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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의한 수입車 부품값 공개… 봐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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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의한 수입車 부품값 공개… 봐도 몰라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8.0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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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 / 양수진기자] 국내 수입차 업체들의 수리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불만이 높아지면서, 수입차를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자동차의 부품 가격이 2일부터 일제히 자동차 부품 가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국토교통부가 '수입차 부품값의 거품을 빼고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호하겠다'며 수입차 부품값 공개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부품값 공개로 바가지 수리비 관행을 근절하고, 수입차 업체 간 경쟁으로 부품값 인상도 억제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자동차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는 '졸속 공개'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명을 대부분 영문으로만 기재한 데다 제대로 된 검색 기능도 갖추지 않은 탓이다.

4일 본지가 수입차협회 회원사 19개 브랜드가 각 홈페이지에 공개한 부품 가격 실태를 분석한 결과 16개 브랜드가 영어로만 부품 명칭을 게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도 영어로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한글을 함께 쓴 곳은 도요타·렉서스·볼보뿐이었다. 부품에 대해 설명을 해놓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폴크스바겐 홈페이지 부품값 조회 시스템에서 대표 모델인 'golf(골프)'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골프 1.6 TDI 블루모션' 모델 등에 15 59개의 부품 리스트와 가격이 주르륵 떴다. 하지만 'GROMMET' 'REP. SET' 같은 낯선 영단어들로만 쓰여 있어 일반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어려워 보였다. BMW 홈페이지에서 소형차 브랜드 미니(MINI)의 'brake lever'(브레이크 레버) 부품값을 찾아봤다. 똑같은 이름의 부품이 6개가 나왔는데 부품값이 3만7000원부터 16만원대까지 달랐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 전혀 설명이 돼 있지 않았다. 나머지 브랜드도 비슷했다. 정보를 공개했다고 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다른 브랜드와 가격 비교를 해보기는커녕 자기 차 부품값이 얼마인지도 알기 어려운 구조다.

검색 기능도 안 갖춘 업체도 있었다. 포르셰코리아 홈페이지에선 부품값을 보려면 소비자가 부품 리스트를 내려받아 직접 문서를 뒤져야 한다.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카이엔S'는 부품 리스트가 66쪽이고, 부품 종류는 3252개다.

준비가 덜 된 곳도 수두룩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차종 하나당 10~20개 부품 가격만 소개했다. 또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롤스로이스는 "준비가 덜 됐다"며 가격 공개를 아예 하지 않았다.

반면 수입차와 달리 10년 전부터 부품 가격을 공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부품회사 현대모비스의 경우 홈페이지에서 자동차에서 부품 위치를 그림으로 보여주며 부품 이름과 가격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안팎에서는 "수입차 업체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품값 정보를 공개하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지적도 많다. 수입차 판매량은 작년 15만대를 돌파한 후 올해 18만대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수입차 업체 간 차값 할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부품 가격이나 수리비는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국내 보험사가 사고가 난 수입차에 수리비로 지급한 돈은 1대당 276만원으로 국산차의 약 3배였다. 수입차가 차값을 깎는 대신 부품값을 높게 책정해 수익을 만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수입차들의 터무니없는 국내 부품값과 해외 판매가를 비교해 보는 것만 해도 수입차 업체들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는 정부를 탓하고 있다. 법 개정 이후 구체적인 지침이 지난 5월 나왔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3개월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지금 홈페이지에 떠 있는 내용을 공개하는 데도 4000만~5000만원이 들었다"며 "준비기간이 너무 촉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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