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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융결제원, 부당 출금이체 관리 허술” 기관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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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융결제원, 부당 출금이체 관리 허술” 기관경고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5.2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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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 예금주 몰래 돈을 빼내려는 부당인출 시도 사건을 겪었던 금융결제원이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및 담당 부서장 문책요구 조치를 받았다. 우리나라 금융고객 돈의 모든 이체를 관리해 돈의 심장 역할을 하는 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특정감사에 착수한 금융위원회는 금융결제원의 CMS(자금관리서비스) 운영 체계를 “언제나 부당 출금이체 가능성이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금융결제원은 출금이체 과정에서 고객 동의 확인을 소홀히 했고, 보증금·신용등급 관리에서도 규정을 다수 위반해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위는 지난 2월 실시한 금융결제원 특정감사 결과 CMS 운영과 관련한 6가지의 내부규정 위반 및 부실 운영을 적발하고 이처럼 조치했다고 21일 밝혔다. CMS는 보험료·통신요금 등을 약속된 시점에 이용자 대신 계좌이체해 주는 서비스로, 연간 거래규모가 90조원에 달한다. 지난 1월의 부당인출 시도는 다행히 금전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향후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금융위 감사담당관실의 결론이다.

금융위가 꼽은 가장 심각한 금융결제원의 내부규정 위반 사례는 CMS를 이용하는 기관들이 신용등급에 따라 제출하는 보증금 관리 실태였다. 금융결제원은 이용기관의 보증보험증권 기간이 만료된 뒤에 무담보로 이체출금을 해 준 사례가 많았다. 보험이 갱신되지 않으면 이용을 중지시켜야 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이체를 허용한 사례가 지난 한 해 동안 64건이었다. 이용기관 10곳에 대해서는 아예 보증금을 징구하지 않고 이체 출금을 해 주기도 했다.

보증금 징수와 관련한 내부규정도 유명무실했다. 신용등급이 변동됐는데도 보증금을 추가로 물리지 않고 이체를 허용한 사례가 지난 한 해 동안 58건이었다. 신용등급은 지난해 9월에 떨어졌는데 지난 2월에서야 보증보험을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보증금이 모자라면 월간 출금한도를 줄여야 하지만 이를 무시해 한도가 초과된 사례들도 확인됐다.

CMS 이용을 신청하는 기관을 부실하게 심사한 것도 드러났다. 인가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법인이 개인인감증명서를 제출한 사례 등이 90건 발견됐다. 이용기관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심사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형식적으로 서류심사만 실시했다. 금융위는 “지난 1월 H소프트사의 사기 시도 사건으로 볼 때, 신용등급이 부실하거나 신규 개인사업자인 경우에는 사무실 존재나 영업능력 여부를 더욱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는 이슈가 됐던 부당 출금이체와 관련, 금융결제원이 고객 동의를 확인하는 작업이 미흡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금융결제원은 부당 출금이체 민원이 잦아지자 지난해 6월 CMS 이용약관을 개정, 이용기관을 실사(實査)해 고객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었다. 하지만 특정감사 결과 금융결제원은 약관을 개정해 놓고서도 1만6500여 이용기관 가운데 단 1곳에 대해 1회 실사를 진행했다.

고객이 의문스러운 출금을 직접 확인한 뒤 민원을 제기하지 않는 한 금융결제원은 여전히 부당 출금이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1만6500여 기관을 실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항변도 들리지만, 1곳만 실사한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CMS 이용기관이 출금이체를 요청할 때 고객이 동의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토록 금융결제원에 주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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