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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으로 간판 바꾼 대부업, 서민에게 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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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으로 간판 바꾼 대부업, 서민에게 득 될까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5.20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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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서민금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업계 자산규모 3위인 웰컴크레디라인(브랜드명 웰컴론)은 지난달 30일 인수한 예신저축은행과 해솔저축은행의 상호를 웰컴저축은행으로 바꾼 후 7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대부업계 자산규모 1위인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앤캐시) 역시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사업계획서와 주식취득승인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출한 서류에 이상이 없으면 이달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인수를 최종 승인한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는 예주저축은행과 예나래저축은행의 상호를 오케이저축은행으로 변경하고 다음 달에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부업체가 저축은행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웰컴크레디라인은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 세 번째 도전에서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됐다. 에이앤피파이낸셜은 지난 2009년부터 열 번째 도전 끝에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됐다.

이들의 도전이 번번이 좌절된 것은 대부업체라는 부정적 이미지와 수신기능에 대한 신뢰부족 때문이었다. 저축은행의 수신기능이 대부업의 자금줄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이유로 당국은 대부업의 저축은행 인수조건으로 대부업 잔액 축소와 대출금리 인하를 내걸었다. 점진적으로 대부업을 줄여나가라는 것이다.

◇대형 대부업체 사라지나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와 웰컴크레디라인은 각각 업계 1위와 3위로 그들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대부업체 총 대부잔액 9조1793억원 중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와 웰컴크레디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4%(2조1990억원)에 달한다.

대부업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이 대출 잔액을 축소하면 업계 파이가 줄어들고 활력도 떨어질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들이 해왔던 역할의 공백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와 웰컴크레디라인은 대부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업체들이다.

에이앤피파이낸셜대부는 매년 전국 농아인야구대회를 개최하고 러시앤캐시 배정 장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또 베스피드라는 프로배구팀을 창단하기도 했다. 웰컴크레디라인 역시 웰컴론 나눔봉사단, 웰컴론 장학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이러한 사회공헌활동 등은 대부업체에 대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음지에 있던 대부업체를 양지로 끌고 나오는 역할을 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나 활동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 대부업이 다시 음지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수익성 악화로 소형 대부업체들은 문을 닫고 중견 대부업체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는 실정에서 이 같은 ‘지각변동’은 대부업계에 더욱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자 1000명·대부잔액 50억원 이상 등의 기준을 충족한 대부업체는 금감원이 직권검사를 할 수 있는데 이런 대부업체가 줄어드는 것 또한 문제다.

대부업이 음지화 되면 그 피해는 결국 서민금융 이용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서민들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사채업자들은 연 800%의 고금리를 적용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대부업 저축은행 ‘20%대 대출’ 내세워

하지만 대부업 저축은행의 긍정적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웰컴크레디라인과 에이앤피파이낸셜 모두 20%대의 중금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영업을 시작한 웰컴저축은행은 이용고객에게 하반기 중 최고금리 연 20%대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앤피파이낸셜은 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출사표를 던지면서 20%대 중금리 대출을 약속했다.

현재 6등급 이하 대부분의 저신용자들은 30%대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래 중금리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했던 저축은행들이 대부업과 마찬가지로 30% 후반의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중금리를 맡아줄 대안으로 대부업 저축은행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이들에게 내세웠던 인수 조건에도 금리인하는 꼭 들어갔다.

다만 대부업 저축은행의 금리인하가 저축은행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중금리 상품을 내놓으면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각 은행들이 해오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영향을 받아 금리를 낮추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부업 저축은행 등장에 따른 긍정적 측면에 기대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대부업체 이용 수요를 제도권 내로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며 “서민대상 신용대출 금리가 인하되고 소비자 보호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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