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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할머니들이 직접 쓴 손글씨, 이젠 폰트로 저장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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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군 할머니들이 직접 쓴 손글씨, 이젠 폰트로 저장하세요!
  • 김민주 인턴기자
  • 승인 2020.12.16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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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의 시집 출판 이후, 칠곡군의 문해 교육 성과를 폰트로 전문 제작
오늘날 폰트가 주는 소소한 가치를 돌아보는 시간도 의미 있을 것
출처 : 칠곡군 홈페이지
출처 : 칠곡군 홈페이지

[소비라이프/김민주 인턴기자]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성인 문해 교육을 받은 70세 이상 할머니들의 손글씨를 폰트로 제작했다. 칠곡군은 세 번의 시집 출판을 거치면서 한글 교육의 중요성과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했다. 

칠곡에서는 2008년부터 성인 문해교실을 운영했다. ‘문해 교육’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의 토대가 되는 기본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의미한다. 음소 기반의 한글 맞춤법 교수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말하고, 듣고, 쓰는 방법을 배움으로써 일상에서 불편함을 해소하도록 돕는다. 

문해교실을 통한 배움의 결과로써 칠곡군 노인들이 직접 2015년 시집을 만들었다. 첫 시집 '시가 뭐고?'를 시작으로, 다음 해인 2016년에 두 번째 시집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머'를 잇따라 펴내며 한글과 문학에 대한 관심이 삶에 대한 회고와 만나 진정성 있는 한편의 ‘역사서’를 만들어냈다. 

그 이후 2018년 세 번째 시집 '내 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를 출판하며 문해 교육의 충분한 성과를 이룩한 칠곡군은 이를 기념함과 동시에 평생교육의 살아 있는 ‘문화유산’을 제작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폰트 제작에 돌입했다. 올해 6월 예산 확보를 시작으로, 5명의 칠곡 할머니들이 4달 동안 한명 당 2천 장의 종이로 꾸준히 연습하여 폰트 제작을 완성했다. 

‘폰트’는 단순한 디자인과 이미지로만 의미를 갖는 것에서 벗어나 특별한 가치를 내포한다. 중요한 성과나 날짜를 기념하거나 바람직한 정신을 지속해서 계승하고 싶을 때, 혹은 역사적으로 훌륭한 인물을 길이 기억하며 함께 생각해 볼 목적으로 종종 기념 폰트가 제작되곤 한다. 

네이버는 2019년 한글날 기념하여 나눔손글씨 글꼴 공모전을 개최했다. 일반 시민들의 사연을 담은 손글씨를 받은 후, 이미지를 통해 인식한 손글씨 특징을 클로바 AI 기술을 이용해 분석하고 학습하게 한 뒤, 사전에 구축한 학습모델을 기반으로 글꼴 고도화 작업을 거쳐 개개인의 나눔손글씨를 완성했다. 이렇게 제작된 공모전 당선 폰트는 총 109개로,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옛날에는 메모장에 할 말을 써서 냉장고에 붙였던 추억이 있어요. 이제는 다 커버린 딸이 어쩌면 잊었을지 모르는 엄마의 글씨체”, “매일 한글을 적으며, 잊지 않으려 하시는 92세 외할머니 글씨입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마을을 공유합니다.”, “직업이 운전인 아빠는 손이 많이 거치십니다. 그 손으로 멋진 글씨를 쓰시는 우리 아빠! 멋진 아빠 인생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등과 같이 마음을 전하고 싶은 간절함과 따뜻함이 반영돼 있어 폰트 제작 취지에 대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 밖에도 GS칼텍스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독립서체 백범김구’를 만들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생전 실제 글씨체를 연구한 뒤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복원해 그 가치가 크다. 세븐일레븐 역시 김좌진 장군의 친필 원고를 확보해 ‘김좌진 장군체’를 제작했으며, 충남 당진시는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 1주년을 기념하는 ‘솔뫼김대건체’를 완성했다. 

이처럼 현대에 들어 소소한 일상의 기쁨과 슬픔, 고마움을 전하는 도구로, 또는 국가적으로 널리 기억해야 할 사건과 인물을 기리기 위해서 개인적·국가적으로 다양한 취지의 폰트가 개발되고 있다. 무엇보다 진심이 담긴 마음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폰트 제작의 취지를 짧게나마 돌아보고 마음에 새겨보는 시간은 충분히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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