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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카드 결제시 '포인트 제로'는 누구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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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카드 결제시 '포인트 제로'는 누구의 횡포?
  • 강하영 기자
  • 승인 2015.08.21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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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 카드결제, 대학과 카드사의 수수료 눈치…최종 피해자는 결국 '소비자'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대학생들이 개강을 앞둔 현재, 대학들의 등록금 납부시기가 돌아왔다. 그러나 국내 대학교 10곳 중 6곳은 등록금의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며, 카드 결제가 가능해도 포인트를 적립해주지 않는 카드사들이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새내기 대학생 자녀를 둔 장 모씨(49세, 서울시 광진구)는 지난해 2월, 아들의 2015년 1학기 대학 등록금을 삼성카드로 납부했다. 36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납부해 포인트가 상당할 것이라는 장 씨의 기대와 달리, 포인트 적립은 없었다.

장 씨는 삼성카드 고객센터에 포인트 적립 불가에 대해 항의했지만 "수수료 때문에 포인트 적립이 불가능하고, 이러한 사항은 홈페이지에 미리 공지돼 있으니 확인바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 씨는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카드사로 2학기 등록금을 내고 싶지만,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삼성카드만 등록금 카드결제가 가능해 카드사를 바꾸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업계에 따르면 대학 등록금을 카드로 결제할 때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카드사는 신한카드, 하나카드(일부 상품), 롯데카드 등 3곳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 NH농협, 삼성, 우리, 현대카드 등은 대학 등록금에 대한 포인트 적립을 해주지 않는다.

카드사가 포인트 적립을 해주지 않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이다. 현재 대학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1.5~2.0% 수준으로 일반 가맹점에 비해 수수료율이 낮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수익이 거의 없어 포인트 적립 혜택까지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은 "등록금 300만원의 2%일 경우 1인당 6만원의 수익이 남기 때문에 카드 수수료가 1.5~2.0% 라도 전혀 수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포인트를 적립할 여력이 있는데도, 수수료가 낮아졌다며 포인트 적립을 해주지 않는 것은 카드사의 횡포"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대학 등록금을 카드 결제로 했을 때 포인트 적립이 안되는 것은 카드사의 횡포 이전에 대학들의 '갑질'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대학이 등록금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입학이나 등록을 하지 않고 다른 대학으로 가는 일은 없다. 이 때문에 대학교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떼면서 카드사와 가맹점으로 계약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의 대학 10곳 중 6곳은 신용카드로 등록금 결제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정보 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에 등록된 전국 425개 대학 중 2학기 등록금을 카드로 낼 수 있는 대학은 162곳(38.1%)에 불과하다.

대학의 카드수납 의지만 있으면 원칙적으로 등록금 카드수납이 가능하나, 통상 2% 내외의 가맹점 수수료 때문에 대부분의 대학이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그나마 카드 납부가 가능한 대학들도 이용 가능한 카드사 종류가 한두 곳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지방 소재의 A 대학교 관계자는 "등록금 카드 결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은 카드 수수료 때문" 이라며 "수수료가 2% 내외라도 전체적으로 봤을 때 수익이 감소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들의 등록금 카드 결제 가능여부를 보면 대학교는 '갑'의 위치, 카드사는 '을'의 위치에 있다. 카드사는 대학교가 원하는 낮은 수수료율을 맞추기 때문에 그만큼 포인트 적립 등 소비자에게 혜택을 제공할 여력이 줄어드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낮은 수수료를 받더라도 대학과의 계약을 유치·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포인트 적립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대학, 카드사, 학부모단체 등 등록금 납부 카드 결제와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상충돼 복잡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포인트는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의 계약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당국이 일률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며 포인트 적립 여부는 각 카드사의 영업 전략의 차이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소재 S대학에 다니는 강 모씨(24세, 경기도 안양시)는 "등록금이 한두 푼도 아닌데 카드 결제와 이에 따른 혜택이 대학과 카드사 위주인것 같다"며 "대학과 카드사의 수수료 문제의 최종 피해자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 등의 소비자라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대학등록금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때 가맹점 수수료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6월 24일 발의했다.

심 의원은 각 대학들이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징수할 경우 카드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기피해 지난해 기준 전체 334개교 중 125개교만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징수하도록 하고 있어 이 같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2012년 가맹점 카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대학등록금의 가맹점 수수료율 적격비용 예외 적용을 검토했으나, 공공성 있는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거부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 대학등록금 같은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고통이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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