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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정보 Q&A] 도서정가제 도입 5년! 소비자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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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정보 Q&A] 도서정가제 도입 5년! 소비자는 어떻게?
  • 배홍 기자
  • 승인 2019.11.0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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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폐지 주장 청와대 국민청원이 현재 20만 명

[소비라이프/배홍 기자]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현재 17만여 명을 넘어섰다. 서점 규모와 상관없이 똑같은 가격으로 책을 팔게 하는 건데, 애초 취지인 동네서점 살리기에 부합하지 못함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득이 안된다는 이유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 현재 시행되고 있는 도서정가제란 ?

쉽게 말하면 책의 정가를 비싸게 팔겠다는 건 아니고, 단일가로 팔겠다는 거다. 단일가라는 건 우리 집 앞 서점에서 책을 사든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사든 광화문 대형 서점에서 책을 사건 가격이 똑같다는 거다. 현행 도서정가제 가격 할인은 10% 이내에 부수적 할인 혜택, 포인트나 마일리지와 같은 것들은 책값의 5% 이내로 제한한다. 그러니까 최대 정가의 15%까지만 할인이 되는 거다. 원래는 일정 기간이 지나거나 일부 책은 제외됐는데 모든 기간, 모든 도서로 2014년에 확대가 된 것이다.

◇ 할인을 막는 제도가 시작된 이유는 ?

온라인 서점이나 대형서점, 온라인 쇼핑몰 등과 같은 거대 유통 서점들이 책을 저렴하게 파니까 지역 서점들이 흔들렸다. 규모에서 밀리는 동네 책방들은 가격 경쟁까지 벌어지면 이길 수가 없었다. 동네 서점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것이다. 도서정가제 도입은 꽤 오래되었는데 이게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한 건 2014년 11월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부터이다. 현재 도서정가제가 이때 시작된 것이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전에는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50% 심지어 70~90%까지 땡처리나 다름없이 할인한 책들이 온라인 서점, 대형서점에서 쏟아져 나왔다. 제 돈 주고 사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쌌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는 가운데 지역 서점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그러면 가격 경쟁면에서라도 지역 서점들이 불리하지 않도록 어디서나 책값을 같이 받자고 규정한 것이었다.

◇ 동네서점은 살아났나 ?

요즘 SNS를 보면 특색있는 각종 동네서점이 인기를 얻고 있긴 하다. 이런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도서정가제 전이나 후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마일리지나 포인트도 쌓이고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있는 건 주차권도 주니까 다들 큰 서점을 이용한다. 실제 통계를 봐도 그렇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18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전국 서점 숫자는 2013년 2,331곳에서 2017년 2,050곳으로 2003년~2017년 동안 14년 연속 감소했다. 소형 출판사도 문제다. 자본력 있는 대형 출판사는 대규모 광고비를 쓸 수 있지만 이런 소형 출판사는 초기 가격할인 같은 이벤트, 사은품 행사로 관심을 끌어야 하는데 사은품의 경우 정가의 5% 이하로 제한되다 보니 마케팅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소비자 입장에서 책값이 비싸다는 느낌은 ?

이 정책이 사실 공급자만을 생각한 정책이다. 동네 서점을 좀 살려보자는 거였으니 명목상으로는 과열 경쟁을 막고, 시장 생태계를 유지한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정가제가 도입된 후에 여기나 저기나 책값이 같으니까 동네 서점가서 책을 사는게 아니라 책을 안 산다. 물론 이게 정가제만이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겠지만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발표로는 성인 독서율의 2013년 71.4%에서 2015년 65.3%, 2017년 59.9%로 감소세가 지속하고 있다. 또한,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매비 역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다. 정가에서 최대 15% 할인만을 할 수 있는 현행 도서정가제가 국민 독서율을 떨어뜨리고, 출판산업을 저하한다는 것 아닐까 하는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을 듯 하다. 책이 비싸면 공동도서 간의 신간 구매가 줄어든다. 결국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는 책도 줄어드니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손해다.

◇ 소비자에게 다양한 창작물을 제공한다던 취지는 ?

출판 구조를 자세히 봐야 한다. 도서정가제로 저작권자가 더 많은 인세를 받느냐 그건 아니다. 오히려 대형출판사의 마케팅으로 인해 소형출판사들이 책을 못 내고 있다. 요즘 책을 보면 표지가 참 예쁘고 재질도 참 좋다. 출판사들이 도서 제본 방식을 대부분 반 양장본으로 하고 종이질을 높이는 동시에 북 디자인이나 일러스트에 치중하다 보니 이게 또 책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까 중소, 소형출판사들은 설 자리가 없고 다양한 창작물로 소비자들은 접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원래 책을 내고 안 팔리면 할인을 해서 땡처리하듯 팔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결국 버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 또한 손해니까 책을 쉽게 내기도 어렵게 된 것이다.

◇ 도서 유통구조는 어떤가 ?

대형서점 중심의 유통구조라는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의 출판사와 직거래 구조가 발달했다. 하지만 소형 서점은 출판사와 직거래가 어렵다. 그러면 일단 책을 사는 가격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대형 서점이 할인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유통 구조에서 할인율이 다르게 발생하는 게 문제였기 때문에 정가제가 도입되고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 도서정가제 내년 11월에 일몰인데 어떻게 해야 ?

가격을 통제한다고 해서 시장이 활성화되거나 구매패턴이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배달을 통한 구매나 대형유통매장이 줄 수 없는 매력인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정책 없는 부양정책은 결국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고 소비자 활성화도 가로막는다. 융통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오늘은 도서정가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좋은 취지로 시행한 제도지만 운영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도 좋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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