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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민원] “정보 부족에 돈 없는 게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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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민원] “정보 부족에 돈 없는 게 죄”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1.12.16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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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잡는 공유형모기지

 

A씨가 지난 2014년, 1억 6000만원을 대출받아 구입한 아파트의 가격은 4억원. 7년이 지난 지금 이 아파트의 가격은 10억원이 됐다. 아파트로 돈 벌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모르는 얘기다. A씨는 요즘 아파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손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한 게 화근이었다.  

공유형모기지는 생애최초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5년 이상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연 소득이 부부합산 6000만원 이하(생애최초 구입자는 7000만원)인 사람에 한해, 주거 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및 지방 5대 광역시, 인구 50만 이상 도시, 세종특별자치시 등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를 구입할 때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공유형모기지는 크게 손익공유형과 수익공유형으로 나뉘는데 문제가 되고 있는 손익공유형은 최초 5년 동안 연 1%, 이후 연 2% 고정금리로 주택가격의 최대 40%까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금융회사의 모기지를 포함하면 주택가격의 70%까지 대출이 된다. 

대출 기간은 20년 만기 일시상환 방식이며, 주택매각은 3년 이후부터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자금이 부족한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에게 낮은 금리로 주택 구입을 도와주는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다. 

이처럼 손익공유형 모기지는 낮은 금리로 주택안정을 도모하는 대신 차후 주택을 매매하거나 만기가 도래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한 만큼, 상승분을 주택기금과 나눠야 한다. 당초 매입가격과 매각 시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대출비율에 따른 차익을 주택기금에 반환해야 한다. 

A씨의 사례로 돌아와보자. A씨가 구입한 4억원짜리 아파트가 10억이 됐으니 차익은 6억원이다. 여기에 대출비율 40%를 곱하면 A씨가 나눠야 하는 금액은 2억 4000만원이다. 여기에 (원)대출금 1억 6000만원을 더하면 A씨는 총 4억원을 일시에 상환해야 한다. 

사는 동안 주택 가격이 그만큼 오른 것이니 그래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지 않냐는 질문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 문제가 없을까. 

10억 아파트를 매매해 대출금을 상환하고 나면 A씨에게 남는 금액은 6억원. 주변 아파트 시세가 너무 오른 탓에 이 금액으로는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 어렵다. 

문제는 집값이 빠르게 상승할 때다.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의 오름폭이 커지면서, 상환해야 하는 금액도 같이 커진다. 조금씩이라도 원금을 갚아나가고 싶지만 이 상품은 한 번에 원금과 차익을 상환해야 하는 상품이다. A씨의 소득이 이 상승분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상환금을 갚기 위해선 결국 집을 되파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해당 지역의 경우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확률은 거의 없다.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2013년부터 추진한 공유형모기지가 오히려 서민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손익공유형 모기지에는 정해진 상한선이 없다. 손익공유형 모기지를 이용한 사람들은 “원금을 마련해도 높아진 집값 때문에 대출을 상환할 수 없으며,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상환이 더 어려워진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은행권마저 권유하지 않는 이 상품(현재 손익공유형은 판매하지 않는다)을 두고 민원이 이어지자 정부는 애초에 이 상품은 투기가 아닌 ‘사는 곳’으로써의 집을 저리로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물론 목적도 기획도 인정한다. 하지만 급변화하는 주택시장이란 변수는 고려하지 못했다. 은행의 일반 대출을 이용했더라면 집값이 오른 만큼 자산도 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유형모기지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개인 차원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 제도를 이용한 사람들은 무주택자와 서민들이었다. 이들이 다시 무주택자로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과 실질적인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부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완화해야 할 책무가 있는 국가가 단지 책임을 방기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부의 불균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손익형 모기지는 사채금리보다 높은 반서민 금융상품으로 집값 폭등을 예상하지 못한 불공정 상품의 불완전 판매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나서서 주택에 투기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또 “서민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선 수익, 손익의 구분 없이 최고수익률을 낮추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보 부족에 돈 없는 게 죄”
손익공유형 모기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조섞인 말이다. 개인이 시장의 모든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수시로 변하는 주택시장을 파악하는 일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랐던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이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짐은 물론 부동산에 대한 일반 서민들의 무력감은 앞으로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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