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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에 관심 가져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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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에 관심 가져야하는 이유
  •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 승인 2015.02.17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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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아이가 어렸을 때 만해도 집 근처에 작은 서점이 있었다. 아이 손을 잡고 지나다 들려 한 두 권의 책을 사들고 들어오곤 했다.

또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문구점도 있고 조그마한 구멍가게도 있었다. 가게 앞에 앉은뱅이 게임기도 있고, 사탕 뽑기 기계도 있었다.

▲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그때는 파는 물건은 비슷해도 그 동네의 향기를 가진 가게와 슈퍼, 서점과 문구점이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진 그랬다.

그러나 이제 대기업계열의 대형마트와 체인점의 공세로 동네시장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마치 대한민국 골목골목에서 큰 것과 작은 것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번번히 작은 것들은 설자리를 잃고 있다. 큰 것이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분 때문에, 혹은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명분에 밀려서 말이다.

우리는 동네가게보다 대형마트가 저렴하고 품질도 우수하다고 생각한다. 또 대형서점에 가면 책도 많고 선택의 폭도 훨씬 넓어진다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소비하기 ‘편리’하기 때문에 당연한 ‘권리’로서 우리의 골목을 큰 것들에게 내어주고 있다. 그런데 무작정 그래도 되는 것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소외를 가중시키고 빈부격차 심화에 따른 사회 문제들을 양산시키고 있듯이, 골목을 점령하고 있는 대기업·대자본은 처음엔 마치 소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대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차츰 우리의 생활패턴, 구매욕구 등을 획일적으로 재단해 대형생산체계에서 제공하는 것들을 소비토록 조장한다. 그러면서 골목을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까지 거침없이 위협한다. 

집집마다 동일한 맛의 김치와 된장찌개를 먹고, 취향과 관계없이 무차별로 공급되는 물건들을 소비하고 있으면서도 소비자는 제공되는 상품의 규모 때문에 ‘선택’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골목에 터를 잡고 그들만의 향기를 가진 작은 것들이 사라져 갈수록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둔감한 듯하다. 또한 소비자이자 생산자인 우리들의 삶이 대기업의 공습에 속수무책, 침범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작은 것은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고,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개별적으로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즉, ‘작기’ 때문에 ‘큰 것’과는 다른 기능을 담당할 수 있고, 그 점에서 경쟁력을 찾아낼 수 있다.
경제학자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 macher)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에서 발생하는 빈부격차의 심화 등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대안으로 작지만 탄탄한 무너지지 않는 ‘작은 집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 - 인간중심의 경제를 위하여>라는 책을 저술했다.

거대자본을 가진 공룡의 시대는 지났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면서 다양한 향기를 만들어내는 작은 몸집을 가진 작은 집단들의 시대가 오고 있다. 대한민국도 살아 남기 위해서는 작은 집단들을 길러내는데 전력투구 해야할 때다. 즉, 작지만 탄탄한 ‘소상공인’ 등을 길러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정부는 사라져가는 골목상권과 소상공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지원을 하고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무작정 ‘불쌍하니 도와주자’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꼭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그들에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해줘야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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