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정책이슈] 수술실 CCTV를 바라보는 두 시선
상태바
[정책이슈] 수술실 CCTV를 바라보는 두 시선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1.07.03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박지연 기자]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안이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아직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이번 심의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한국환자협회는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서의 논의가 CCTV를 내부에 설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대책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한국환자협회는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법안심사소위에서의 논의가 CCTV를 내부에 설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대책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촬영된 영상의 열람 요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봤다.  

이번에도 무산된 수술실 내 CCTV 설치
수술실 내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이 지난달 23일 국회 첫 관문인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다음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즉시처리를 내세웠으나 국민의힘 등 야당이 신중론으로 맞선 것인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보류가 결정 난 당일 공식 성명을 내고 더 이상의 시간 끌기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논의는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당시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에서 상정되지 않은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된 후 2019년에도 안규백 더불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으나 심의도 거치지 못한 채 역시 임기 만료로 무산됐다. 지난해 김남국, 안규백, 신현영 의원이 개별적으로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금까지 네 번의 심의가 이뤄졌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진 못했다.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이번 심의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환자협회는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이번 법안심사소위에서의 논의가 CCTV를 내부에 설치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대책에 집중되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촬영된 영상의 열람 요건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고 봤다. 보건복지부도 공공의료기관은 의무 설치, 민간의료기관은 자율 설치에서, 수술실 내부 의무설치론을 지지하는 편으로 선회했다.  

지난달 6월 16일 국회앞에서 열린 수술실 내 CCTV설치 의료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 모습. 이날 기자 회견에는 노웅래 의원, 서영석 의원, 최혜영 의원이 참석해 관련법의 빠른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박지연

끊이지 않는 대리수술 논란
그간 비의료인의 불법 대리수술 문제는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14년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던 여고생이 뇌사에 빠지는 사건을 비롯해 2016년 성형외과 수술 도중 목숨을 잃은 고(故) 권대희씨 사건은 CCTV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얼마 전에도 인천의 한 척추병원에서 원장이 원무과장과 파트너로 외과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 광주의 한 척추전문병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 대신 절개와 봉합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인천, 광주에서 발생한 대리수술에 대해 국민께 사과한다는 뜻을 전하면서도, 이 문제가 수술실 CCTV로 해결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체 정화위원을 구성해 의료계 자정활동을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의사협회 대안에 대해 환자단체는 “의료계엔 자정능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수련의=무자격자 곡해 우려 
의료계가 수술실 CCTV를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대한의료협회는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게 되면 의료진이 상시 감시 상태에 빠지고 과도한 긴장이 유발돼 의료 행위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환자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소극적인 처치를 하게 되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CCTV 설치는 의사를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으로 인권 침해이며, 궁극적으로는 의료진과 환자 간 신뢰관계를 무너뜨린다고 주장한다. 또한 보안에 취약한 의료기관을 악성 해커가 노린다면 영상을 해킹 당할 우려가 있고, 환자의 신체가 노출되는 문제를 반대 이유로 든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입장문을 내고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반대했다. 무엇보다 전공의들의 수술 참여를 무자격자에 의한 행위로 곡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냈다. 수술실 CCTV가 전문의로서 갖추어야 할 경험을 쌓을 수 없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다. 더하여 오늘날의 의학교육이 처해있는 현실은 수련 중인 의사가 임산부의 분만을 지켜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 환자단체는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환자협회는 영상의 유출, 해킹에 대한 부분은 촬영 시 반드시 환자의 동의를 받고, 촬영된 영상의 확인은 조정·중재·수사·재판 등과 같은 법률에서 정한 특별한 목적으로만 사용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 CCTV가 전국 수술실 중 일부(14%)에 이미 설치돼 있고, 응급실에는 100% 설치돼 있다는 점을 들어 해킹은 반대 논거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CCTV가 신뢰를 무너뜨린다?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병원이 먼저 나서서 CCTV를 설치한 경우도 있다. 인천의 한 관절병원은 수술실 6곳 내부에 모두 CCTV를 설치해 환자 보호자가 수술실 상황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수술 영상은 한 달 뒤 폐기한다. 인근 병원에서 대리수술 파문으로 수술 취소가 잇따르자 환자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보호자는 “직접 볼 수 있어 안심되고 믿을 수 있었다”며 병원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CCTV 설치에 따른 심리적인 위축 우려에 대해 “CCTV가 있든 없든 수술하는 건 똑같다”며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우려와 달리 실제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체감 수준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앞선 사례처럼 CCTV가 의료진과 환자 사이의 신뢰를 무너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