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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존감 갖게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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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존감 갖게 하는 일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11.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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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_ 우석대학교 교수·교육철학


<주요 저서>

나다움, 어떻게 찾을까!(학지사, 2005)

학생의 삶을 존중하는 교사(동문사, 2008)

<약력>

한국교육학회 이사, 우석대 대학원장 역임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민교협 중앙위원 역임

경실련 교육정책위원장 역임

이메일 : ghsg@woosuk.ac.kr


지난 여름 스웨덴의 한 고위 교육관료 가족이 집에 와서 묵은 적 있다. 남자아이 둘과 딸아이 한명, 부인과 함께 다녀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저의 내자가 스웨덴 딸아이에게 “두 오빠 중 누가 더 좋아?”라고 물었다.

그 아이는 차분하고 진지하게 답했다. “한 가지 면에서 두 오빠가 좋은 점이 각각 두 가지 있고, 또 다른 면에서 각각 나쁜 점이 두 가지씩 있다”고 했다. 우리식으론 쉽게 ‘누가 더 좋아요’라고 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는데 전혀 다른 식의 답이었다. 뭔가 크게 다른 점을 느끼게 했다. 아주 현명한 답이라 생각했다. 객관적 입장에서 두 오빠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은 말이었다.

이런 대화 끝에 아이엄마가 대꾸하는 말이 나를 크게 일깨웠다. “스웨덴에선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요”라면서 매우 굳은 표정으로 말한 것이다. 한 달간 한국에 머물면서 그런 질문들, 사람들을 쉽게 비교하려는 질문에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 말 속에서 교육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얻었다.

우리사회엔 사람들 끼리 비교하는 버릇이 일상화돼 있다. 그 비교가치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얄팍한 편견이나 출세주의적 기준에서 비롯된 가치기준들이다. ‘누가 더 좋으냐?’ ‘무슨 학교를 다니느냐?’ ‘몇 등이냐?’ 심지어는 ‘누가 더 예쁘냐?’ ‘누가 월급을 더 많이 받는가?’ 등 얄팍한 가치기준으로 너무나도 쉽게 사람들을 비교해 우열을 가리려 한다.

모든 한 사람 한 사람들의 가치가 그렇게 천박스런 외향적 가치로 우열을 가늠해버리는 습관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바로 반교육적 사고와 태도가, 아니 비인간적 가치관이다. 

사랑하는 딸이 엄마에게 ‘내 친구 엄마는 예쁜데 엄마는 왜 그렇게 예쁘지 않아?’란 질문을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 자존심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비교해 서열을 만든다. 사람들의 우열을 가려야 속이 시원해지는가 보다.

그러나 이런 말과 태도는 아이들 자존감을 크게 다치게 한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건 나를 지켜주는 자기가치감과 자기능력감 즉, 자기존중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암암리에 계속 손상시키는 언행이 일상화돼 있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면서 삶의 내적 보람과 가치를 얻지 못한다면 결코 행복에 이를 수는 없다. 자신의 가치는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다. 한 인간으로서 지니고 있는 천부인권적 절대가치요 크리스털과 같은 불변의 가치다. 자존감을 굳게 갖고 자신의 ‘나다운 것’ ‘나다움’을 제대로 찾아 선명하고 아름답게 가꿔갈 때 행복을 찾게 된다.

그것을 정상적으로 찾을 수 있게 모든 조건을 제공하고 마련해주는 일이 부모와 학교가 해야 할 일이다. 대학입시를 앞둔 학생에게 꼭 필요한 건 돈벌이와 출세에 도움 되는 학과가 아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이뤄낼 수 있는 전공을 정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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