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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임금인상 열풍...거꾸로 가는 대한민국...경총, '임금조정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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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임금인상 열풍...거꾸로 가는 대한민국...경총, '임금조정권고'
  • 김태경 기자
  • 승인 2016.02.05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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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15년 임금인상 2.6%로 17년만에 최고치...독일 3.5%로 20년만에 최고

[소비라이프 / 김태경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임금조정권고에 대해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진 내용이고 자료 비교도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회장 박병원)는 지난 2일 제47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2016년 경영계 임금조정 권고」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권고는 60세 정년의무화에 따른 기업들의 고용여력 약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일부 대기업의 과도한 신입근로자 초임 등 노동시장 여건을 감안해 청년일자리를 만들고 임금격차를 해소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경총의 권고는 2016년 임금을 전년 수준에서 동결하자는 것이다. 이를통해 확보된 재원으로 신규채용 확대와 취약계층 근로조건 개선에 활용할 것을 제시했다. 즉, 대졸 정규직 신입근로자 초임이 3,600만원 이상인 기업은 과도한 초임을 조정하여 확보된 재원으로 신규채용을 확대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또한, 경총은 연공중심의 임금체계를 직무‧성과중심 임금체계로 개편할 것을 권고하고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부분적‧단계적으로라도 새로운 임금체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 (자료: 경총)
이와함께 경총은 이날 「우리나라 대졸 초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대졸 신입근로자를 기준으로 2015년 대기업 정규직 초임 평균(임금총액 기준, 초과급여 제외)은 4,075만원(고정급 기준 3,646만원)으로 추정되며  중소기업 정규직은 2,532만원, 대기업 기간제 2,450만원, 중소기업 기간제 2,189만원, 영세기업 정규직 2,055만원, 영세기업 기간제 1,777만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나라 대기업(300인 이상) 정규직 대졸 신입근로자 초임(임금총액 기준)은 3만 7,756달러로 일본 대기업(1,000인 이상) 상용직 대졸 신입근로자 초임(임금총액 기준) 2만 7,105달러보다 3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우리나라의 1인당 GDP 대비 대기업(300인 이상) 정규직 대졸 초임 비율은 135%로 일본의 1인당 GDP 대비 대기업(1000인 이상) 상용직 대졸 초임 비율 74.8%에 비해 60.2%포인트 높았다.

▲ (자료: 경총)

우리나라와 일본의 비교 분석 가능한 중소기업 대비 대기업 대졸 신입근로자의 초임 격차는 일본(10∼99인 대비 1천인 이상)은 12.2%에 불과했으나 한국(5∼29인 대비 300인 이상)은 69.2%나 됐다고 경총은 분석했다.

신규채용을 확대하자는 경총의 근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나 기본적으로 발상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본적으로 임금을 줄여서 경제를 살리거나 채용을 늘리겠다는 발상 자체는 인금인상 열풍이 불고 있는 최근 선진국의 경제정책과는  동 떨어진 정책이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해 미 의회연설에서 "하루 여덟 시간씩 꼬박꼬박 일하면서 1년에 1만 5,000달러(약 1,800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다면 한번 그렇게 살아보십시요"라며 "그게 아니라면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수백만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는데 표를 던지십시요!"라고 호소했다.

우리나라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 게이단련은 2015년 임금 상승율이 2.6%로, 1998년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독일 기업들도 2015년 임금을 평균 3.5%나 올려 1990년대 이후 20년 만에 최대 폭의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기본적으로 근로자의 실질 소득이 증가해야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내수가 살아나야 경제가 살아나고 경제가 살아나야 신규고용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선진국들은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고 있는데 유독 한국만이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임금을 동결하려면 억대 연봉의 임원을 비롯한 고위 경영층의 연봉을 손을대야지 고위 임원의 연봉은 손도 안대고 신입사원의 연봉만 손을 대는 것 역시 설득력이 없다.

또한, 무리하게 주장을 하다보니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을 무리하게 비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우리나라 34세 직장인의 연봉과 일본 24세의 연봉을 비교하고 우리나라 정규직과 일본 비정규직을 무리하게 비교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대졸 초임을 줄여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구태적인 발상이다"며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초임까지 줄이는 것은 일반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으로 초임을 줄일 것이 아니라 차라리 고임금층의 임금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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