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글로벌 공룡' 밀어내는 '토종브랜드' ②
상태바
'글로벌 공룡' 밀어내는 '토종브랜드' ②
  • 안혜인 기자
  • 승인 2015.03.10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라이프 / 안혜인 기자] 글로벌 브랜드를 제친 토종 브랜드들의 강세는 비단 아웃도어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1,2위를 다투는 프록터앤드갬플(P&G), 유니레버 등 대형 글로벌 소비재 기업 또한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활용품, ‘토종 브랜드’ 점유율 80%↑

최근 시장조사기관 닐슨데이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활용품 시장은 약 2조5,000억~3조원 대로 추산된다. 바디용품과 비누, 섬유유연제, 샴푸·린스,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을 합친 규모다. 화장지와 기저귀, 생리대 등 지류 제품까지 포함한 시장 규모는 약 4조5,000억 원이다.

 
작년 1~10월 동안 바디용품과 비누, 섬유유연제, 샴푸·린스,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 주요 생활용품 부문 시장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1위는 ‘LG생활건강’이 차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애경이 각 부문별 2~3위를 다투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토종브랜드다. 국내 기업 3곳의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한편 유니레버는 비누 부문에서 6.9%의 점유율을 보이며 3위를 차지했다. 샴푸·린스 부문에서는 4위 P&G에 밀려 5위고 점유율도 2.6%다. P&G도 샴푸·린스 부문 9.1%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고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002년 매출액이 1,540억 원에 달했던 유니레버는 2008년부터 매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07년 매출 1,232억 원, 영업이익 21억 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매출 1,030억 원, 영업손실 77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이어 2009년 953억 원을 기록하며 1,000억 원대 이하로 떨어진 매출은 매년 뒷걸음질치다 2013년에 이르러 512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100억 원대 적자에 허덕이던 유니레버는 2010년 위생·유아용품 제조회사 ‘유한킴벌리’에 국내 독점 판매권을 넘긴데 이어 지난 1월 1일에는 마케팅 업무도 맡겼다.

이러한 글로벌 소비재기업들의 초라한 성적표 원인은 한국문화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초반에 공략할 때 마케팅 비용을 대거 쏟아붓다 자리가 어느 정도 잡히면 제품의 가격을 올리곤 했다”며 “이를 겪은 소비자들이 아예 국내 제품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덧붙여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마켓에서 ‘1+1’ 행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자세를 유지하곤 한다”며 “한국의 특수한 유통 환경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모레퍼시픽 그룹, 영업이익 40.3%↑

 

특히 국내 생활용품 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상위 랭크된 화장품·생활용품 국내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의 모기업인 ‘아모레퍼시픽 그룹’은 글로벌 공룡들의 시장 압박에도 불구하고 2014년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한 4조7,119억 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은 6,591억 원으로 40.3%나 증가했다. 이러한 성과는 국내 사업과 국외 사업을 세분화시켜 그 시장에 알맞은 경영정책을 적용했기에 가능했다.

국내 사업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 수치를 보임에 따라 면세 채널을 통한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유통구조를 개척한 결과 국내 화장품 사업이 무려 23% 이상 성장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국외 사업 역시 중국시장의 한류 열풍을 마케팅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중국 매출이 1,395억 원, 영업이익은 169억 원을 기록했다.

◆ 글로벌 공룡에 대항한 토종 브랜드의 반격 

이케아, 안정적으로 국내 정착하나

상반된 글로벌 공룡들의 국내 진출 향방에 오픈한지 세 달이 다되가는 글로벌 가구 공룡 ‘이케아’의 국내 성적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케아는 광명점으로 한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케아를 다녀간 고객 수 만해도 약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평일 평균 방문자 수가 약 2만 5,000명이고 주말에는 3만 5,0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이케아는 국내에서 생소한 ‘홈퍼니싱’을 고수하고 있다. 홈퍼니싱이란 홈(home, 집)과 퍼니싱(furnishing, 단장하는)의 합성어다. 가구를 비롯해 커튼과 벽지, 침구카펫, 부엌용품, 인테리어 소품 등으로 집 안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이에 걸맞게 8,600여개 제품이 들어찬 65개 쇼룸도 마련했다. 쇼룸에서 인테리어를 살펴본 소비자들이 창고에 가서 직접 필요한 제품을 카트에 담아 계산하는 방식이다.

배송과 설치, 조립 등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제품 가격을 기준으로 4만원부터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 또한 국내 기본 배송료는 2만9,000원으로 거리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는 방식이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브랜드 가구를 구입했을 때는 보통 배송비가 무료고 완제품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비자들은 이케아를 찾고 있다.

가구의 배송과 설치, 조립 등을 고객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 이케아 광명점을 향하는 차량이 1일 평균 1만 3천여 대라고 하니 그 인기를 가늠할 수 있다.

상인 55%, 이케아 진출로 ‘매출감소’

이케아 국내 진출 호조에 직격탄을 맞은 장본인은 경기북부지역의 영세 제조·유통업계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6개 유사 업종 중소상인 200명을 대상으로 ‘이케아 1호점 광명점 개점에 따른 지역상권 영향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케아 입점 이후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55%로 나타났고 이들의 평균 매출 감소율은 31.1%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케아가 가구전문점이라는 기존 인식과는 달리 침구 등 직물제품과 주방용품 소매점의 매출감소비중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가장 많이 떨어진 업종은 가정용 직물제품(76.9%)이었고, 이어 가구(71.8%), 식탁 및 주방용품(71.4%), 전기용품 및 조명장치(52.9%), 기타 가정용품(37.9%) 등이 뒤따랐다.

매출 감소폭은 10~30%(26.0%)가 가장 많았고, 30~50%(16.0%), 10% 이하(10.0%) 순이었다. 50% 넘게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한 업체(3.0%)도 있었다. 이들 업체의 평균 매출 감소율은 31.1%였다.

한샘·현대리바트 등 복합매장 확대

아이러니하게도 이케아 국내 입점 소식으로 가구업계가 떠들썩하던 지난해 토종 가구 브랜드 ‘한샘’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1조3,24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31.6%가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03억 원으로 전년대비 38.3% 증가했고, 순이익도 893억원으로 45.5% 늘었다. 한샘은 매출 순풍을 타고 전략적 투자로 이케아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최근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여러 가구 제품을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는 복합매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샘은 기존에 있는 복합형 대형매장 6곳에서 추가로 2곳을 더 연다고 밝혔다.

한샘 관계자는 “복합형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대리점 규모도 한 단계 끌어올려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리바트 또한 올해 전국의 주요 거점에 복합형 매장 6곳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용산 아이파크몰에 복합매장을 처음 오픈한 데 이은 공격적 사업확장이다.

또한 국내 중소 가구업체인 ‘넥스’는 현장 생산설비를 최신식 자동화로 교체하고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질적 발전’과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만족도를 높이는 ‘서비스 향상’을 꾀하고 있다.

◆ 토종 브랜드, 해외진출이 '해답'

치열한 글로벌 경쟁…‘국제시장’ 열리나

국내시장이 글로벌 기업들의 유입으로 한층 더 치열해지자 토종 기업들은 이제 국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에 대항하는 한샘도 올해를 “미국과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원년”이라 정의하며 “이미 미국에서는 새로운 공장을 얻어서 현지에 맞는 신제품을 개발해나가는 중이고 중국도 프로젝트 시장 외에 다른 부문을 개척할 것”이라는 포부를 들어냈다.

블랙야크, 유럽 론칭 위한 라인업 완성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 역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력을 앞세우며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로 유럽 시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고 있다.

블랙야크는 지난 2월 5일 개막한 세계 최대 스포츠박람회인 ‘뮌헨 ISPO 2015’에서 유럽 현지화 제품 라인인 ‘글로벌 컬렉션’의 ‘프로토 타입’을 공개하며 그 동안의 개발 과정을 선보였다.

또한 글로벌 컬렉션의 본격적인 개발을 위해 유럽 정통 아웃도어 디자이너 ‘데이비드 랜달(David Randall)’을 영입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총괄 디렉터, 기술개발팀, 마케팅팀, 생산팀의 유럽 최강 라인업을 완성시켜 2016년에는 정식 론칭을 위한 본격적인 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한편 ISPO는 1970년부터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스포츠 박람회로 50여 개국 약 2,5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고 8만 여명의 방문객이 찾는 대규모 전시회다. 글로벌 컬렉션은 현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강조해 출시될 유럽 시장에 최적화된 제품라인이다.

설빙, 中에 150개 매장 오픈 예정

한국식 디저트 카페 브랜드 ‘설빙’도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설빙은 최근 중국 상해아빙식품무역유한공사와 상해지역 마스터프랜차이즈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MOU에는 올해 4월 중으로 상해지역에서 2개 매장을 여는 것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150개 매장을 오픈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설빙은 상해를 시작으로 광동성, 장수성, 지린성 등지에서 마스터 프랜차이즈를 전개할 계획이며 이미 중국 전역에 걸쳐 프랜차이즈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해외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뿐만 아니라 현재 홍콩, 마카오도 마스터 프랜차이즈 가계약이 완료된 상황이며 금년 내 동남아시아에도 진출도 이뤄질 예정이다.

각 나라 문화에 기업 경쟁력 녹여내야

국내 브랜드의 해외진출 성공 향방은 역시 ‘문화’에 달렸다. 최근 동아일보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서비스 산업 해외진출 성공사례 세미나’에서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지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것이 해외진출 성공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국내와는 다른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10년 넘게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대형마트들이 난관을 겪고 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거나 철수하는 기업도 상당하다.

최근 이마트는 중국 텐진의 4개 점포를 한꺼번에 폐점하는 등 중국시장 철수 절차에 들어갔다. 지속된 ‘실적 악화’가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 내 이마트 매장 수는 27개에서 11개로 반토막났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3분기 해외에서 27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해외 진출에 성공하려면 “문화를 바라보는 장기적 안목과 함께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덧붙여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도 잃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유입되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국경없는 쇼핑 시대’. 값싸고 다양한 제품들을 편하게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은 거대자본에 쉽게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만큼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가 현 시대의 국경없는 경쟁을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키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