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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문의 핑계로 보험금 삭감…의사 진단서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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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자문의 핑계로 보험금 삭감…의사 진단서 '무력화'
  • 강하영 기자
  • 승인 2015.09.24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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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화해신청서 작성시 보험사 잘못 밝혀져도 추가 보상받기 어려워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보험사들이 환자를 치료한 의사의 진단서는 무시하고 환자를 보지도 않은 자사 자문의 회신서만을 내세워 상습적으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하거나 깍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며 24일 소비자주의보를 발령했다. 

보험사의 자문의 제도는 의사결정에 참고사항으로 치료한 의사의 진단서가 사실인지 판단하는데에 기초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보험사에서는 환자를 치료하지도 않은 자문의가 치료기록만을 가지고 진단서도 아닌 자체 ‘의견서’를 내세우며 보험금을 부지급하거나 깍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 삼성생명에 보험을 가입한 경상북도 포항에 거주하는 김씨는 2014.6.25 갑자기 쓰러져서 포항00병원에 입원한 후 급성뇌경색으로 진단을 받았다. 이후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에 진단보험금을 신청했고, 삼성화재는 바로 보험금을 지급했지만 삼성생명은 환자를 진료하지도 않은 자사 자문의에게 의견서를 받아 급성뇌경색이 아니고 '열공성 뇌경색'이라며 일방적으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했다. 

# 삼성생명 계약자인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구씨는 다발성관절염(족관절, 견관절, 슬관절)과 감기몸살, 단순포진, 경추근막통으로 2014.8.5부터 8.22까지 17일간, 다른 병원에 전원하여 10.7일까지 총 65일간 입원했다. 구씨는 65일치의 530만원의 입원비를 청구 했으나, 자사 자문의사가 ‘장기간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소견을 밝혔다며 60%인 315만원만 지급하겠다고 했다.

소비자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도 보험사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여 제3의 의료기관에 재감정 또는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는 의례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들은 소송실익이 없어 소송을 하지도 못하고 보험사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는 실정이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는 자문의사가 누구인지 알려 주지 않고, 자문의가 회신한 것에 대해서 는 어떠한 내용인지 알 수가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보험사의 주장에 따르라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금소연에 따르면 보험사는 자문의회신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을 삭감해 지급하려고 보험계약자에게 화해신청서를 작성하게 하고, 지연이자도 주지 않으며,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받아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들이 화해신청서(합의서)를 작성하게 되면, 추후 보험사의 불법행위가 밝혀져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추가적인 보상을 받기가 거의 어렵기 때문에 합의서 작성에는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소비자연맹 오중근 본부장은 "보험사가 약관에 해당 되면 당연히 보험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자문의사를 활용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갖은 수단을 쓰는 것은 잘못된 행태"라며 "감독당국은 자문의 운영현황을 철저히 조사하여 소비자 권익이 침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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