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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푸줏간, 반세기 넘게 자리하고 있는 마장동의 삶의 현장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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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푸줏간, 반세기 넘게 자리하고 있는 마장동의 삶의 현장 추적
  • 소비라이프편집부
  • 승인 2014.06.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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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부터 9월 14일까지까지

  [소비라이프 / 편집부]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문화관(관장 한은희)은 오는 6월 28일부터 9월 14일까지 기획전 “서울의 푸줏간”을 개최한다.

  서울시 최초로 가축시장․도축장․축산물시장이 한 곳에 설치된 마장동, 백정들이 하는 미천한 일이라며 노출을 꺼려했던 마장축산물시장의 사람들이 직접 생생한 삶의 현장을 공개한다. 서울 시민의 영양분 공급소로서 마장동의 지나간 삶의 흔적과 기억을 되짚어 보는 전시이다.  

  전시는 오랜 시간 도심 부적격시설로 지목되면서도 수도권 육류의 70%를 공급하며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장축산물시장이 언제부터, 왜 하필 마장동에 반세기 넘게 자리하고 있는지, 시장의 영역이 끊임없이 확장되는지, 그 원동력에 대한 세밀한 추적이다.

  마장동은 조선시대 왕실 및 관청의 말을 기르던 살곶이목장의 수말을 기르던 지역에서 그 이름이 유래하였다. 

 살곶이목장은 말의 사육 및 궁중의 목장, 왕의 가마 등을 관장하던 사복시(司僕寺) 소속의 양마장(養馬場)이다. 왕이 말을 지켜보았던 ‘화양정(華陽亭)’, 말먹이를 키우던 ‘장안평(長安坪)’, 암말을 기르던 ‘자양동(紫陽洞)’과 함께 마장동과 그 주변 지역은 살곶이목장과 관련된 지명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가축시장(1958~1974), 도축장(1961~1998)이 마장동에서 사라졌지만, 마장축산물시장 상인들은 지방에서 도축된 소․돼지의 저렴한 운임과 원활한 물량 수급을 위해 마장동을 떠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소비자의 소매가와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서 마장축산물시장의 역할과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도축장과 시장 곳곳에 정육점이 들어선 일제강점기의 경성인들은 소․돼지의 살코기와 부산물을 이용해 고급요리점에서 ‘신선로(神仙爐)’를, 서민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배달문화를 탄생시킨 ‘설렁탕’을 즐겼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 경제 개발의 최전선에서 힘들게 노동하던 사람들의 지친 배를 채워주며 위안을 주던 왕십리의 유명한 해장국집인 ‘대중옥’을 재현하여 어려웠던 시기 서민들의 향수(鄕愁)를 자극하고자 한다.

   우리 선조들은 소․돼지․말을 도축하면 그 뼈와 뿔, 털과 가죽을 이유 없이 버리는 일이 없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쳐 버린 축산물로 만든 여러 가지 공예품과 생활용품을 확인할 수 있다.

  가축을 도축해 살코기와 부산물을 제거하고 남은 부위들은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재탄생되었다. 소의 뼈는 때로는 길흉을 점(占)치는 도구로 새로운 역할을 하였고, 때로는 활시위를 당길 때 건장한 사내들의 손가락을 보호하는 깍지가 되기도 하였으며, 소의 뿔은 화각공예품으로 다시 태어나 최고의 공예품이 되었다.  

  말과 돼지의 털은 모자로 재탄생하고 동물의 가죽은 옷에서 신발, 가방 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이 밖에도 서울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그저 먹고 즐기는 것뿐이 아닌 다채로운 축산물의 쓰임새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

  7월 중순부터는 기획전시와 연계하여 살곶이목장과 마장동의 변화에 대한 강연회 및 답사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주제에 대한 생생한 지식과 경험을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신청은 7월 초부터 서울시공공예약서비스시스템(http://yeyak.seoul.go.kr)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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