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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의 이영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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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의 이영돈 PD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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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밤 10시 TV앞에 앉은 소비자들은 행복하다. KBS 1TV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건 갖고 ‘장난’치는 생산자들에겐 여간 불편한 방송이 아니다. 현장취재와 각종 실험을 통해 진짜와 가짜를 철저하게 가려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기업을 견제하고 소비자 보호장치가 미약한 국내 현실을 감안할 때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의 상생을 꾀해 볼 수 있는 반가운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총괄을 맡고 있는 이영돈 PD를 만나봤다.


Q. 소비자 고발 아이템은 어떻게 수집하는가?

A. 고발 아이템 가운데 3분의 1은 제보를 통해 얻어진다. 인터넷·우편물 등을 통해 보내오는 것이다. 그리고 3분의 1은 가공이다. 직접제보를 통해 얻어진 아이디어를 새롭게 접근하거나 소재 자체를(유관분야까지) 넓혀보는 방식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PD와 작가의 기획이다. PD와 작가가 순수하게 아이템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Q. PD와 작가의 개인적인 소비체험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A. 그렇다. (우리도) PD와 작가 이전에 소비자다. 불편을 느끼는데서 소비자고발 정신이 나온다.

 

 

Q. 소비자는 조직화함으로써 대항할 수 있는데 반해 생산자는 여러모로 열악한 구조에 놓여 있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A. 소비자가 조직화하는 게 쉽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 다만 중소기업을 취재하는 경우 소비자 보다 생산자가 상대적으로 약자입자에 놓여 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소기업이나 생산자를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망하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제품이 나오지 않는데…. 우리는 다만 소비문화 철학을 매도하면서 기업이윤을 추구하는 생산자를 고발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생산자의 잘못을 지적하면 열악한 중소기업의 경우 당장엔 힘들지만 먼 안목으로 보면 더 좋은 물건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 소비자가 더 좋은 제품을 사게 되고 중소기업도 더 크게 성장하게 된다고 본다.


Q. 10명의 생산자 중에 9명의 생산자는 부정을 저지르고 있는데 반해 1명의 생산자만이 깨끗하게 영업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처럼 부정한 업계의 선량한 생산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어느 한 생산자를 보도하다 보면 업계 전체가 다 그런것처럼 비쳐 (도매금으로) 선량한 생산자도 피해를 보지 않는냐’는 질문인 것으로 안다. 이럴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반대로 10명의 생산자 중에 9곳이 선량하고 1곳만이 부정을 한다고 해도 언론엔 환경감시 기능이 있어 잘못된 행위를 지적 안 할 수 없다. 자본주의 체제아래서 기업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기본적 윤리는 지켜야 하지 않는가. 우리가 잘못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생산자를 고발하지 않으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다만 90%의 선량한 생산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언어’에서 보완하려 노력한다.


Q. 예전에 ‘착한 소비’를 크게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 ‘착한 소비란’ 소비자가 생산자를 생각하는 소비라고 해도 되는가?

A.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잘 사는 건전한 소비문화가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다. 좋은 물건을 최고로 싸게 사는 게 좋은 소비인 것은 아니다. 이보다는 합리적 소비가 더 좋은 소비다.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들어간 원가 및 노동력, R&D 비용(연구개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값을 주는 게 좋은 소비다.

우리는 물건보다 물건을 만든 배경을 묻는다. 파키스탄 어린이들은 1달러를 받고 축구공 2개를 만든다. 사람들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축구경기를 보며 광분한다. 여기서 사용되는 축구공이 다름아닌 이들 나라의  어린이들의 고된 노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싸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것 못지 않게 적절한 값을 냄으로써 생산자가 더 좋은 터전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것이 ‘착한 소비’다.


Q. 기업들은 유통비용이나 홍보비용 등을 빼다보면 이윤이 크지 않다고 말한다. 또 남는게 많다고 해도 브랜드가치에서 얻어진 대가라고 주장한다. 이럴 때 ‘착한 소비’와는 어느 수준에서 접점을 이룬다고 보는가?

A. 아직 갈 길이 멀다. 유통의 복잡한 것도 한 이유다. 브랜드관리와 가치를 극대화한 게 이른바 ‘명품’이다. 이들의 얘기는 맞을 수 있다.

그러나 합리성이 있어야 한다. (착한 소비가 완전하게 이루어지는) 이상적인 사회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거기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원산지의 제품구입 값을 2~3%만 올려줘도 동티모르, 아프리카, 이디오피아 등지의 생산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최근들어 극소수이지만 페어 트레이드(공정무역)가 기업들간에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기업홍보용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Q. 다른 방송의 소비자고발프로그램과 차별을 두는 점이 있다면?

A. 소비자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다른 방송은 연예인이 출연하고 가볍게 터치하는 방식이지만 (우리 프로그램은) PD가 나오고 진중하게 소비자문제를 풀어가는 게 다르다.


Q. 프로그램 한 꼭지 만드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가?

A. 한 명의 PD가 3주동안 취재한다.          



KBS ‘이영돈PD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은?


지난해 5월 4일 ‘성형부작용’을 첫 방송으로 시작한 이래 60회를 앞두고 있다.

10명의 전문PD들이 먹을거리·의료·자동차·교통·유통·금융·보험, 유통·교육·문화·생활·주거·환경, 여성·육아·살림, 공무·법률·소비자제도 등을 다루고 있다.

최근에는 ‘업소마다 맥주맛이 다르다’ ‘고급 지자체 관용차’ ‘한의원 집단 감염’ ‘묶음판매’ ‘혼유사고’ 등을 다뤄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특히 촛불시위가 열리는 가운데 방송된 ‘세계적 광우병 전문가들에게 듣는다 - 미국산 쇠고기의 진실’ (이후락 PD)등이 대표적 사례다.

설문조사와 인터뷰 방식으로 제작된 이 방송은 광우병 파동에 대한 여론을 더욱 뜨겁게 달구는데 ‘한 몫’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5일 방송된 ‘황토팩 중금속 검출’ 보도는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전통방식의 건강제품이라는 이미지로 ‘황토’를 철썩같이 믿었던 소비자들은 방송을 보고 대거 환불을 요구해 홈쇼핑 회사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이 바람에 ‘막대한 영업피해를 입었다’는 황토팩업체 참토원의 부회장인 탤런트 김영애씨와  2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걸려 있다.

한편 얼마전까지 방송된 내용은 살을 더 보태 ‘소비자 고발 그리고 불편한 진실’ (위즈덤하우스)이란 제목으로 출간돼 소비자 생활가이드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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