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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누진제 축소 다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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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누진제 축소 다시 ‘만지작’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6.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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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요금은 어떻게 되나..

 정부가 또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축소 카드를 뽑아들었다. 현재 6단계인 전기요금 누진 구간을 줄여 요금 격차를 줄이는 방향이다. 전력요금을 원가에 가깝게 현실화한다는 목표지만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는 지금보다 요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용역 발주로 누진제 축소 공론화 시작=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의 합리적 개선을 위한 소비자 인식 조사’ 용역 기관을 공모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전문연구기관, 시민단체와 함께 주택용 전력사용 환경의 변화를 분석하고 누진제 개편 방안에 대한 소비자 의견을 설문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누진제 개편의 필요성을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전기 사용량에 따른 현행 6단계 요금 누진제를 3∼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지난해 추진했다. 그동안 전기 과소비를 막기 위해 시행해 왔던 누진제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게 주요 이유다. 발전 원가의 9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려는 밑그림이다. 공공기관 부채 감축과 맞물려 한국전력공사가 끊임없이 제기하는 요금 인상 구실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요금을 올려야 현실적인 인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사용량 300kwH 이하인 가구는 전체의 68.2%에 이른다. 전력 판매량으로 따져도 이들은 49%를 점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력 다소비 계층의 전기요금을 올려 전체 요금을 원가에 맞춘다면 이들의 전기료가 ‘징벌적’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가장 비싼 6단계의 전기요금이 가장 싼 1단계의 11.7배에 이르는 것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게 산업부 입장이다. 주요 국가의 최저∼최고 구간 요금격차를 보면 일본 1.4배(3단계), 미국 1.1배(2단계), 중국은 1.5배(3단계) 등이다.

◇시나리오별 요금 전망=산업부는 지난해 국회에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첫째는 누진제 중폭 완화로 4단계(200kwH 이하, 201∼400kwH, 401∼600kwH, 601kwH 이상), 최저·최고 구간 요금격차 8배 수준으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누진제 대폭 완화로 3단계(200㎾h 이하, 201∼400kwH, 401kwH) 최저·최고 구간 요금격차 3배 수준으로 개편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일요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월 사용량 250kwH인 가구의 전기요금은 현재 3만3710원에서 3만7123원(3단계) 또는 3만5020원(4단계)으로 오를 전망이다. 반면 매월 601kwH 사용하는 가구는 21만8150원에서 15만7319원(3단계), 17만8777원(4단계)으로 전기요금이 낮아진다. 어떤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전기를 적게 쓰는 가구는 전기 사용량을 현재처럼 유지해도 요금은 더 내게 된다. 반대로 전기를 많이 쓰는 계층은 요금 부담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당정 협의 과정에서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 취약계층의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누진제 축소는 보류됐다. 그러나 산업부는 전기를 적게 쓰는 계층이 저소득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과거와 달리 모든 계층에 가전제품 보급이 확산되면서 소득보다는 가구원 수에 따라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경향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급증한 1∼2인 가구가 소득과 무관하게 누진제의 혜택을 챙겨간다는 논리다. 지난해 서울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1인 가구의 월평균 전력 소비량은 264kwH, 2인 가구는 312kwH, 3인 가구는 400kwH, 4인 이상 가구는 401kwH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4인 가구 구성원 한명과 비교해 2.6배가 넘는 전력을 소비하는 셈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대한 대책으로 전기요금 바우처를 제공해 누진제 축소로 인한 요금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에너지 바우처’ 제도와 연계할 방침이다. 에너지 바우처는 저소득층에 전기·가스·등유 등을 살 수 있는 교환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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