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라이프 / 김소연 기자] 감사원이 금융당국이 생명보험협회에서 보험가입자의 질병 등 민감한 정보를 신용 정보로 축적하도록 허용한 조치가 위법·부당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어서 감사원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금융위원회를 방문해 생보협회가 보험가입자의 질병 등 민감한 정보를 신용 정보로 집적해 사용할 수 있도록 금융위가 허용한 조치가 정보주체의 헌법상 권리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등 위법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당시 판단 근거 등 각종 자료 제출을 통보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주 감사원에서 전반적인 자료를 요구해 관련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며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예비감사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소비자연맹과 참여연대 등 4개 시민단체는 지난 3월 "금융위가 생명보험협회가 개인의 동의 없이 질병 등 다수의 민감한 정보를 과잉 수집하도록 허용한 것은 위법"이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와 공익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감사원 규정은 공익감사청구 접수 60일 이내에 청구단체에 대해 감사 개시 여부를 통보하도록 돼 있어 감사원은 금융위가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뒤 조만간 금융위에 대한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2002년 보험협회를 '개별신용 정보집중기관'으로 등록시켜 25개종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협회는 이를 확대해해 모두 196종(생보협회 125종, 손보협회 71종)의 정보를 수집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월 생보협회 부문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적발한 뒤 금융위에 "생보협회가 집중관리, 활용하고 있는 보험관련 정보가 금융위 승인범위에 해당하는지"를 질의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승인했던 25종의 정보 외에 질병명과 항임치료일자, 수술명 등 협회가 보험금 지급사유라고 분류해 수집했던 질병 관련 정보 33종을 정보제공자 동의 없이 수집해 저장해 온 것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유권해석을 내린바 있다.
금융위는 당시 유권해석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감사원이 금융위에 대한 정식 감사에 착수할 경우 금융위가 생보협회의 불법 질병정보 수집을 묵인하고 비호했다는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12월 금융소비자연맹이 제출한 진정서에 따라 금융위가 보험관련 질병정보를 신용정보로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치가 보험가입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 원칙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조사한 바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해당 사안이 법률 해석과 법률개정과 관련된 사안이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점 등 때문에 실효성 있는 조사를 진행할 수 없어 지난 3월 해당 진정을 각하 처분했다"면서도 "다만 법 개정이나 법률 해석의 문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진정을 정책국으로 이관해 인권위가 정책적 제언을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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