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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다른 이름은 ‘서울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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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다른 이름은 ‘서울공화국’
  • 이세은 소비자기자
  • 승인 2022.02.04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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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교육, 문화... 모든 게 서울 중심
일자리, 의료 등 시설·서비스 격차 커
제주지역 배송비 육지 보다 6배 비싸
비수도권 거주시 느끼는 불편 여전해

[소비라이프/이세은 소비자기자] 현재 우리나라의 상급 종합병원은 45개다. 이 중 14개가 서울에 있고 8개가 경기도에 있다. 나머지 절반은 전국에 흩어져 있다. 

제주도에는 상급 종합병원이 단 하나도 없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지방소멸 위기지역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서울의 종합병원 접근성은 2.85km지만, 강원도의 상급종합병원 접근성은 30.47km, 경남은 31.54km로 서울의 10배가 넘는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사회 전 분야의 인프라(사회적 생산기반)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우수한 일자리와 교육기관은 물론 상급종합병원과 각종 문화시설까지 오로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보니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직접 들어본 지방의 현실은 더 심각했다. 제주도에 거주 중인 택시 운전기사 A씨는 지방의 현실에 대해 “제주도 젊은이 대부분 육지로 나간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관광하기에 좋은 곳이지만 생활하기 좋은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타지로 이동하기도 힘들고, 일상에서 즐길만한 것도 별로 없다.

특히 일자리가 없다. 관광, 식당 등을 제외하면 돈 벌 방법이 별로 없다. 그나마 제주도에 남은 젊은이들은 은행이나 공무원 같이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는 경우다.  

A씨는 무엇보다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가장 불편한 건 ‘의료’라고 강조했다. 큰 병에 걸려도 제주에서는 제때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건강검진은 물론이고 집중 치료를 받으려면 서울로 가야한다.  

제주도에 정착하고자 육지에서 내려온 사람들 중 못 버티고 1~2년 안에 육지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의료, 교통, 택배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게  A씨 설명이다. 

단적인 예로 제주지역 배송비는 육지에 비해 평균 6.1배 높다.(2020년 제주도 발표 ‘도서지역 특수배송비 부담 실태조사 보고서’) 이를 제주가 아닌 다른 도서지역으로 확대하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부족한 문화시설도 아쉬운 점이다. 2020년 문체부 자료에 따르면 지역별 등록 공연장 수는 서울 379개, 인천 42개, 경기 160개 등이었으나 광역시임에도 울산은 26개, 광주 31개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공연장 수가 가장 적은 곳은 제주로 단 4곳이었다. 

지난 한 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펜텀, 마리앙투아네트, 엑스칼리버, 레베카 등을 선보인 뮤지컬 제작사 ‘EMK’는 다섯 작품 중 2개 작품만 지방에서 선보였다. 그마저도 부산ㆍ성남ㆍ대구ㆍ대전ㆍ전주에서만 공연했다.  

지방에 살면서 뮤지컬을 보려면 공연 비용 보다 많은 부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우선 교통비와 식사비가 발생하고, 주로 저녁에 공연을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하루 묵는 게 불가피해 숙박비 부담까지 더해진다. 한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최소 하루나 이틀의 온전한 시간이 필요한데 이 모든 조건을 감당하며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남에 거주하는 B씨는 “서울까지 가서 공연을 보는 건 어렵고, 지방에서 공연할 때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꼭 관람하는 편이지만 취향에 맞춘 관람이라기보다는 본다는 자체에 의미를 두는 편”이라고 전했다.

‘교육정보’에서도 지역별 격차는 크다. ‘입시는 전략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입시에서 정보의 중요성은 크다. 하지만 지방에 거주하며 양질의 정보를 얻는 건 쉽지 않다. 입시박람회나 논술특강 같은 교육 설명회는 주로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C씨는 “신입생 때 친구들과 유명 인터넷 강의나 공부 경험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는데 현장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는 친구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진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수능 등급에도 드러났다. 2020년도 수학능력평가 영어영역(절대평가 시행으로 등급별 비율 제한 없음)에서 서울 응시자의 1등급 비율은 9.4%였으나 지방 응시자의 1등급 비율은 충북 2.6%, 경남 3.4%, 전남 3.6%, 강원 3.6%, 충남 3.8%에 그쳤다. 

이처럼 시민들이 체감하는 지역별 격차는 이전과 비교해 나아지기는커녕 그대로이거나 되레 더 벌어지고 있어 지역별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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