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10 15:36 (금)
배추값 폭락에 농민들 한숨…인건비도 못건져
상태바
배추값 폭락에 농민들 한숨…인건비도 못건져
  • 김소연 기자
  • 승인 2014.05.12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예산군에서 하우스 봄배추를 재배하는 김모(53)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495㎡(150평)짜리 하우스 8개동에 공들여 키운 배추를 갈아엎을 생각을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김씨는 “배추값이 폭락해 인건비도 못 건질 것 같아 밭을 갈아엎기로 결정했다”며 “하루라도 빨리 밭을 갈아엎어야 다른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봄배추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포기당 1만원까지 오르면서 ‘금배추’라는 말을 듣던 배추가 요즘은 10㎏(3포기)당 3000원대로 뚝 떨어졌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가락시장 기준 배추(10㎏/특) 평균 도매가는 3600원대로 작년 동기의 8600원에 비해 57% 하락했다. 양배추(8㎏/특) 도매가도 8240원에서 63.4% 떨어진 3020원이다.

이는 겨울철 포근한 날씨 등으로 배추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올해 햇물량 출하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가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마트 관계자는 “시설양배추, 시설당근 등 햇채소 출하량도 늘어나 가격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보유 중인 겨울 배추 3500t이 시중 방출을 앞둬 배추값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공사 관계자는 “지난 3∼4월에 배추를 방출했어야 하는데 가격이 평년에 비해 절반 밑으로 떨어져 시중에 풀지 못했다”며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치 업체 등에 넘길 계획이다”고 말했다.

유통공사가 배추 방출 시기를 놓치고,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는 것은 정부의 뒤늦은 행정 탓이다. 정부가 봄배추 값 안정을 위해 산지 폐기 대책을 세운 것은 4월17일. 하지만 일선 농가와 산지유통인들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건 10여일이 지난 28일쯤이다.

산지 폐기의 경우 농가와 산지 유통인에게 공지한 후 신청을 받아 면적을 배정하고, 농가별로 현지 실사 등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 농업 전문가는 “정부가 봄배추 산지 폐기를 하려고 했으면 4월20일쯤 시작했어야 한다”며 “많은 농민들이 다른 농사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밭을 갈아엎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