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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수입으로 전락한 ‘의료자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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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수입으로 전락한 ‘의료자문서’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09.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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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보다 민감정보 불법 활용과 소견서에 관심 많은 의사들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험 위반 사례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국내 유수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하기 위해, 대형병원 소속 의사에게 불법적인 소견서를 연간 8만 건이 넘게 발급받고 수수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 넘는 비용을 지급한 것이 확인됐다.

출처 : 금융소비자연맹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보험사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협회를 통해 2020년 7월 처음으로 공개한 보험회사별 의료자문 자료를 전수 분석,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의료자문을 가장 많이 의뢰한 보험사는 삼성화재로 연간 1만 7,830건에 달했으며 2위는 KB손보 7,634건, 3위는 현대해상이 7,024건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또한 연간 8,466건의 의료자문 의뢰에 응하고 있었다.

2019년 하반기 보험사 의료자문 현황을 보면 보험사들은 연간 8만 건의 소견서를 보험사 자문의에게 의뢰했고, 이들에게 의료자문료 명목으로 연간 160억 원 정도를 지급했다고 금소연은 설명했다.

의료자문 건수가 가장 많은 병원은 한양대학교병원으로 모든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자문의 역할을 했고 연간 7,500여 건이 넘는 소견서를 발급해 15억 원의 자문료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2위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3위는 건국대학교병원 순이었다.

금소연은 “협회 공시자료에 보험사별 자문의사 이름이 없고 소속 병원명과 자문 건수만을 공시해 의사들이 어느 보험회사의 전문의사로 활동하는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며 “보험사와 자문의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자문소견을 작성해 줄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험사의 의료자문료는 대부분 보험사가 원천세(기타소득세 3.3%)를 공제하고 자문의사에게 직접 지급되어 병원 수입으로 책정되지 않는 의사의 부수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 보험사는 민감정보인 진료기록을 보험사 자문의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보험사가 진료기록을 자문의에게 제공하면 이 의사는 환자를 보지 않고 진료기록만으로 소견서를 발행한다(의료법 위반). 이 소견서는 환자를 대면 진료한 의사의 진단서 등을 부인하는 자료로도 사용됐다.

금소연은 “자문의 제도가 의료법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불법행위다. 의료법 제17조(진단서 등)에 의하면 “환자를 직접 진찰한 의사가 아니면, 진단서ㆍ검안서ㆍ증명서를 작성해 교부하지 못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개인정보의 제공)에 의하면 개인정보처리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

금소연은 병원 및 전공과목별 자문 건수 현황을 찾기 쉽게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공개보험회사가 자문의 제도를 개선 없이 불법 행위를 지속할 경우 보험회사는 물론 대형병원 자문의사 전체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소연 배홍 보험국장은 “보험사가 자문료를 주며 보험사 의도대로 소견서를 발행해 보험금을 깎는 불법적인 의료자문의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서, 보험회사의 보험금 부지급 횡포를 근절시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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