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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위험한 유혹 '가향담배'…흡연 유인하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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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위험한 유혹 '가향담배'…흡연 유인하는 꼼수?
  • 강하영 기자
  • 승인 2015.08.05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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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넛·민트 등 향기나는 담배,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로울 수 있어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헤이즐넛, 모히토, 바닐라 등 담배 특유의 매캐한 향을 대신해 첨가되는 '가향물질'이 포함된 담배가 더욱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가향담배는 청소년 및 비흡연자를 흡연으로 유혹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31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펴낸 금연이슈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시판 중인 KT&G 담배 71종 중 38%인 27종이 멘톨, 모히토, 커피 등의 향료를 첨가한 '가향(연초 외에 식품이나 향기가 나는 물질을 추가하는 것)담배'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향료를 캡슐 형태로 담배 필터에 넣고 흡연 도중 터트리며 향이 퍼지게 하는 '캡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0.1%에서 올초 8.3%까지 올랐다.

일반 담배뿐 아니라 최근 수요가 증가한 전자담배도 니코틴 액상에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향을 섞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다.

개발원에 따르면 담배에 첨가되는 각종 가향물질은 단순히 제품의 맛과 향만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니코틴의 흡수를 촉진시키거나 담배 연기의 흡입을 쉽게 만든다. 담배의 역겹고 매캐한 맛을 줄이기 위해 첨가되는 설탕의 경우에는 연소 시 2급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코아 성분 중 테오브로민과 커피의 카페인은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더 쉽게 흡수되도록 한다. 

대표적인 가향물질인 멘톨은 말단신경을 마비시켜 담배연기를 흡입할 때 느껴지는 자극을 줄여 흡연을 촉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멘톨 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 일반 담배보다 정기적으로 흡연하게 될 확률이 더욱 컸으며, 니코틴 의존도 역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12~18세 청소년의 멘톨 외의 담배 사용률은 크게 감소한 반면, 멘톨 담배 사용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같은 기간 18~25세 성인의 멘톨담배 사용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흡연률 또한 증가했다.

이러한 이유로 가향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더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으며, 가향담배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국가가 많다.

브라질은 2012년 세계 최초로 멘톨을 포함한 모든 가향물질 함유 담배 제품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2009년 궐련담배의 어떠한 구성물에도 담배와 멘톨 외의 물질을 첨가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했다. 캐나다도 2009년 담배에 멘톨을 제외한 가향물질을 함유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담배 규제 관련 법안을 바꿨다.

반면, 다른 국가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가향담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담배 제조자들이 담배에 향기가 나는 물질을 포함하면 이를 표시하는 문구·그림·사진을 담배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은 있다. 하지만 가향담배 자체를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건강증진개발원은 가향담배가 기존 흡연자의 담배 중독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첨가된 향이 담배를 흡입할 때 생기는 자극을 감소시켜 흡연자로 하여금 '덜 해롭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향담배는 어린이와 청소년, 비흡연자까지 신규 흡연자로 편입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개발원은 "가향담배는 호기심을 자극하고 중독을 촉진해 청소년이나 비흡연자들을 신규 흡연자로 유도하기 위한 담배회사의 전략"이라고 지적하며 "가향담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의 가향담배 규제를 국내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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