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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급자와 소비자간의 벽 두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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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급자와 소비자간의 벽 두텁다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4.05.31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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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추구 공급자, 소비자권리 무시 일쑤...

의료공급자인 의사와 소비자인 환자사이의 벽은 두껍고 단단하다.  공급자는 소비자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확보하려 하고 소비자는 공급자의 월권을 통제하려고 한다.

이런 의욕은 충돌하기 마련이고 충돌이 심할수록 의사-환자간의 불신의 벽은 더욱 공고해 진다.

허물어야 할 벽이 더 견고해 진다면 우리의 의료체계는 문제가 있는 것이고 따라서 손질이 시급하다. 이런 사안을 인식한 듯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9일 의료공급자와 소비자 양쪽을 초청해 토론회를 마련했다.

토론은 누구나 예상했던 대로 흘렀다. 공급자인 의사들은 최선의 진료를 하고 싶은데 각종 규제 때문에 못해먹겠으니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인 소비자 모임은 불필요한 검사를 막기 위해 규제 완화가 아닌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들어보면 다 맞는 말이다. 네 말도 맞고 내 말도 맞다.

이들이 서로 구체적으로 어떤 주장을 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사회보험이라고 규정짓고 “사회보험 재정에 대한 운영이나 비용 통제, 증가분에 대한 모든 통제를 공급자에 대한 통제로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기관만 통제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강력한 심사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하고 싶지만 경제적 진료를 할 수 밖에 없는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는 “높아진 환자의 의료서비스 욕구와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사의 선택권을 위해 현재의 급여설정 시스템을 개선해야하고 건보 급여항목과 범위를 정부가 통제위주로 설정해왔던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공급자가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고 환자 선택권에 따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새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정부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 선별급여를 도입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급여기준 설정의 현실화가 선행돼야 하고 급여항목과 범위 설정 시 경제적 측면 보다는 의료계의 의견과 임상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라고 촉구했다.

선별 급여의 경우 로봇수술 등 안전성·유효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급여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김대환 병원협회 보험이사 역시 의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다는 공급자의 입장을 두둔했다.

그는 각종 급여기준과 심사지침이 개혁돼야할 대표적 규제라고 지적하면서 “한정된 재원 안에서 운영해야하는 공보험이라는 특성상 급여기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이런 급여기준이 단순히 재정적인 부분을 고려한 적정진료 기준이지, 최선 진료를 위한 기준이 아니다”고 불만을 표했다.

급여기준이 의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의료 소비자의 입장은 이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날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한 김숙영 소비자시민모임 운영위원은 “환자는 의사가 제안하는 진료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비급여 처치를 받고 고액의 진료비를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는 “ 적정진료 범위를 알 수 있도록 정보제공이 필요하며 정보제공 시 환자들에게 쉬운 용어로 만들어 쉽게 찾고 활용되게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예를 들어 소화불량으로 내원하면 혈액검사, 소변검사, 대변검사 심지어 심장질환 검사인 심전도까지 시행하는 등 불필요한 검사가 너무 많다”고 의사들을 몰아붙였다.

불필요한 과다검사는 보험료 손실과 환자부담을 증가시켜 진료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증상과 상관없는 불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못하게 사전 규제가 필요하며 사후에도 페널티를 줘서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의료공급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조한 것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은 서로 판이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자기주장만 했다고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런 입장차는 결국 정부가 중재자로 나서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급여기준에 대한 투명성 확보를 위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대를 표명했다. 우리는 양측의 입장에 복지부의 이런 조언이 문제해결을 위한 출발점이라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

무를 자르듯이 단칼로 내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서 대화하고 토론하고 한 발 양보하면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성숙한 민주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의료공급자는 의료소비자에 비해 월등한 위치에 있는 절대 갑이라는 사실이다.

정보를 독점하고 생명을 좌지우지 하는 의사들의 주장은 그래서 더욱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 환자들의 권리의식과 수준향상만이 중간지점에서 타협점을 찾는 길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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