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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형 재형저축' 까다로운 가입요건…소비자 불만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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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형 재형저축' 까다로운 가입요건…소비자 불만 잇따라
  • 강하영 기자
  • 승인 2015.04.0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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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현실 모르는 탁상행정 지적

[소비라이프 / 강하영 기자] 서민의 재산형성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로 비과세 혜택 요건을 완화한 '서민형 재형저축'이 출시되었다. 하지만 가입요건이 까다로워 서민들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행정' 지적이 제기되었다.

2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재형저축 누적 계좌수는 156만 4883개로, 156만 8604개인 전달보다 3721개가 줄어들었다. 재형저축 누적 계좌수는 수십개월째 하락세로, 가입자보다 해지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첫달인 2013년 3월 144만 5066개였던 계좌는 같은 해 6월 183만 865개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2월 계좌 수가 잠깐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감소하고 있다.

▲ 서민형 재형저축의 까다로운 가입요건으로 인해 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기존의 재형저축은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인 개인사업자가 가입 가능한 비과세 금융상품이다. 서민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때문에 금리도 상대적으로 높고, 7년 이상인 경우 비과세(이자소득세 14% 면제) 혜택이 가능하다.

여기서 더 업그레이드 된 '서민형 재형저축'은 기본 계약기간은 기존 재형저축과 동일하지만 3년 이상만 유지하면 중도 해지를 하더라도 이자소득세(단, 농어촌특별세 1.4% 과세)를 면세받아 사실상 비과세 된다.

◆ 까다로운 가입요건…서민들 '현실성 없다'

비과세 혜택까지 기다려야 하는 기간을 3년으로 줄인 '서민형 재형저축'이 지난 30일 은행권에서 새롭게 공동 출시됐지만 까다로운 가입요건으로 인해 서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3년 이상만 유지해도 비과세 적용이 가능해진 대신, 가입요건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서민형 재형저축은 '소득형'과 '청년형' 두 가지로 나뉘어 출시됐다. '소득형'은 총급여액이 25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1600만원 이하 사업자)인 근로자에 한해 가입이 가능하다. 기존 5000만원 이하에서 더욱 까다로워 졌다.

'청년형'은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고졸 이하의 학력자로, 중소기업에 근무하거나 종합소득금액이 2500만원 이하인 개인사업을 하는 자만이 가입이 가능하다. 소득기준은 일반 재형저축과 동일하게 총급여액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서민형 재형저축 가입 시 필요한 서류는 '소득형'일 경우, 소득확인 증명서만 있으면 가입이 가능하다. 반면, '청년형'은 소득확인증명서와 최종학교 졸업증명서, 청년층 재형저축 가입요건 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병역을 이행한자 중 만 30세 이상은 병적증명서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연소득이 2500만원을 밑도는 사람이나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은 저축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총급여액 2500만원 이하 근로자로 대상을 한정함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서민을 분별하는 총급여액 2500만원이 합리적인 기준인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필요 서류 중에서 '최종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해야한다는 점이 서민들의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세금혜택을 받기 위해서 자존심을 굽혀가며 최종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 것이 사회정서상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민형 재형저축 출시 소식을 접하고 가입을 고려했던 오 모씨(25세, 서울시 금천구)는 "서민형 재형저축을 가입을 생각했지만, 필요 서류 중 최종학교 졸업증명서를 제출해야한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은 점이 컴플렉스인데, 세금혜택 받자고 은행에 졸업증명서를 제출하고 싶지 않다. 이러한 필요 서류는 멍든 서민의 마음에 망치질 하는 셈이다'라고 속마음을 토로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서민의 재산형성에 도움을 주자는 서민형 재형저축의 취지는 긍정적이나, 청년형 가입조건에 학력을 제한하는 것은 사회정서상 맞지 않고 서민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행정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력제한 없이 가입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은행연합회가 지난 30일에 서민형 재형저축을 전국 시중은행에서 동시에 출시한다고 대대적으로 예고했으나, 정작 일선 영업점에서는 6월까지 가입이 되지 않아 소비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형 재형저축관련 문의가 들어오긴 했지만 소득형은 6월부터 가입이 가능하고, 청년형은 조건이 까다로워 가입하려는 고객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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