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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 오니 학과가 사라졌다?…6년 간 학과통폐합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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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갔다 오니 학과가 사라졌다?…6년 간 학과통폐합 78%
  • 강하영 기자
  • 승인 2015.05.0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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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내일20대연구소, 2015 전국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 조사결과 발표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최근 6년 간 학과통폐합이 78%이며, 특히 비수도권과 지방대학의 실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정원 16만명 감축을 목표로 평가에 따른 대학구조개혁을 실시하는데, 이에 따라 대학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무리한 학과통폐합을 감행하며 문제점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캠퍼스르포 네번째 이야기 ‘전국 대학 학과통폐합 현황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지원과 연계한 대학구조개혁, 다급해진 대학은 무차별 학과통폐합 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1월, 교육부는 지속된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하여 2018년부터 대학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대학정원감축을 목표로 하는 대학구조개혁 계획을 발표했다.

구조개혁의 핵심은 2023년까지 16만명의 대학정원을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감축해 나갈 것이며, 그 과정에서 모든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정원감축 실적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평가 결과가 재정지원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하자, 대학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재정에 여유가 없는 지방 중소대학의 경우 평가 지표로 내세운 학생 충원율과 졸업생 취업률 등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엇보다 재정지원을 앞세워, 알아서 ‘자율감축’한다면 가산점을 제공하겠다는 정부의 제안을 대학으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대학은 학과통폐합을 단행하였다.

◆ 단순폐과의 50%가 인문사회전공, 기초학문 설 자리 없어

지난 2010-2015학년도 전국 일반대학의 단순폐과 사례는 총 270건이며, 이 중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135건으로 정확히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자연계열이 79건으로 약 30%, 예체능계열이 56건으로 21%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는 인문사회계열 전공이 폐지의 1차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건국대학교는 유사학과 10개를 통합하고 학부제를 학과제로 전환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디자인대학의 영상, 영화학과 및 공예, 텍스타일디자인학과가 통합되었다.

이에 대해 프리랜서가 많은 예술전공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차별 학과 통합이라는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학문과 지성을 탐구해야 할 대학에서 연구의 뿌리가 되어야 할 기초학문이 오히려 취업률에 밀려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 전혀 관련성 없는 학과를 묶어 기형적 학과 탄생

단순히 평가를 위한 정원감축, 그리고 정원감축을 반복하다 폐과 위기에 처한 학과를 인접 전공과 우선 통합하는 사례가 쌓이다 보면, 전혀 관련성 없는 학과들끼리 기이한 이름 아래 묶여있는 경우가 있다.

2015학년도 대구한의대학교의 TESOL영어과와 일본어과의 통합으로 ‘항공서비스학과’ 신설, 남서울대학교의 영어과, 일본어과, 중국학과가 모여 ‘글로벌지역문화학과’ 신설, 2010학년도 한려대학교의 토목환경공학과와 사회복지학과가 통합되어 ‘환경토목복지학과’ 신설 등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대학 측의 행정적 편의를 돕고,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학문에 대한 장기적 관점 없이 학과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졸속 행정과 일방적 통보, 대학불통의 시대

지난 해 1월 말 대학재정지원사업과 구조개혁의 연계 정책 시행을 발표한 교육부는 같은 해 4월 말까지 사업신청서 제출을 요구했다. 3개월 안에 재정지원사업에 신청할 조건을 만들어내야 했던 대학들은 시간에 쫓겨 학사 구조조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통보’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작 자신이 다니고 있는 학과의 폐지 또는 통합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결과 통보만 받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올해 초, 한성대학교는 신입생 모집단위를 학부제로 광역화하는 일명 ‘클러스터 사업’을 실시하면서 교수들에게 자체적 학과 통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 통합안이 대학본부를 통과하기까지 두 달 남짓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처럼 대학의 학사 구조조정이 장기간의 고민을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처리되는 과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 6년간 학과통폐합 1,320건 중 78%가 비수도권

지난 2010-2015학년도 학과통폐합 건수는 총 1,320건이며 이 중 78%가 비수도권에서 일어났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의 경우 2014학년도 77건에 비해 2015학년도에 31건으로 절반 이하의 감소를 보였다. 반면 비수도권은 2014학년도 113건에 비해 2015학년도 학과통폐합 건수는 무려 375건으로 집계되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사이 이 같은 수치의 증가는 2014년에 발표한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한 구조개혁 평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경영난에 시달리는 지방 중소대학의 경우, 재정지원사업 선정이 절실하여 앞으로 더욱 자발적인 정원 감축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정부의 구조개혁 계획이 오히려 지방대학의 과도한 정원감축으로 인한 지역의 불균형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임희수 연구원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대학입학 정원의 감축이나 학사 구조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과 협의의 자세가 요구된다”라고 말하며, “특히 기초학문이 설 자리를 잃은 대학에서 취업률에 의존한 무차별적인 학제간 통합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학교육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진지한 고민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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