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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영업 KTX…비행기보다 비싼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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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짱영업 KTX…비행기보다 비싼 기차
  • 양수진 기자
  • 승인 2014.04.21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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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수수료 최대 70% 환불 불가 조항까지

 KTX를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각종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항공기나 고속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환불이 까다롭고 수수료도 높은 반면 혜택의 범위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차가 종착지에 도착한 후에는 환불을 일체 해주지 않아 불공정 약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티켓 예매의 불편함도 여전하다는 주장이다. 방만 경영으로 입방아에 오르던 코레일이 소비자들의 불만마저 모른척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왔지만 코레일은 여전히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KTX가 개통된 지도 어언 10년이 됐다. 사업비 18조4000억 원을 들인 KTX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 사업으로 불렸다. 지난 3월까지 KTX가 운행된 거리는 2억4000만㎞, 누적 이용객은 4억 명을 넘어섰다. 국민 한 사람 당 8번씩이나 이용한 셈이다.
 
그러나 우리 국토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꾸며 승승장구해온 KTX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몇 가지 불만에 대해선 좀처럼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환불수수료와 관련해 지나치게 비싼 값을 받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통상적으로 비싼 교통수단이라면 비행기를 먼저 떠올린다. 선뜻 이용하기엔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이 덜한 KTX가 개통된 후 탑승 비율이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항공기보다 오히려 KTX가 비싼 환불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고속버스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는 여객운송약관에 따라 열차가 출발한 시간 이후에 소비자가 환불을 요구할 경우 운임의 15~70%에 해당하는 취소수수료를 물고 있다. 취소수수료는 열차 출발 후 20분 이전까지는 15%, 20분~60분 이전까지는 40%, 60분경과 후~도착역에 도착하는 시각 전까지는 70%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반면 항공기는 8000~9000원 사이의 수수료를 물고 있으며 고속버스 역시 20%선에서 그친다.
 
출발 시각 이전에 환불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출발 1시간 이전에 KTX 티켓을 환불하면 10%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반면 항공기의 수수료는 1000원이다. 항공사의 경우 취소위약금을 추가로 더 받지만 이를 합하더라도 운임의 12~20% 수준이다.
 
출발 전 수수료는 고속버스와 동일한 10%로 책정했지만, 기차가 도착역에 도착한 후에는 환불이 아예 불가능해 소비자들의 불만 요소 중 하나로 지목받는다. 코레일은 열차가 도착역에 도착한 시간 이후부터는 승차권에 표시된 유효기간이 지난 상태이기 때문에 무효인 승차권이라는 이유로 일체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
 
항공기의 경우 기간에 상관없이 결제한 운임에서 9000원을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돌려준다. 고속버스도 버스 출발 후 이틀까지는 운임의 20%만 공제한다.
 
이에 A(25)씨는 “비행기나 고속버스 등은 미승차에 대한 반환을 해주고 있는데 KTX만 안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공정 약관’이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관계자는 “사업자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지만 환불불가 조항의 존재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공정 약관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욱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코레일이 200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미승차 반환수수료로 얻은 수익이 218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어 이 같은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승차 반환수수료로 인한 연도별 수익은 2009년 38억5000여만 원, 2010년 39억7000여만 원, 2011년 56억8000여만 원, 2012년 50억5000여만 원, 2013년 32억4000여만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마트폰 발권이 늘어나면서 2011년부터 반환매수와 이에 따른 수수료도 크게 늘어났다. 예약과 발권이 편리해진 만큼 취소도 쉬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혜택 축소·잦은 고장 등 논란 계속돼
 
이런 가운데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한 예매 시스템에 대한 불만도 늘어났다.
 
지난 18일 코레일은 전산장애를 이유로 3시간 가까이 예약과 발권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예매할 경우 예매를 한 기기에서만 예약한 티켓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둔 점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이로 인해 부모님의 기차 예매를 대신해준 뒤 아이디와 패스워드만을 알려줬거나 휴대전화를 분실, 교체했을 때 낭패를 본 소비자들이 급증했다.
 
소비자 B씨는 한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예매한 기기에서만 예매한 티켓을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면 아이디와 패스워드는 뭐하려고 입력하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휴대전화를 바꾸면 기차표도 함께 날아가는 시스템으로 암표가 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이 우습다”고 말했다.
 
이에 그동안 방만 경영으로 논란의 도마에 올랐던 코레일이 소비자들의 불만까지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반환수수료를 챙길 때에는 적극적인 코레일이 열차 지연 보상금 지급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또 ‘고장철’이라는 오명을 쓸 만큼의 잦은 사고에 대한 대처도 미흡하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이 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축소되는 혜택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높이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코레일은 현재 ‘KTX 파격가할인’이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실을 제외하고 최소 15%에서 최대 3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그런데 이를 두고 원래 존재했던 할인카드 제도가 사라진 뒤 혜택을 축소시켰다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할인카드 제도의 경우 특정횟수에 한해 KTX기준 평일과 주말에 할인을 해주던 제도다. 예매를 미리하면 최대할인이 적용되고, 당일 예매를 해도 최소 할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KTX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등 정기적으로 KTX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사라진 뒤로는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좌석 개수가 한정됐으며 멤버십포인트 제도도 폐지돼 논란이 됐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현재의 운영 방식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차는 항공과 버스와는 다르게 종착지에 도착하기 전 수많은 역에서 사람을 내리고 태운다. 승객의 탑승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 힘들기 때문에 좌석을 취소하지 않은 승객으로 인해 다른 승객이 예매를 하지 못하는 피해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 환불불가 조항이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일본이나 프랑스 등 해외철도에서도 코레일과 같은 이유로 같은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면서 “그래도 코레일은 해외철도와 다르게 시간별로 나눠 환불수수료를 구분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혜택 축소와 관련된 내용에 관해서는 “암표상 등 일부의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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