누구나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은 자신을 표현하기 좋은 시대다. 1인 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원하면 퍼스널브랜딩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브랜딩이 왜 중요하냐면 자신을 브랜드로 생각하는 순간 꿈을 갖게 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의 시작은 내가 되고 싶은 무언가를 상정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자기가 되고 싶은 모습, 닮고 싶은 무엇, 바라는 바를 염두에 두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 곧 삶이자 퍼스널브랜딩이죠. 그러므로 퍼스널브랜딩은 당신이 어떤 자리에 있든 상관없이 할 수 있습니다. 사람도 이름을 가진 이상 브랜드입니다.”

ⓒ박지연
ⓒ박지연

편지는 진정성을 담는 최적의 도구
이어 작가 자신의 퍼스널브랜딩 과정 중 하나인 글쓰기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한 지 몇 년 만에 그는 어떻게 다섯 권의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신작 《이태원 러브레터》는 제목처럼 편지로만 엮은 책이다. 편지 예찬론자로 알려진 그는 모든 글을 편지로 시작한다. 객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글이라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수정을 하더라도 일단은 편지 형식을 빌린다.

“편지가 가지고 있는 ‘진정성’이라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편지는 형식이 없다고도 할  수 있죠. 결론부터 얘기할 수도 있고 두서없이 얘기하고 나서 “아... 미안해” 할 수도 있잖아요. 그만큼 자유롭고, 가깝죠.”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오로지 편지를 받을 그 사람만을 생각하며 쓴다. 마음의 중심이 상대에게 가 있으므로 자연스럽게 상대의 주변 상황, 어려움, 고민에 대해 떠올리게 된다. 그의 글이 따뜻하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유다.

편지쓰기는 나의 속내를 가장 많이 드러내는 글쓰기.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상대방을 나의 마음속에 담아 놓습니다.... (중략) 편지를 쓰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요. 이럴 때일수록 편지는 효과적입니다. (‘“지수야, 엄마가 미안해”’ 중)

오랜 시간 광고판에 몸을 담았던 작가는 “광고도 결국 편지”라고 말했다. 광고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보내는 편지다. 진정성이 중요한 시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광고의 성공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제대로 가 닿으려면 상대방을 중심에 놓으라는 말처럼 들렸다. 

무엇보다 편지를 사랑하게 된 데에는 편지에 얽힌 좋은 추억이 크게 작용했다.

“저 어릴 땐 군인에게 위문 편지를 보내고 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위문 편지를 썼는데 그게 연(緣)이 돼 몇 번 편지가 왔다갔다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 군인이 학교로 날 보겠다고 찾아온 겁니다. 그래서 교장선생으로부터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웃음) 근데 재밌는 건 당시 상대는 저를 여학생으로 알았다는 겁니다. 또 군대에서는 선임들의 연애 편지를 대신 써주면서 편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었고요.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것도 편지 덕을 봤습니다.”

편지와 얽힌 좋은 추억이 많다 보니 그는 자연스럽게 편지를 좋아하게 됐고, 지난 2019년에는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라는 책을 냈다.

다정한 친구를 향한 안부이자, 때로는 연인을 향한 뜨거운 고백인 ‘편지’를 주제로 1장 ‘내 인생의 편지’에서는 편지에 얽힌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했고, 제2장 ‘J에게’는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 말을 건네 듯 에세이를 실었다. 제3장 ‘문학과 편지’에는 국내외 문학 속 편지의 면면을 훑었다. 

여기저기 의미 없이 흩어져 굴러다녔던 인생의 구슬들이 편지로 인해 하나의 보배에 가까운 인생으로 꿰어졌다.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中)

이 책은 ‘디지털에 둘러싸여 무심코 잊었던 아날로그의 따뜻한 감성을 일깨운다’는 평과 함께 소통이 어려운 시대에 진정한 소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는 독자 반응을 일으켰다.  

작가는 언젠가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라는 책이 역주행해서 베스트셀러가 될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웃으며 앞으로 출간하는 모든 책을 편지로 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정응이라는 이름 역시 편지로 글쓰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편지는 그가 택한 가장 효율적이고 진정성 있는 소통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넓게 보면 메일, 문자, 톡 모두 편지”라는 그의 말처럼 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편지’라는 형식이 아니라 오늘날 편지라는 형식을 잊게되면서, 상대방을 마음에 두지 않은 채 자신의 말만 하려고 하는 불통에 관한 것은 아니었을지.

오는 2월 10일, 그의 다섯 번째 편지 《이태원 러브레터》에는 또 어떤 위로와 사랑이 담겼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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