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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흠집·반품된 'B급 제품'…인기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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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흠집·반품된 'B급 제품'…인기 고공행진
  • 강하영 기자
  • 승인 2015.05.21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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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장기화·합리적 소비 확산으로 가격대비 품질 좋은 B급 제품 인기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최근 불황의 장기화와 더불어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이른바 'B급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 주부 전 모씨(43세, 서울시 노원구)는 대형마트에서 '못난이' 과일과 채소를 주로 구매한다. 울퉁불통 못생기고 흠집이 좀 있지만, 가격에 비해 맛과 신선도가 좋기 때문이다. 전 씨는 "맛도 있고 영양도 똑같은데 굳이 비싼 예쁜 과일·채소를 살 필요는 없는것 같다. 못난이 제품들은 가격대비 정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 대학생 윤 모씨(22세, 서울시 서대문구)는 B급상품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통기한이 2달 남은 헤어 에센스를 구매했다. 윤 씨는 "어차피 아직 유통기한도 남았고, 새로 사봤자 유통기한 내에 다 못쓸거 저렴하게 구매하는것이 좋다. 유통기한이 임박했을 뿐인데 가격은 50~70%나 저렴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와 더불어 합리적인 소비가 확산되면서 'B급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B급 제품이란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아 판매 상품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만 품질(기능, 맛 등)에는 일반 제품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다. 또한 반품이나 흠집이 생긴 제품을 수리한 '리퍼브' 제품과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도 B급 상품에 해당된다.

식품부분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못난이' 제품은 과일·채소 등을 출하하는 과정에서 모양이 못생겼거나 흠집이 생긴 제품으로, 정상 제품과 비교해 맛과 영양소의 차이는 없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관계자는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에게 인기를 끌어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B급 가전제품 부분에서는 '리퍼브' 제품이 인기다. 리퍼브란 '리퍼비시(refurbish)'의 준말로 '새로 꾸미다'는 의미다. 리퍼브 제품은 이미 전시했던 상품이나 흠집이 있는 경우, 반품된 제품 등이 포함된다.

B급 제품의 인기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옥션 등의 오픈마켓과 온라인 쇼핑몰에도 확산되고 있다. '올랜드아울렛', '오바사가구', '코스트코 반품샵', '리더리퍼브샵' 등 오프라인 B급 전문 매장들뿐만 아니라 '떠리몰', '임박몰', '땡처리닷컴' 등의 온라인 쇼핑몰도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B급 제품 온라인 쇼핑몰인 '떠리몰'의 회원 수는 지난해 3월 1만 5000명에서 1년 만에 10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떠리몰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약 20억원으로, 매달 매출 증가 속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마켓인 G마켓에서는 올해들어 지난 3월까지 중고상품 전체 거래량이 전년동기보다 80%나 늘었다. 중고 가전(난방ㆍ냉방ㆍ청정)의 경우 작년동기의 18배(1,767%↑)로 증가했고 컴퓨터부품(276%), 태블릿ㆍ게임(217%), 카메라렌즈(150%), 도서(57%), 휴대전화(40%) 등도 중고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했다.

롯데·신세계 등의 유통 대기업도 B급 제품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초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파주점에 리퍼브 상품을 판매하는 '전시몰'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들면서 전시몰의 매출은 오픈 초기 대비 30% 가량 증가했다. 롯데하이마트도 리퍼브 가전제품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은 신세계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리퍼브 제품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B급 제품 열풍이 부는 이유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렴한 물건을 찾으려는 소비자가 증가했고, 합리적이고 실속있는 소비 경향이 확산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한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단순변심·배달 과정 중 흠집 등으로 반품하는 제품이 많아져 이러한 상품들이 리퍼브 제품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도 여러 원인 중 하나로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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