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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위협 무기로 전락함 '점자 보도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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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위협 무기로 전락함 '점자 보도블록'
  • 한지혜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2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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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경보장치 관리·감독 강화 필요
점자 보도블록의 전반적인 관리 미흡

[소비라이프/한지혜 소비자기자] 시각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점자 보도블록이 관리 부실로 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점자 보도블록의 설치율을 높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눈에 잘 띄는 노란색에 올록볼록한 질감의 점자 보도블록은 시각장애인이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길이다. 하지만 설치율도 낮고 관리도 부실해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보행 시 여러 장애물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안전한 보행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점자 보도블록은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보여주기식으로 설치가 된 곳이 많다.

점자 보도블록은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점형 블록’은 출입구 위치나 계단 등 주변 위치를 표시해주고 ‘선형 블록’은 진행 방향을 알려준다. 하지만 두 블록을 바꿔쓰거나 방향이 뒤죽박죽으로 설치된 곳이 있어 오히려 길을 잃게 돼 혼란만 가중된다. 또한, 전동 킥보드가 점자블록을 포함한 도로 곳곳에 방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주행 시 소음이 거의 없어 소리에 민감한 시각장애인에게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새로운 시설과 교통수단이 생겨남에 따라 제도적인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수도권 소재 건물의 주차장 차량 진·출입로 100개소를 조사한 결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전시설이 미흡해 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개소 중 25개소의 차량 진·출입로는 보도가 끊겨 있었고, 100개소 중 57개소에는 점자 보도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보행 시 지팡이의 촉감으로 동선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점자 보도블록이 설치된 43개소 중에서도 22개소는 재질·규격이 적합하지 않거나, 유지관리가 미흡했다. 또한, 100개소 중 47개소에는 볼라드(차량이 보도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을 때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구조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설치된 53개소 중에서도 36개소는 비규격 철재·석재 볼라드 설치, 전면 점형 블록 미설치, 유지관리 미흡 등 설치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각장애인은 소리에 의존해 차량 입출 상황을 인지하지만, 조사대상 100개소 중 37개소에는 출입 경보장치가 없어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보행자 또는 다른 차량이 이를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출입 경보장치가 설치된 63개소 중 16개소도 경보장치가 작동하지 않거나 소리가 울리지 않는 등 관리상태가 미흡했다. 차량 진·출입로 관련 보행자 안전시설 관리·감독 강화와 출입 경보장치에 대한 관리 강화 및 세부 설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이처럼 점자 보도블록을 포함한 시각장애인 안전시설 설치가 미흡하고 관리 부실이 심각하다. 열악한 보행 환경은 시각장애인이 사고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어서 큰 문제가 된다. 형식적으로 점자 보도블록을 설치하는 게 현실인 만큼 앞으로는 점자 보도블록 설치율을 높이고 관리도 체계적으로 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이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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