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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혼라이프, 또 하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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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혼라이프, 또 하나의 ‘선택’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1.0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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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사는 연예인들의 관찰카메라 <나 혼자 산다>가 등장한 지 벌써 10년. 오늘날 세 집 중 한 집이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혼자 사는 이유는 개인 수 만큼 다양해지고 있고 이전처럼 혼자 산다고 해서 가난하고 외로운 것만도 아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 혼자 하는 운동, 혼자 즐기는 취미 등 혼자 사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신은 혼자, 오래 삽니다”
혼자 살기를 원하든 원치 않든 생애 주기 동안 누구나 한 번쯤은 1인 가구가 될 확률이 아주 높아졌다. 이전처럼 가족이 한 개인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고, 개인을 삶의 중심에 두는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독립적인 생활을 원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혼자 사는 이유도 갈수록 다양해져 청년은 미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과 같은 공식도 깨지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혼라이프를 택하고, 또 예상치 못하게 혼자가 되기도 한다.

한 빅데이터 전문가는 자신의 저서(송길영, ‘그냥 하지 말라’)에서 앞으로 다가올 변화의 상수 3가지를 이렇게 정리했다.  

“당신은 혼자삽니다”
“당신은 오래삽니다”
“당신 없이도 사람들은 잘 삽니다” 

이 세 가지 명제를 대입해보면 이렇다. 이미 혼자 사는 당신은, 앞으로도 혼자 살 가능성이 높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오래 살 것이므로 “당신은 혼자 시간을 보내며 오래 살아야한다”는 말. 이건 유토피아의 시작일까, 디스토피아의 서막일까. 

세 집 중 한 집 
1인 가구는 얼마나 늘었을까. 이 드라마틱한 그래프를 보라(아래). 1인 가구의 증가와 4인 가구의 감소가 분명하게 보인다. 

1990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9%를 차지했다. 이후 꾸준히 늘어 1995년에는 12.7%로 증가했고 그로부터 10년 후인 2000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27.2%로 90년과 비교하면 세 배 정도 늘었다. 2019년 드디어 30%를 넘어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됐고,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구 형태다.  

최근 통계치를 보면 2020년에는 전체 가구의 31.7%, 664만 3000가구가 1인 가구로 드러났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혼자 살고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아직 세대 분리가 되지 않은 인구와 곧 독립을 앞두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1인 가구는 훨씬 많다.

혼라이프 선택의 이유는 각양각색
혼자 사는 664만 3000가구 중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20대가 19.1%로 가장 많고, 30대(16.8%), 50대(15.6%)와 60대(15.6%), 40대(13.6%) 순이었다. 여자는 60대 이상 고령층(45.1%) 비중이 높고, 남자는 30~50대(56.9%)의 비중이 높은데 성별에 따른 1인 가구의 연령대에 차이가 있다.  

30~50대 남성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이유는 늦어지는 남성 초혼 연령과 증가하는 이혼율로 인한 것이며, 60대 여성의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이유는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서라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연령대별 1인 가구 사유는 40대까지는 본인의 학업·직장, 50~60대는 이혼, 70세 이상은 배우자의 사망이 가장 큰 사유였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이유는 개인의 수 만큼이나 다양해지고 있고, 이전처럼 혼자 산다고 해서 가난하고 외로운 것만도 아니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관찰카메라 MBC <나 혼자 산다>는 2013년 방영을 시작해 여전히 방영 중이고, 2016년 나온 SBS <미운 우리 새끼>도 혼자 사는 중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인기를 얻고 있다.   

프로그램 속 연예인의 모습이 일반적인 1인 가구의 생활과는 차이가 있어 논란이 되기도 하지만, 두 프로그램이 여전히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공감대를 얻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혼자 먹는 밥, 혼자 떠나는 여행, 혼자 하는 운동, 혼자 즐기는 여가 등 혼자 사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세계적 추세 
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는 증가세다. 유럽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 대다수 선진국에서 1인 가구는 1960년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 유럽 내 1인 가구 비율은 2018년 기준 34% 정도로 상당히 높다. 국가별로 보면 스웨덴 56.6%, 독일 41.9%, 프랑스 36.0% 영국 29.0%가 1인 가구며, 도시의 1인 가구 비율은 스웨덴의 경우 60%를 훌쩍 넘는다.(2018 유럽연합 통계)  
이들은 어떻게 1인 가구를 지원할까. 복지가 잘 구비된 스웨덴과 덴마크 등 유럽 국가는 주거와 세금 지원, 공동체 적응에 초점을 맞춰 1인 가구를 지원하고 있다. 1인 가구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대한민국도 1인 가구에 대한 주거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연소득 2,162만원 
12.1평 이하 거주

2019년 1인 가구 연 소득은 2,162만원으로 전체 가구(5,924만원)의 36.5% 수준에 불과했다. 1인 가구 10가구 중 약 8가구는 연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고, 약 3가구는 연소득이 1000만원 미만이었다.

2020년 10월 취업 중인 1인 가구는 370만 가구로 59.6%가 일을 하고 있었으나 10가구 중 약 4가구는 노동 소득이 없었다. 

또한 1인 가구의 평균 주거면적은 46.2㎡로 전체 가구 평균 주거면적 68.9㎡의 67.1% 수준이었다. 2018년 이후 1인 가구 중 주거면적 40㎡이하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나, 2020년 1인 가구의 주거면적은 40㎡ 이하가 50.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60~85㎡(16.7%), 40~50㎡(13.5%) 등의 순이었다. 

누구에게나 돈은 중요하지만 혼자 살거나, 살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재정적인 자립은 더욱더 중요한 문제다. 1인 가구는 부양가족이 없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순간 극빈층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때 욜로(YOLO)와 플렉스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도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1인 가구라면 이런 문화를 가급적 멀리하라고 조언한다. 1인 가구의 특성상 소비성향이 강한데 경제활동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재정적인 대비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홀로여도 풍요로운 삶을 위해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우선 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필요없는 지출을 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소비를 하진 않는지 점검하자. ‘미래의 나’를 위해서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자신의 재정상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자. 자산(유동, 비유동)과 부채(유동, 비유동) 항목으로 나눠 구체적이고 정확한 재무상태표를 만들어보길 권한다. 

유동자산은 지금 당장 현금으로 바꿔 쓸 수 있는 돈을 말하고 비유동자산은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자산을 말한다. 비상금, 예·적금, 청약통장 등이 유동자산에 해당하고 전월세 보증금, 보험, 연금, 주식, 펀드, 자동차 등이 비유동자산에 해당한다. 

부채도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로 나눠서 정리해보자. 현금서비스, 카드값, 한시적으로 빌린 돈 등이 유동부채에 해당하며 당장 갚지 않아도 되는 학자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금 등이 비유동부채에 해당한다.

정리한 다음에는 주식투자에서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듯 자산과 부채의 비율을 얼마로 유지할지, 자산의 얼마를 안정적인 자산(예·적금)과 위험자산(주식, 펀드)에 투자할지 스스로 정해보자.

임금 생활자라면 생활비를 사용한 뒤 남은 금액을 저축하지 말고 저축이나 투자액을 먼저 정해두고 나머지로 생활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고 나서 저축은 어디에, 투자는 얼만큼 할지 하나씩 세부적으로 따져간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겠지만 하다 보면 돈에 대한 자신감이 붙고, 돈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보지 않을 수 있다. 혼자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이 올라감은 물론이다.  

금융감독원에서 제공하는 ‘나의 재무상태 진단’ 프로그램으로 재정 상태를 진단해 보거나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FINE) ‘금융자문서비스’를 활용해 재무 전문가로부터 1대1 맞춤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추천한다.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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