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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잇단 점포매각, 깊어지는 노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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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잇단 점포매각, 깊어지는 노사 갈등
  • 황보도경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9.16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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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유동화 놓고 노사갈등 깊어져
홈플러스 “노조, 철없는 아들 같아” vs 노조 “주주사 먹튀”

[소비라이프/황보도경 소비자기자] 홈플러스 점포의 자산 유동화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출처 : 홈플러스
출처 : 홈플러스 로고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투자 없이 이윤만 가져갔다"라며 점포매각을 저지하려 하자, 사측은 "오히려 노조가 홈플러스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라며 맞섰다.

홈플러스는 현재 안산점,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의 매각을 확정했다. 세 매점 모두 전국  매장 중 매출 상위 매장이다. 심지어 홈플러스 경기 안산점은 매출 2~3위를 기록했다. 이에 노조는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 목적 달성을 위해 이윤만 빼갔고, 멀쩡한 점포를 매각해 부동산 개발이익만 챙기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 노조는 을지로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홈플러스 사례로 보는 먹튀 사모펀드 형태의 문제점-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라는 토론회를 열고 회사를 비판했다. 홈플러스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그들은 “사모펀드의 이윤 추구 방식을 그대로 두면 다른 업계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노조 위원장은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1조 원 투자와 고용안정을 책임지겠다 약속했지만 5년 동안 나아진 것이 없다"라며 "이제는 차입금 회수를 위해 최고 수준의 매출을 달성한 매장을 매각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연휴 기간 전국 80여 개 매장에서 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위기 극복을 위해 3개 내외 점포의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회사의 앞길을 진정으로 가로막는 것은 누구인가"라며 노조를 저격했다.

사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은 7조3,002억 원, 당기순손실은 5,32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4.69% 감소한 수치다. 신용도도 악화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CP 신용등급을 종전 A2에서 A2-로 낮췄다. 이 같은 위기는 유통업계의 판도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데다 코로나 19 사태와 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 등으로 더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 유동화에 대해선 "극도의 불확실한 사업 환경이 지속하여 점포의 자산 유동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과 미래를 위한 유동성 확보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산 유동화가 이뤄져야 안정적인 자금 확보와 고용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토로했다.

또한 회사가 모든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여러 번 밝혔음에도 노조가 이를 믿지 않았다는 점을 피력했다. 한 관계자는 "노조가 억지 주장으로 고용 불안감을 조성하며 연휴 기습파업을 예고한다"며 "회사가 망하면 월급도 못 받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미 부동산을 매도했는데 노조가 무작정 계약을 철회하라고만 한다“며 노조의 도 넘은 반대 시위를 지적했다. 또 부동산 시세차익을 위해 급매도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노조가 근거도 없이 ”주주사가 부동산 투기를 한다“며 MBK파트너스를 비난한다고 꼬집었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사모 펀드는 배당금을 받아 간 적이 없고, 투자금은 3,000억 원이 넘는다"면서 "이전에 홈플러스 홀딩스·홈플러스 스토어즈가 있을 당시 적자였던 홈플러스 스토어즈가 홈플러스로부터 배당 형식으로 자본이 이동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LBO와는 다른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됐을 뿐 법적 문제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김성혁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코로나 시기에 흑자 매장을 매각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회피"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이 실행위원은 "미국에서도 사모펀드식 경영의 폐해로 사모펀드의 약탈적 운영 방식을 규제한다"고 질책하며 "'약탈 금지법'을 참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U 운영지침을 보면 경영권을 인수한 사모펀드는 노동자 대표에게 경영 관련 정보를 즉시 알리고 중요 사안에 견해를 밝히도록 했다"며 사모펀드에 의해 노동자, 소비자들이 농락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근 안산시는 일반상업지구 내 주상복합 개발만을 제한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순수 상가 건물 신축 시 용적률은 제한이 없지만, 주거공간과 상가건물이 결합한 주상복합은 기존 1,100%에서 400%로 용적률을 제한한다. 용적률이 낮아지면 개발 기대이익도 낮아진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대기업의 횡포", "매출 잘 나오는 멀쩡한 매장을 매각해놓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등 홈플러스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소상공인 살린다고 대형 마트들 후려치기 했으면서 매각하지 말라는 건 모순", "기업이 본인 이익을 위해 하겠다는데 정부가 개입하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회사 측을 지지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 '카트'와 웹툰을 원작으로 한 '송곳'의 주인공은 홈플러스 비정규직으로, 대한민국의 노사갈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송곳'은 실제 2002년에 외국계 대형마트인 '까르푸'의 부당해고를 모티브로 전개된다. 관리자 이수인이 회사의 압박에 고민하다 노조를 조직해 대항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카트' 또한 회사로부터 일방적인 해고 통지를 받게 돼 벌어지는 노사갈등에 대해 사실적으로 나타냈다. 이는 모두 현재 상황과 유사하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경영실적이 악화하고, 이로 인한 노사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또한 회사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노사갈등이 시작됐다. 노조는 “사측이 무급 순환휴직 등의 제안을 검토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주장했고, 사측은 노조가 먼저 무급휴직에 반대했다며 이를 반박했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며 기업은 인원 감축을 바라고, 직원은 고용이 유지되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기업과 직원들 간 의견 갈등은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최적의 상황은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정부가 나서서 갈등을 조정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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