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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여성이발사 성북동 이덕훈(82세) 할머니...62년간 오직 이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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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여성이발사 성북동 이덕훈(82세) 할머니...62년간 오직 이발만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5.11.03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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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82세 女이발사...투철한 직업정신, 긍정적인 사고 본받을 만해

[ 소비라이프 / 김소연 기자 ] 62년간 한 직업을 이어온 사람이 있다. 사람의 가장 중요한 머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다듬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이발사 이덕훈(82세, 여)씨다. 82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피부를 유지하고 건강해 보였다.  

 평생 사람의 가장 중요한 두뇌를 가싸고 있는 머리를 다듬는 일을 행복하게 해왔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이발사 이덕훈(82세,女)할머니,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이발일을 계속하고 싶다며 일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동 성북지구대 위 쪽 도로변에 위치한 '새이용원(02-3672-9922)'. 문 앞에는 " 60년 전통의 명랑할머니 이발소, 오전9시부터 오후7시까지“ 라고 적어 놓았다. 이를 증명하듯 이발소 안에는 1958년 면허번호 1076호 이발사 자격증이 벽에 걸려 있다. 현직 최고령 이발사다. 이 할머니는 정부중앙청사, 복지부 구내이발소에서 일하다 성북동에 40여년 전 자리를 잡아 여태까지 일하고 있다. 성북구청은 30년이상 성북동에서 명인이 운영하는 ‘성북동 가게’라는 패찰을 달아 줬다.
 
10월의 마지막날 31일 오후 6시쯤 허름한 여닫이 문을 열고 4평 남짓한 작은 이발소에 들어서자 외출 준비를 하다가 멈추고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다. 30~40년은 더 됐을 골동품과 같은 손 때 묻은 낡은 나무 이발대와 거울, 가위를 사용하고 있었다. 기자가 직접 머리를 깎아 보았는데, 할머니가 머리를 만지는 손길이 비단처럼 부드러웠고, 면도는 마치 솜으로 문지르듯 간지러웠다. 이발의 달인처럼 능숙한 솜씨가 묻어났다.
 
국내 최초의 여성 이발사인 이덕훈 할머니는 매일 오전 9시에 맞춰 이발소 문을 연다. 이발소의 정기 휴일인 화요일을 제외하고는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 7시나 늦게는 9시까지 꼬박 한나절을 일한다. 이 이발사 단골 손님 중에는 세상을 떠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장군의 아들' 김두한 전 의원 등 유명인사가 수두룩 하다. 요즈음은 방송에 나간 이후 전국각지에서 구경삼아 머리 깎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탄다.
 
▲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이발사 이덕훈(82세,女) 할머니 성북동 새이용원 문앞에 걸려 있는 사진이다.
" 내 나이 여든이 넘었지만 이일이 전혀 힘들지 않고,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천직으로 행복하게 매일 일하며 산다" 그리고 “사람의 가장 중요한 두뇌를 감싸는 머리를 다듬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좋은 일”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한 할머니는 항상 밝은 표정이다. 늘 웃는 얼굴로 이발을 한다고 해서 동네 주민들에게 '명랑이발사'로 유명하지만, 그간 외로움의 시간이 길었던 할머니다.
 
생계 때문에 아버지를 따라 이발사 일을 돕기 시작한 것이 벌써 62년. 그사이 가정을 꾸려 4명의 아들을 얻었지만, 배우자와 둘째 아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등 아픔도 컸다. 물도 불도 없는 움막 같은 집에서 이일을 해 쌀 한 되박 씩 팔아서 식구들을 다 먹여 살렸다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돈에 신경 쓰지 않고, 주변 이웃들을 돕는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지 모른다.
 
이 할머니는 “아직 힘이 넘치지만 천직인 이발을 하다 가위들고 죽는 순간까지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직장과 직업을 바꾸고 하던 일을 쉽게 그만두는 청년들에게 귀감으로 삼을 만한 직업 정신의 맨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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