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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연비' 발표 미루는 국토부…자동차사 봐주기로 소비자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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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 연비' 발표 미루는 국토부…자동차사 봐주기로 소비자우롱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4.06.10 09:2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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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자동차의 ‘뻥 연비’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업계를 봐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장 연비 결과가 발표될 경우 자동차 회사가 부담해야 할 손해가 큰 점을 고려해 쉽게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조선비즈가 밝혔다.

국토부는 기존에 예고했던 것 보다 2개월이나 자동차 연비 조사 결과 발표를 미룬데다 이미 결론이 난 내용에 대해서도 전면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보호 받아야 할 국민은 뒷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연비 측정 결과 발표 계속 늦추는 국토부…제조사 뒤 봐주기?

현대차 SUV 싼타페 모습/현대차 제공
▲ 현대차 SUV 싼타페 모습/현대차 제공

국토부의 연비 논란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다. 국토부는 현대자동차(005380) (224,500원▲ 500 0.22%)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를 따로 1대씩 구매해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연비 시험을 맡겼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 ‘싼타페DM R2.0 2WD’은 연비가 기존에 표기된 14.4km보다 8%가량 낮게 나왔다. 이는 허용 오차 범위 5%를 넘는 수준이다. 코란도스포츠 역시 연비가 기존 표시 연비와 달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자동차 업체가 소비자를 속였다는 비난이 일었다.

업체들은 반발했다. 자동차 연비 인증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연비 측정에서는 표기 연비와 측정 연비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연비 측정 조건 등에 문제가 있다고 재조사를 요구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국토부가 차량 1대를 임의로 사 측정했기 때문에 오류가 날 수 있다며 차 3대를 측정해 평균을 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연비 측정 전에 실시하는 차량 ‘길들이기’ 주행거리도 국토부가 기준으로 한 5500km에서 싼타페DM은 6500km로, 코란도스포츠는 9000km로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국토부가 2월부터 시작한 재조사는 최근 연비가 7~8% 과장된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국토부가 해당 내용의 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시험 결과 발표는 4월 나올 예정이었지만 벌써 두 달 미뤄졌다. 국토부는 “아직 연비 측정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 말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토부가 자동차 회사를 봐주기 위해 발표를 늦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미 미국에서 연비 과장에 따른 집단 소송으로 약 5000억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연비 과잉 문제가 본격화 될 경우 이미지 타격은 물론 금전적 손해가 크다.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연비의 경우 차량 유지비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매우 민감해 하는 문제”라며 “국토부가 기존 연비가 과장됐다는 발표를 할 계획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발표해 제대로 소비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부는 자동차 관련 업무와 관련해 소비자 보다는 자동차 업체 편에 서서 활동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자동차 제작 결함에 따른 리콜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지난 달 기아차의 쏘렌토 R 일부 차량에서 앞 유리가 열선 과열로 인해 파열되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리콜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대신 기아차가 실시하는 무상수리를 용인했다. 무상수리는 리콜과 달리 문제가 생긴 차량에 대해서만 수리를 하면 돼 차량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적다.

◆ 정작 소비자 보상은 뒷전…국토부 개별보상 시정명령 강제성 없어

‘자동차 뻥 연비’로 인해 정작 보호받아야 할 소비자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 2월 연비 재조사 이후에도 과장된 것으로 결론이 나면 미국의 연비 과장 관련 보상 사례를 기준으로 제조사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처럼 자동차회사로부터 소비자들이 개별적인 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 국내 국내 현실이다. 우리나라 자동차관리법 31조는 연비를 뜻하는 연료소비율을 ‘경미한 결함’으로 규정해 정부의 시정조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동차회사가 표시연비를 잘못 신고해도 국토부가 과징금을 제외하고 개별보상 등의 별도 시정명령을 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피해자 일부가 전체를 대표해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집단 소송제’가 있다. 집단 소송의 법원 판결은 소송 당사자 뿐만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 효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소송 당사자가 된 기업들은 피해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배상에 나선다. 작년 말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연비소송 소비자들에게 3억9500만달러(4180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하고 바로 배상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집단소송제가 없다. 소송에서 이긴 당사자들만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다. 나머지 피해자들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별도로 소송을 제기해야 만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토부의 연비 측정 오류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이 배상을 받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문제가 된 싼타페 DM R2.0 2WD는 2012년 5월부터 작년 7월까지 8만5000대를 팔았다. 코란도 4WD AT6 차종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약 1만6000여대가 팔렸다.

제작사에 물리는 과징금 역시 경미한 수준이다. 자동차관리법 31조에 따르면 매출액의 1000분의 1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상한선을 10억원으로 정해 현대차·쌍용차 모두 10억원만 내면 된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커진 것과 달리 과징금 규모는 너무 미미한 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아직 국토부의 정확한 공식 발표 전이기 때문에 공식 발표 이후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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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2014-06-10 13:10:19
대/한/민/국

내가 여기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