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 뒤흔든 빌 황의 ‘아케고스 사태’... 파급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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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월가 뒤흔든 빌 황의 ‘아케고스 사태’... 파급 효과는?
  • 임강우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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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불러온 TRS 등 고위험 파생상품 이용해 500억 달러 투자
디폴트 후 주가 폭락... 국내 시장도 영향 끼칠까 ‘촉각’

[소비라이프/임강우 소비자기자] 지난 3월, 한국계 미국인 빌 황이 이끄는 아케고스캐피탈(Archegos Capital Management, 이하 아케고스)이 투자은행으로부터의 마진콜 요청에 대응하지 못하고 디폴트(Default)를 선언했다. 이에 아케고스에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주요 투자은행들이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해당 투자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또한, 투자은행들이 아케고스로부터 담보로 잡은 주식 종목들을 블록딜 형태로 대량매도하여 해당 종목들의 주가 하락이 잇따르고 있어 국내에도 그 영향이 미칠지 주목된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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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가 파산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직면한 마진콜에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증거금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마진콜(Margin Call)이란 투자자가 투자은행 등으로부터 증거금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요청받는 것이다. 아케고스는 투자 종목의 주가가 하락해 증거금이 부족해질 정도로 손실이 발생하자 자금을 차입한 투자은행들에 부족한 증거금을 추가 납부하는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케고스가 투자한 종목의 주가는 폭락했고, 결국 아케고스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디폴트를 선언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아케고스의 대규모 레버리지 거래에 대해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아케고스 사태’를 불러온 빌 황은 과거 헤지펀드 타이거 매니지먼트를 이끈 유명 투자자 줄리안 로버트슨의 수제자로 타이거 아시아 펀드를 운영하며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2012년 중국 은행과 내부거래 혐의로 기소돼 한동안 월가로 진입하지 못했다. 지난해 4월에서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빌 황의 금융거래 제한 조치를 해제하며 다시금 월가에 등장했다. 빌 황은 아케고스를 통해 비아콤CBS, 디스커버리 등 미국 미디어 회사와 바이두, 텐센트뮤직, RLX 테크놀로지, GSX테크에듀 등 중국 회사에 집중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보유자산이 100억 달러 수준인 아케고스캐피탈은 다양한 투자은행과의 TRS(총수익스와프, Total Return Swap)와 CFD(차액거래, Contract For Difference) 계약을 통해 500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TRS는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가 레버리지를 일으켜 아케고스에게 대출해 주고 매매에 따른 수익은 투자자가 부담하는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이다. 국내 라임 사태의 촉발 원인도 TRS로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증권사들은 라임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자 TRS를 통해 라임자산운용에 빌려준 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했고, 그 결과 모든 손실은 개인투자자에게 귀속됐다. CFD는 일종의 TRS 거래인데, 진입 가격과 청산 가격의 차액만 결제하는 파생상품이다. 미국에선 상장 기업의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 공시가 원칙이지만 CFD 거래는 주식 보유자가 본인이 아닌 금융회사로 표시돼 지분 추적도 불가능하다.

‘아케고스 사태’로 아케고스와 TRS 등 파생계약을 체결하고 자금을 댄 투자은행들의 대규모 손실이 예고됐다. 대표적으로 스위스의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이하 CS)는 아케고스캐피탈과 해당 계약을 맺고 자금을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 29일 뉴욕증시에서 CS는 11% 가량 폭락했다. 30일에도 CS 주가는 추가로 3% 이상 하락했다. CS는 “미 대형 헤지펀드에서 포지션을 청산함에 따라 1분기 실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CS 외에도 일본 투자은행 노무라도 늦은 대처로 14% 이상의 주가 손실을 봤다. 노무라는 아케고스캐피탈에 약 20억 달러를 대출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의 투자회사는 CS와 달리 빠르게 관련 포지션을 정리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26일 담보로 잡고 있던 주식을 블록딜로 처분했고 모건스탠리는 28일 담보였던 비아콤CBS 주식 4,500만 주를 블록딜로 처분했다. 블록딜(Block deal)이란 대량의 주식을 한 번에 팔려고 하는 매도자가 사전에 매수자를 미리 구해서 주식 거래 시간 외에 따로 파는 거래행위를 칭한다. 대량의 거래량이 수반되기에 매도자는 통상적으로 할인율을 적용하여 거래되는 주가에 비해 싼 가격에 주식을 매도하여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대량매매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350억 달러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케고스 사태로 국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국내 증권사의 PBS(헤지펀드 지원업무), TRS, CFD 관련 규모 및 파급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신평은 “국내 CFD는 대부분 개인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건당 규모가 크지 않고, 증거금률을 평균 30%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때문에 이번 아케고스 사태와 같은 대규모 손실 위험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개별 TRS 계약에서 발생한 사건인 만큼 다른 금융 기관에까지 손실이 전이되는 등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확률은 낮아 보인다”며 “주가에 끼치는 영향도 증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도 “일시적으로 수급이 꼬이는 현상은 나타날 수 있지만,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아케고스가 투자한 종목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의 수익률 관리와 미국 대형 금융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리스크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헤지펀드 위기설이 나돌 때마다 신흥국으로부터 자금을 우선으로 회수하는 경향이 존재하므로, 선진국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다가도 신흥국에서 엄청난 파장이 몰고 오는 ‘나비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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