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을 유지해야 할 학자가 스폰해 준 생보업계 편들어 줘...
[ 소비라이프 / 김소연 기자 ] 보험학회 소속 교수가 생명보험업계를 두둔하는 “자살 재해보험금 지급이유 없다”라고 주장해 편향성 논란에 빠졌다.
한국보험학회 소속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세민 교수는 3.24일 열린 보험학회의 보험지식포럼에서 '보장개시 후 2년이 경과한 피보험자의 자살에 대한 재해사망특약상의 재해사망보상금 지급 여부'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자살은 재해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재해사망특약의 약관은 처음부터 전혀 적용될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약관에 있는 내용 자체를 해석할 필요조차 없다"며 "약관의 불명확성 문제는 논의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전문가는 황당하다며 “ 재해가 해당하는 지 아닌 지는 약관에 담보하는 내용을 보아야 알 수 있음에도, 박 교수는 약관내용의 해석은 제쳐두고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일반론으로 장막을 치고 약관을 볼 필요도 없다는 주장은 황당하다”라고 말하며, “ 중립을 지켜야 할 교수가 법정에서 한창 다투고 있는 현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보험사 편을 드는 모습은 학자로서 취해야 할 자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생보사들이 2010년 4월 이전에 판매한 상품의 약관에는 피해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면서도 '정신질환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어려운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나 특약 보장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자살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단서가 달려 있다.
일반보험의 경우 생명보험사들은 이 단서에 따라 자살면책 기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 왔다.
그러나 생명보헙사들은 재해보상특약의 약관에 똑같이 표기된 단서에 대해서는 "2010년 표준약관을 개정하기 전에 실수로 포함된 것"이라며 자살을 재해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보상금 지급을 거부해 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가입자, 소비자단체들은 약관이 잘못됐더라도 작성자인 보험사가 잘못한 것이므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약관대로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맞섰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은 이런 사례의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자살이 재해 특약에 의해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특약 체결시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정반대 판결을 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험학회 소속 박세민 교수는 "판단의 출발점은 약관상의 '그렇지 않다'는 면책제한조항 문구의 해석이 아니고, 재해특약에서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했는가 여부"라며 "보험사의 면책이나 면책제한사유를 논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약관이 정한 보험사고가 발생한 이후의 문제인데, 출발점이 잘못돼 있다"고 밝혔다.
다른 보험전문가는 “ 보험학회가 보험사의 지원으로 운영되지만, 소속 교수들이 학자적 양심을 버리고 보험사 입장을 두둔하고 보험사 편을 드는 것은 학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모양세가 아주 좋지 못하다”면서,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이번 보험지식포럼 역시 생보협회나 생명보험재단에서 돈을 대고 보험학회가 앞장서는 사업일 것으로, 보험사가 하고 싶은 주장을 소속 교수들이 대신해 주는 보험사의 주구노릇을 하는 격”이라고 힐난했다.
보험학회는 연간 4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운영되는데, 보험사들 법인회비가 1.5억원, 사회공헌기금 2억원정도로 대부분 보험사들로부터 충당하여 운영된다. 이번 보험지식포럼역시 생명보험협회나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등으로부터 사업비를 받아 보험전문인력 확대의 일환으로 보험전공 대학원생 및 보험업계의 관심있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2015년 하반기 시작하여 2016년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상임대표는 “ 생보협회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를 설득해 지급을 유도하기는 커녕, 돈을 주고 지원하는 보험학회를 앞세우고 소속 교수들을 들러리 세워서 보험사에게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하는 행위는 모든 금융소비자를 배신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소비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