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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 지폐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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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권 지폐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구기고 있다.
  • 정상현 시민기자
  • 승인 2014.08.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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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명한 정의사회 구현을 위해 오만 원 권 지폐 없애야

 
 [ 소비라이프 / 정상현 시민기자 ] 2009년 6월 23일부터 발행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오만 원 권 지폐는 우리경제의 성장에 맞춰 발행 유통 규모도 차츰 증가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제 규모가 커짐에 따라 수요도 증가하고 기존 십만 원 권 자기앞 수표의 비효율성 등을 감안하여 고액권 지폐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이루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한 필요성에 따른다면 요즘 같이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는 소비심리 지극을 위해서 오히려 미화 100달러에 상당하는 십만 원 권 지폐 발행도 고려할 만하다.

 오만 원 권의 출현 당시 일각에서는 과소비를 부추기고 물가상승의 부작용 우려와 함께 뇌물 수수와 비자금 조성 같은 범죄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반대여론도 만만지 않았었다.
어떤 동기이던 간에 일만 원 권으로 5억 원이 담긴 골프채 가방보다는 오만 원 권으로 5억 원이 담긴 007 가방을 건네는 게 훨씬 간편한 것임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5만 원 권의 환수율(특정 기간 발행한 화폐가 시중에서 돌다가 다시 한국은행으로 돌아오는 비율)은 2009년 7.3%로 집계된 뒤 꾸준히 올라 2012년 61.7%까지 높아졌으나 2013년에는 48.6%로 크게 낮아졌다는 통계가 있다. 올해 1∼5월 발행된 5만 원 권은 27.7%까지 급락해 그만큼 고액권이 시중에 묶여 있거나 유통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단 십 만원의 거래라도 현금으로 결제해야 할 경우는 쉽게 상정할 수 없다. 일천 원짜리 노트 한 권, 음료수 한 병을 구매하여도 체크카드나 스마트 폰 등을 통한 전자 결제가 가능한 시대이며,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 여행 가능한 해외에서도 카드 결제가 일상화 된 시대에 특별한 의도가 없는 바에 필요 이상의 현금 소지의 불편과 위험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라 한다. 초등학생도 엄마의 체크카드를 가지고 구매 대가를 치를 줄 아는 세상이고, 일부 부적격자를 제외하고 개인이든 법인이든 카드로, 또는 계좌 간 송금을 통해 일상적인 구매를 충족시킬 수 있다.
오히려 탈세나 부정한 거래를 은폐하기 위해 카드 결제 대신에 현금 결제를 원하는 것이 비정상적인 것이다.
지난 2000년 캐나다 중앙은행이 "고액권을 이용한 자금세탁과 조직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최고 액면권인 1000달러짜리 발행을 중지하고 회수에 나섰던 게 남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에 범죄혐의로 수배 중 이었던 피의자가 고액권으로 준비한 수십억 원의 현찰을 휴대하고 도피행각을 벌렸다는 사건에서도 보듯이 쉽게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 실제 사례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증세 없는 복지재원의 확충 방안으로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언급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의 규모는 GDP의 26%(약300조 원)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크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가 복지재원 충당의 방안으로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거론하는 상황이면 가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지하경제를 들춰내는 첩경은 거래의 투명성에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비리와 부정한 거래 관행이 어제 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선량한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근로의욕을 꺾는 파렴치한 범죄 뒤에는 대부분 (현금을 통한) 불법 돈거래가 숨어 있음을 수없이 보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입안 당시 부작용을 우려했음에도 금융실명거래와 부동산실명거래를 과감하게 시행하여 우리나라가 선진 투명사회로 진입하는데 크게 기여했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닭 한 마리 잡으려고 초가 삼간 태울 수 없다는 격언도 있으나,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되어 있는 현금 수수를 매개로 한 부정거래, 뇌물수수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오만 원 권의 폐지를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시 혹은 천재지변 등의 위급상황이 아닌데도 떳떳하고 정당한 노력의 대가로 얻은 자산을 금고 속에 현찰로 쌓아두거나 주고받는 비상식적인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투명 정의사회를 지향하는 가치가 고액권 폐지에 따른 비용보다 크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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