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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대중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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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대중화 바람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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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빙열풍으로 와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종 연구와 보도를 통해 적포도주가 폴리페놀성분의 항산화작용에 의해 동맥경화, 심장병, 노화방지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알려지면서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독주 소비가 줄고 마시기 쉽고 몸에 좋은 와인소비가 급증세다. 이는 △생활수준향상 △식생활 서구화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따른 음주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 등의 요인에서 비롯된다.

와인은 여느 술과 다른 소비문화를 보인다. 단순히 마시는 즐거움보다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함께 즐기고 와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와인역사는 짧다. 하지만 술 소비성향이 고급화되고 도수가 낮은 술 선호쪽으로 가고 있어 와인에 대한 수요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와인 맛·향 수십만 가지

와인은 ‘포도즙을 발효시킨 술’이다. 와인의 표면적 정의다. 와인은 오랜 세월 많은 사람과 시간을 함께 해왔다. 와인 속엔 인류문화가 짙게 녹아있다. ‘대부분의 술이 그렇잖으냐’고 반문하는 이에겐 ‘어떤 술이 와인만큼 다양할 수 있느냐’고 되물어보자.

세계의 와인종류는 수십만 가지다. 이 와인들은 서로 다른 지방의 자연과 기후를 통해 재배된 포도로 만들어져 각기 다른 맛과 향을 지닌다. 같은 브랜드에서 만들어졌더라도 생산년도의 포도작황에 따라 다른 와인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병에 들어간 뒤에도 보관 상태에 따라 각 병의 맛이 달라진다. ‘모든 와인은 서로 다르다’고 말하는 게 옳을 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한 병의 와인엔 하나의 얘기가 담겨있다’는 것. 그 와인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이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와인을 즐기는 이에게 있어 와인은 소통수단, 언어 그 자체다.


한병의 와인엔 하나의 얘기 담겨

플라톤은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란 말로 와인을 찬미했다. 이 표현이 가능한 건 와인이 ‘발명’보다 ‘발견’됐기 때문이다. 기원전 수십 세기 전 아주 옛날 포도수확이 끝난 어느 날이었다. 포도저장 통에 남겨져 있던 포도과립이 겨울동안 자연적으로 포도껍질에 붙어있는 천연의 이스트에 의해 발효, 와인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해서 처음 사람에게 발견된 신비로운 액체는 지금껏 수십 세기에 걸쳐 최고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양조학 발달로 오늘날엔 와인제조의 많은 과정이 기계에 의해 정밀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포도 속 당분이 이스트(효모)에 의해 발효돼 알코올로 변하는 기본흐름은 수천 년 전과 꼭 같다. 이런 까닭에 와인은 사람 손에서 만들어지지만 여전히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와인은 맛을 떠나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기원전 5000~6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출발해 이집트, 고대 그리스, 로마로 이어지는 문명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왔다. 마법과 주술적 요소 즉, 신비적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종교적으로도 경건하게 다뤄졌다. 그리스 신 디오니소스와 로마의 신 바쿠스는 최고서열에 있는 와인 신들이다. 기독교에서도 신성한 성찬식에 와인을 썼다.

이렇듯 와인은 종교적, 문화적 산물이다. 희소성과 높은 경제적 가치 때문에 늘 중요한 상품으로 간주됐다. 권력과 명예의 상징으로 여겨져 전쟁도화선이 되기도 했지만 평화와 화해장소에도 늘 함께 있었다. 예술가들에겐 끊임없이 솟아나는 예술적 영감의 생명수로, 연인들에겐 마르지 않는 ‘사랑의 묘약’으로 와인은 인류역사의 한 부분을 채우고 있다.


와인 매출 소주 앞지르기도

우리나라에서 와인이 대중 술 소주를 앞질렀다. 국내 A마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개월간의 단기간 와인매출은 243억원으로 소주매출(241억원)을 눌렀다. A마트만의 판매결과이긴 하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와인에 빠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다. 와인소비가 늘면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식은 국물이 많아 와인과 먹기엔 조금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로버트파커가 한식과 와인의 마리아주(조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열린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 평가행사에서 한식이 폭발적 인기를 모으면서 와인을 한식과 즐기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거 와인이 특별한 날 특별히 마시는 술로만 여겨진 것은 와인 판매상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광고를 통한 결과이기도 하다.

와인의 저변확대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신의 물방울’이란 일본만화책이다. 공헌도는 엄청나다. 와인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와인을 어렵게 여겼던 이름, 식사예절, 시음기 등을 자세히 묘사해 ‘와인입문서’라고까지 극찬한다.

일부에선 만화책에 나오는 와인 값 때문에 혹평을 하면서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와인은 소통의 수단…‘酒道’ 알아야

와인대중화로 와인을 매개로 한 사교행사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대부분 파티, 리셉션, 시음회, 디너형태로 열린다. 그러다보니 멋모르고 행사에 갔다가 구석을 지키고 있었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와인 고르는 법, 마개를 열어 따르고 와인 잔을 잡는 법, 와인을 마시고 표현하는 시음법 등 규제 아닌 여러 규제들 때문에 와인을 편하게 즐기려 해도 그럴 수 없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와인마시는 것을 보면 ‘너무나 와인전문가들이 마시는 것 같다’고 말한다. 외국으로 여행을 가보면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와인을 마신다. 머그잔에도 즐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형식을 버리라는 건 아니다. 우리가 소주를 마시면서 윗사람에게 따를 땐 두 손으로, 받을 때도 두 손으로 받고, 마실 땐 고개를 돌려서 마시는 것을 주도(酒道)라 해서 이것을 소주를 마시는 외국인에게도 알려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와인도 기본 주도를 지킨다면 와인의 반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와인은 결코 ‘어려운 술’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접하고 편하게 즐기면서 사람과 사람을 소통시켜주는 훌륭한 ‘도구’다.

예전에 어떤 이가 우리나라에서 와인에 빠져 와인을 직접 만드는 사람에게 “와인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라고 물었다. 그러나 답변이 걸작이다. 한순간의 망설임 없이 “그럼 와인을 퍼 마셔라”라고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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