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제105호]자살보험금 소멸시효 논란 그 실체를 말한다
상태바
[제105호]자살보험금 소멸시효 논란 그 실체를 말한다
  • 특별취재팀
  • 승인 2016.08.16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정환 ,법률사무소 ‘힐링’ 수석변호사

▲법률사무소 '힐링'의 수석변호사 조정환
자살보험금 청구소송을 한 지 2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대법원에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생명보험사가 소멸시효 2년이 지난 약 80% 이상의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사실상 절반의 성공도 못 된다. 이러한 보험사의 태도, 옳은 것일까?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사건’은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다투는 보험금 미지급 건과 달리,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정당하게 청구했고 감독 당국이 지급을 하도록 지도했는데도 보험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미룬 건으로, 소멸시효가 지난 보험에 대해서도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험회사 주장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면 회사가 연금, 이자 등을 과소지급한 후 장기간 경과한 뒤에 사실이 드러난 경우에도 소멸시효가 경과돼 지급의무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민사채권의 소멸시효는 보통 10년, 상사채권의 소멸시효는 보통 5년, 보험채권의 소멸시효는 2년이다. 똑같은 상사채권 중에서 보험채권만 소멸시효를 2년으로 단축한 것은 보험사에 특혜를 주기 위한 입법으로만 보인다. 그 진정한 이유는 뭘까? 그건 보험의 대원칙인 ‘선의계약성’, ‘최대선의성’과 관련이 있다.

‘선의계약성’은 쉽게 말하면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도 상대방에게 솔직히 고지하라’는 원칙으로, 보험계약자, 보험사에게 모두 요구된다.

그럼 보험사에게 요구되는 ‘선의계약성’은 뭘까? 예컨대, 상속인은 가족이 사망하면 생명보험협회에 조회하여 고인의 보험을 발견하게 되고 해당 보험사에 고인의 사고를 통지하게 된다. 상속인들은 고인이 가입한 보험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보험전문가인 보험사는 비록 보험금을 덜 줄수록 이익이 되지만 ‘선의계약성’ 원칙에 따라 상속인이 받아야 할 모든 보험금과 이자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지급하고, 혹시 감액 지급하거나 미지급하는 항목이 있으면 그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할 의무가 있다. 보험사가 ‘선의계약성’ 원칙을 잘 지켜서 보험금지급업무를 처리하면 2년의 소멸시효기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므로 제도 자체는 합리적이다.

그런데, 보험사가 ‘선의계약성’ 원칙을 위반해 보험금지급업무를 엉망으로 처리하면 어떤 불이익을 줘야 할까? 바로 2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지났다는 주장을 못 하게 제재하고 원래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 높은 이자를 가산토록 하면 될 것이다. 자살보험금 약관은 자살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모두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명보험사가 설사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있었더라도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환급하고 영수증에 이를 기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환급한 사례가 전혀 없다.

자살보험금 사건은 보험사가 ‘선의계약성’ 원칙을 명백히 위반했기 때문에 소멸시효완성 주장을 해서는 안 되는 사례이다.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대법원에 관련 사건이 여러 건 계류 중임에도 판결 결과와 관계없이 일괄 지급을 명한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유족은 보통 자살자의 불행한 죽음을 쉬쉬하려는 경향이 있고 보험금 세목을 철저히 따지는 모습은 한국 정서상 가족의 목숨값을 흥정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으므로 따지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보험사는 이런 한국 정서를 악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효완성이 상속인 탓이라는 주장은 상속인을 두 번 죽이는 행동이자, ‘비정상’을 ‘정상’으로 미화하는 사기극이다. 이번에도 법원 속여먹기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생명보험사, 자신의 존립의미가 ‘선의계약성’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