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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으로 영혼의 목마름 달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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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으로 영혼의 목마름 달래리라”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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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움이 넘쳐나는 계절이다. 바라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초록이 산이며, 들로 가득하다. 푸름이 물결을 이루는 곳 중에 하나는 바로 녹차 밭이다. 지금쯤이면 남녘의 차밭엔 잎을 따서 부지런히 차 만드는 손길이 분주할 것이다. 또 녹색의 싱그러움을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기 마련이다.

1970년대에 들어와 민족문화의 재발견과 차 문화 보급을 위해 차 관련단체들이 생겨나고 1982년엔 국가적 차원에서 다도문화의 진흥정책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여러 다회(茶會)나 단체들은 차(茶)문화 보급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더욱이 현대에 이르러 건강에 유익한 차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일반인들의 차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고 그 수효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차 효능 알려지며 애호인 꾸준히 늘어

차를 마시는 인구가 늘어나다보니 마시는 방법에 따라 누구에겐 일상의 차 마시기이기도 하지만 또 누구에겐 심오한 여가생활이 되기도 한다. 차를 마시되 일정한 격식을 갖고 자기 수련의 마음가짐을 가지는 경우, 차를 마시되 다른 사람과 유연한 의사소통수단으로 쓰는 경우,  차를 우리되 그게 조상이나 신을 봉양하기 위한 경우, 차를 우리되 전통예절을 배우기 위한 교육의 경우 등 목적에 따라 의미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결국 ‘차를 마신다’는 한가지에선 벗어나지 않는다.

건강의 상징, 영혼의 식품이란 찬사가 따르는 차는 일차적으로는 갈증해소와 영양공급원으로, 이차적으론 기호품으로, 최근엔 우리 몸의 생리작용을 활성화시키는 기능성식품, 이른바 웰빙 음료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다도’를 통한 사회적 기능이 부각되면서 이를 배우고 생활에 접목하는 사람들도 계속 늘고 있다. 또 다도교육을 통한 인성발달 연구가 발표되면서 학교마다 다도교실이 느는 추세다.

차엔 5가지 맛, 즉 오미(五味)가 있다. 차에 들어있는 아미노산의 부드러운 감칠맛과 당류의 단맛, 폴리페놀의 떫은 맛, 카페인의 쓴맛, 유기산의 신맛 등. 이런 맛들이 미묘하게 어우러져야 차의 제 맛이 난다.

그러려면 차를 우려내는 물은 염소 등 화학물질과 칼슘, 마그네슘 등 중금속이 들어있지 않은 순수한 물이어야 한다. 가장 좋은 물은 산속 바위틈에서 솟는 물이다. 산사에서 마시는 차가 맛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맛있는 차를 마시기 위해 당장 물통을 지고 산속으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요즘 널리 보급되고 있는 정수기물을 쓴다. 그러나 미지근한 상태의 물보다는 한번 뜨겁게 끓여서 쓰는 게 좋다. 수돗물만 있는 경우라면 그냥 바로 쓰기보다 하루이상 재워서 쓰는 게 수돗물 특유의 냄새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 

분량·온도·시간 삼위일체 이뤄져야

차를 맛있게 우려내는 데엔 요령이 있다. 차의 분량과 물의 온도, 우려내는 시간, 이 3가지가 들어맞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확한 용량으로 나타내기엔 부족함이 있다. 몇 g의 양, 몇 도의 물 온도를 감히 말할 수 없는 이유는 차마다 특성이 다르므로 넣어야할 양이 다르고 그것이 맛좋게 우러나는 온도며 시간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스스로 마셔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러 번 마셔보면서 차가 가장 맛있게 우려지는 시간과 온도를 체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제아무리 몸에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게 먹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차를 마시는데도 그렇다. 빈속에 차를 많이 마시거나 짙게 마시지 말아야 한다. 차에 들어있는 카페인과 데오필린이란 물질은 위벽을 자극, 위액을 분비하게 한다. 이런 성분은 음식물의 소화흡수를 돕지만 위에 음식이 들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마시면 위에 자극을 줄 수 있다. 그러므로 특히 위가 약한 사람, 위에 염증이 있거나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온 가족이 모여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오순도순 식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요즘이다.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들 어찌나 바쁜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할 시간도 없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같이 모인다고 해도 그다지 같이 할 일도 없고 어색하기까지 한다. 거실에 가벼운 찻상하나 마련해 보자. 그리고 가족들을 불러 모아 차 한 잔하며 이야기하자. 별 할 말이 없으면 어떤가. 함께 차향을 나누면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교감이 오가고 있을 것이다. 따뜻한 찻잔의 온기가 손끝을 타고 마음까지 전해질 텐데 말이다.

다도일미…차 한 잔은 참선의 시작

“다도일미(茶道一味)”를 주창한 이규보는 “차 한 사발은 바로 참선의 시작이라네”라고 했듯이 선조들은 한 잔의 차를 끓여 마시며 자신의 참모습을 반추하고 자연이 주는 진리를 터득했다.

이렇듯 차를 마신다는 건 우리 마음을 편안히 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요즘처럼 세상사가 복잡하고 예민해 늘 신경이 곤두서 있는 현대인들에게 차를 마신다는 것은 쉬어갈 수 있는 하나의 쉼터 구실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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