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은글슬쩍 금리 올리는 은행들.. 소비자 권익 ‘나몰라라’
상태바
은글슬쩍 금리 올리는 은행들.. 소비자 권익 ‘나몰라라’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5.28 1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약관 사후보고제' 있으나마나 소비자 권익보다 실속 챙기기에 '급급'

 A은행 마이너스통장을 이용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는 최근 자신도 모르게 오른 금리 때문에 화가 났다. 정확한 사유를 고지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통장내역을 통해 뒤늦게 금리변동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마이너스통장을 사용하는 기간 특별한 부채도 없었고, 연체도 전무했던 터라 그는 일방적으로 오른 가산금리와 금리 책정기준 및 통보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해당 통장을 발급받은 지점 직원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의외였다. 마이너스통장 특성상 고객 개개인의 여건을 맞춰줄 수 없어 유감이라는 말과 함께 관련 약관을 변경·추가하기 위해선 감독기관의 확인절차가 복잡하고 여타 조건이 너무 많아 어쩔 수 없다는 게 해당 직원의 설명이었다.

 

수수료를 폐지·인하하거나 징구서류를 축소하는 등 이용자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해 지난해 10월 도입된 '은행약관 사후보고제'가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제도가 이행된 지 7개월이 넘었지만 사후보고되고 있는 약관 개정 사례 중 90% 이상이 은행의 업무편의를 위한 약관개정이나 기존에 승인된 약관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는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후보고제를 통해 금리인하나 상품 수수료 폐지 및 이율에 관한 공지 개선과 같은 소비자 편익을 위한 약관 개정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금융감독원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경우에도 사전보고토록 의무화돼 있는 것을 은행이 시행한 후 사후보고할 수 있도록 관련 세칙을 개정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은행상품의 개발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금융회사의 부담 완화와 약관심사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하지만 '은행약관 사후보고제'가 소비자 편의 증진보다는 오히려 은행의 편익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약관 개정에 있어서는 여전히 은행들이 '사전보고 및 약관심사제도'를 근거로 기피하고 있고 기존에 승인된 약관을 그대로 다른 상품에 적용할 때에만 주로 사후보고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B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40대 박모씨는 최근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려 했지만 관련 은행 약관상 의무적이지 않은 사항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안 된다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회사에서 승진하고 신용등급이 상승해서 담보대출에 대한 금리인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해당 은행 직원은 '대출 약관에도 명시되지 않은 부분이고, 주택담보대출은 인하권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약관이니 개정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반문하니 돌아온 답변은 '약관 제·개정에 대한 부분은 절차상 어렵다'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은행 약관에 대해 고객 이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제고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지만, 실상 은행 입장에서는 이를 적극 수용하기에는 이해타산이 맞지 않을 뿐더러 대부분 약관 개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고객을 이해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고객 편익을 위한 대출 및 여타 상품에 관한 약관 제·개정을 위해선 관련 실무진에게 전달돼야 하는 절차가 따른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심사절차 간소화로 2~3일 안에 약관 심사를 완료하는 '약식심사제도'를 도입한 뒤 '은행약관 사후보고제'까지 추가로 시행하고 있지만 이는 금융감독의 효율성과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은행들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사후보고제에 대해선 소비자 편의를 위하는 쪽으로 약관 개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제 지난 몇 달간 그런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은행들이 업무 편의만을 위해 본 제도를 이용한다고 해도 아직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