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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에 감춰진 감정노동자들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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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에 감춰진 감정노동자들의 고통
  • 박혜준 인턴기자
  • 승인 2015.01.20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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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정노동자들에게 화풀이 한 경험, 소비자 전체 22.3%

[소비라이프 / 박혜준 인턴기자]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많은 기업은 사실상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 경쟁을 한다. 서비스 기업의 직원들은 ‘즐거운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고객님’을 외치며 늘 웃는 모습을 한다. 또한 그들은 고객이 불평, 불만, 욕설을 해도 먼저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고객으로 인한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비애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감정노동자(Emotional Labor)는 사람을 대하는 일을 수행할 때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으로 행동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감정노동자들을 만난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나 놀이공원과 공연장을 가는 경우에도 수많은 감정노동자들을 접한다.

감정노동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 중 하나는 얼마 전 이슈가 된 일명 ‘땅콩 회항사건’이다. 이 일은 한 대기업 임원이 이미 이륙한 비행기를 회항시켜 전국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으로 감정노동자를 얼마나 존중하지 않는지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도 감정노동자들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고 고객을 대한다. 얼마 전, MBC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극한알바라는 테마를 갖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무한도전’의 멤버 중 한 명인 정준하는 실제로 콜센터에서 일을 했고, 감정노동자의 고충이 여실히 드러났다. 시청자들이 많이 보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정노동자’라는 직업에 주목한 만큼 감정노동자는 극한 직업임에 틀림없다.

감정노동자는 그 범위와 기준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주로 서비스업 관련자를 감정노동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비스업 종사자 1천만 명 시대가 도래한 만큼 감정노동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업의 발달과 함께 소비자는 더욱 높은 서비스를 요구하고, 이는 감정노동자들에게 크나큰 스트레스를 가져다준다. 고객의 무례한 행동 등을 통해 몇몇 감정노동자들은 인격적 수모를 겪고 굴욕감을 느끼며 심하게는 성희롱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기업은 감정노동 문제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감정노동자가 문제에 부딪혔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수도권 시민 3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 감정노동자와 관련한 소비자 설문조사(2011년 10월) 결과에 따르면, 여성 감정노동자에게 화풀이 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소비자가 전체의 22.3%를 차지했다. 또한 응답자 중 81.2%가 ‘여성 감정노동자들이 소비자로 인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나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감정노동자에 대해 시민들이 어느 정도 인식은 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감정노동자에 대한 존중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최근 몇몇 기업에서는 이런 사태를 인지하고 직원들에게 감정노동교육과 심리치료를 진행하는 등 힐링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는 직원들이 일을 하다가 감정적으로 다쳤을 때 심리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지만, 이런 교육 역시 사후치료일 뿐이다.

또한 근로기준법에는 고객에 의한 폭언·성희롱 구제 규정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아 법률적으로 감정노동자들의 아픔을 해결하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 성장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사회 구성원에게 감정노동자의 어려움을 알리고 제도적 해결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와 같은 노력을 한다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감정노동자와 제공받는 고객 모두가 소통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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