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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부모 동의없이 카드 긁어도 무조건 취소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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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부모 동의없이 카드 긁어도 무조건 취소되는 건 아니다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08.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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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동의를 받지 않은 미성년자의 상거래 행위는 무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인 K씨의 경우는 달랐다. K씨 가족은 얼마전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구매한 내용에 대해 취소가 정당하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07년 11월 대법원의 반응은 의외였다. 대법원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소비자들이 눈여겨 볼 대목이다.
미성년자 등 행위무능력자 제도는 자기책임 원칙의 구현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서 거래의 안전을 희생시키더라도 행위무능력자를 보호하고자 함에 근본적인 입법 취지가 있다. 이에따라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은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는 언제나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묵시적으로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민법은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범위를 정한 재산의 처분 등 단독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미성년자의 행위가 위와 같이 법정대리인의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거나 처분허락이 있는 재산의 처분 등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미성년자로서는 더 이상 행위무능력을 이유로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묵시적 동의나 처분허락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미성년자의 연령·지능·직업·경력, 법정대리인과의 동거 여부, 독자적인 소득의 유무와 그 금액, 경제활동의 여부, 계약의 성질·체결경위·내용,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묵시적 동의 또는 처분허락을 받은 재산의 범위 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용카드를 이용해 신용 구매한 뒤 사후에 결제하려는 경우와 곧바로 현금 구매하는 경우를 달리 볼 필요는 없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제기한 K씨는 이 때 성년에 거의 가까운 만 19세의 나이로 월 60만 원 이상의 소득이 있었다. 신용구매계약의 내용도 대부분 식료품·의류 화장품·문구 등으로 비교적 소규모의 일상적인 거래 행위였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할부구매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 사용 액이 K씨의 소득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K씨가 당시 스스로 얻고 있던 소득에 대해 법정대리인의 묵시적 처분허락이 있었고, 이 사건의 각 신용구매계약은 처분허락을 받은 재산범위 내의 처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최종 판결했다.
이는 통상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판결이다. 따라서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상거래 행위를 무조건 취소할 수 없다면 소비자들의 보다 신중한 자녀 지도와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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